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쪽으로, 한 뼘 더 - One Step More to the Se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고 3 여고생 원우(김예리)는 희귀질환인 기면증을 앓고 있다. 언제 어디서 잠이 들지 모르는 병은 항상 불안을 달고 살게 했고 일상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감정 변화가 생기면 증상이 즉각 나오기 때문에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시원하게 웃지도 못한다. 웃고 싶을 때 웃고, 슬퍼질 때 울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원우에겐 허락되지 않는 셈이다.  친구들은 입시라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원우에겐 그 것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적어도 친구들은 원하지 않는 잠을 자지도, 길 가다 쓰러지는 위험한 상황도 겪지 않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에도 스르르 잠이 들기 일쑤인 원우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것만은 포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원우의 마음도 모른 채, 아픈 애가 왜 학교에 있냐며 면박을 준다. 아마도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귀찮아하는 그 말투가 참 잔인하게 들린다. 비록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원우가 학교에 오기 위해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응원은 못해줄망정 입시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말이다.  

 

원우가 하고 싶은건 자전거를 타는 일이다. 엄마에게 자전거를 사 달라고 틈 날때마다 조르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NO 이다. 엄마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다. 잘 걷다가도 갑자기 쓰러져서 다치기 일쑤인데, 하물며 바퀴달린 자전거를 타고가다 쓰러지면 더 크게 다칠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러진 장소가 횡단보도 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큰 사고로 연결될수 있다.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학교에도 자주 찾아가고 차로 데리러 오는 엄마에게 원우는 과잉보호라며 핀잔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쩔수없다. 딸이 안전할수만 있다면 더 심한 과잉보호도 할수있다. 원우 할머니의 말처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은 소리요, 가장 슬픈 소리는 내 새끼 눈물 흘리는 소리이다. 아픈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수 있는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투정을 부리고 싶은게 사춘기 딸의 행동이기도 하다.  

병 때문에 제약이 많은 원우는 친구도 없는데, 어느날 같은 반 친구인 준서(홍종현)가 슬며시 원우의 일상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둘은 그 나이 특유의 풋풋함을 보여주는데, 병을 앓고 난 후 한번도 타지 못했던 자전거를 같이 탈만큼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엄마 연희(박지영)의 일상에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문화센터에서 만난 사진작가 선재(김영재)의 일방적인 구애로 시작된 거였다. 그동안 연희는 원우 엄마로서의 삶만 있었다. 그래서 선재라는 남자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고 관심이 있다는 걸 표하자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연하인데다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처음엔 관심마저도 부담스러워 벽을 쌓기만 했다. 아줌마를 놀리는건가 싶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하게 스며드는 그의 진심어린 사랑에 마음을 조금씩 열게됐고, 오랜만에 자신이 여자라는걸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원우는 아빠의 기일도 잊은 채 데이트를 즐기는 엄마가 미웠고 배신감을 느꼈다. 엄마는..엄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그러나 원우도 이제는 안다. 나에게 준서가 찾아오면서 세상에 한발짝 더 다가갔듯이, 엄마도 선재 아저씨를 통해 삶을 더 확장시킬수 있는 거라는걸..그렇게 원우는 세상에 한뼘 더 다가가기 시작한다. 기면증이라는 병 때문에 할수 없는 일이 더 많겠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그럴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누구의 도움없이도 설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보고싶던 바다에 혼자 간 일이 그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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