마마 고고 - Mamma Gog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제목이 mama go go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이름이 고고 였다. 얼마전 남편을 하늘나라고 떠나 보낸 고고는 아들의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는다. 아들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는 노년을 다룬 작품으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어머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말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응답한다. 품위있어 보이는 고고와 아들의 사이가 참 돈독해 보인다.  

그런데 혼자 살고있는 고고에게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전과 달리 자꾸 깜빡하기 일쑤였는데, 주방에 물을 올린 채로 깜빡 잠들어 연기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옆집 여자가 문을 두드려 고고를 깨우지 않았더라면 더 큰 사고로 번질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고, 물 잠그는걸 깜빡해 집안에 물이 차 오르고 이웃집에까지 피해를 준다.  

거기다 남편이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준 금팔찌와 보석을 딸들이 가져가 팔았다는 의심을 하며 거세게 비난한다. 또 며느리에게도 폭언을 하는데, 영화 초반에 나온 인자하고 품위있는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보인다. 심지어 고고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해 계속 앉아있게 되는데, 이 소식을 접한 아들과 딸은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인식하게 된다. 더 이상 어머니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며 양로원에 모시자는 결론을 내는데, 처음엔 이 결정에 크게 화를 냈던 고고도 계속되는 사건으로 인해 어쩔수없이 따르게 된다.

아들도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는게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의 상황도 안 좋긴 마찬가지고 걱정할게 산더미였다. 사재를 털어 만든 '자연의 아이들'은 흥행에 참패했고, 은행의 빚독촉은 심해진데다 카드마저 중지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집에 있는 그림을 은행에 있는 친구에게 주는 대신 카드를 다시 쓸수 있게 됐지만 이마저도 잠깐뿐 이라는걸 잘 알고 있다. 믿을 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인데 그것조차 소식이 없고, 결국엔 패리스 힐튼이 주연으로 나오는 미국 영화를 군말없이 맡을수밖에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그 일을 맡지 않으면 진짜로 위험한 상황이 될테니 말이다.  

스페인의 베니돔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들은 한숨 돌리 됐다고 생각하며 방송국에 직접 전화해 토크쇼에 출연도 하지만, 아무도 베니돔 영화제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진 못했다. 더구나 미국 영화마저 못 찍게 되면서 아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어머니의 상태도 심각해져만 가는데 자식과 떨어져 홀로 양로원에 있는 그 모습이 참 외로워 보였다. 아들과 딸들은 어머니의 집과 그림,보석들을 팔아 나눠가지게 되는데 그들은 어머니가 다시 이 집으로 오지 못할거라는걸 잘 알고 있는듯 보인다. 입으로 말을 하진 않았지만 자식들은 어머니의 마지막이 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고, 유산을 배분하게 된 것이다. 아직 어머니는 살아있기 때문에 그런 자식들의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난할수도 없다. 어차피 나중에라도 해야 할 일이고, 살아야 할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하니까. 

아들은 '자연의 아이들' 시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 문제에 대한 성찰과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라고 했는데, 그 영화에 나오는 노인들과 어머니 고고의 모습은 여러모로 닮아 보인다. 정처없이 헤매는 영화 속 노인들과 양로원을 계속 탈출하려는 고고의 모습이 겹친다. 병이 생긴 이후 고고에겐 죽은 남편이 보이는데,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사랑이다.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도 흑백 화면으로 나오는데 처음엔 고고의 과거인지 모르고 무성영화 인줄 알았다. 젊었을때의 고고와 남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는데, 고고가 가고자 하는 곳이 바로 그때 그 시절이 아닐까 싶다.

양로원에 들어간 후 더 증상이 심각해진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다. 어머니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컸는지를, 내게 생명과 인생을 보는 법을 알려준 어머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지금은 어디 계신거냐며 운다. 그 고백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래본다. 어머니의 정신이 더 맑았을 때, 병에 걸리기 전에 더 잘해드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언제나 뒤늦게 행동하고 후회하는 것 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만 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좋은건지 나쁜건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결국 아픔을 조금씩 잊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죽음의 길을 가는 건 혼자만의 몫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또 자신만의 몫을 견뎌내며 살아가게 된다. 아들은 어머니를 그렇게 떠나보냈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토막 난 주식을 팔아버리자 곧 주가가 올라 괴로워하고, 언젠가는 자신의 영화를 또 만들면서 말이다. 그리고 고고는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 만나며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곳으로 갈 것이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찬란하고 눈부셨던 그 시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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