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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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감독이 4편의 이야기를 담은《미안해,고마워》는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영화이다. 송일곤 감독의 '고마워 미안해'에선 반려견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뒤늦은 화해를 하는 딸의 이야기를, 오점균 감독의 '쭈쭈'에선 밑바닥 삶을 살고있는 노숙자와 병에 걸린 강아지 쭈쭈와의 만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박흥식 감독은 '내 동생'을 통해 어린 시절의 반려견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에선 서로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부녀가 길고양이를 매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젠 애완동물 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 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쓸만큼,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갖는 의미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는데 또 다른 한켠에서는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음에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싫어하고 눈엣가시로 여긴다. 오래전부터 고양이는 영물이라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편견 때문에 길고양이가 살수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고양이 키스'의 딸 처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중절수술을 해주거나 음식물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끔 매일 밥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노력도 눈총을 받고 있다. 길고양이가 집 주변에 있는 것도, 소리를 내는 것도 모두 사람들이 챙겨주어서 그런거라며 말이다.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아도, 챙겨줘도 싫어한다. 아이들도 이런 편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길고양이를 해쳐도 되는 나쁜 동물로 여기기 일쑤이다. 정작 고양이를 길에 버린건 사람들인데 말이다.  

딸 과는 달리 아버지는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즉 '고양이는 왠지 주는것 없이 싫다' 라는 입장이다 . 아버지는 도통 시집 갈 생각은 하지 않고 고양이에 홀린 딸이 영 마뜩찮다. 퇴임하기전에 딸이 결혼하지 않는 것도 잔소리중 하나인데, 그동안 낸 축의금을 재임기간 내에 다 돌려받지 못한게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모양이다. 아버지와 딸이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고양이를 매개로 화해하는 모습은 천상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서로 불만을 쏟아내고 싫어한다고 해도 결국 언제 그랬냐 싶게 가까워지는 모습 말이다.  

4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건 '내 동생' 이었다. 귀여운 꼬마 아이 둘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엄마미소를 한 채 감상했는데, 정말로 예뻤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귀여운 보은이는 집까지 뛰어가서 혼자 문을 여는데 아마도 부모님이 집에 안계신 모양이다. 그런데 집엔 여동생 보리가 있었다. 아직 어린 보리가 혼자 집을 지키는게 의아하긴 했는데, 더 이상했던건 보리가 보인이보고 계속 '형'이라고 부르는 거였다. 왜 '언니'가 아닐까 싶었지만 두 아이의 노는 모습에 금세 잊혀졌다. 아마도 둘 사이의 특별한 호칭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놀이에 푹 빠진 자매는 같이 욕조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게 되는데, 때마침 집에 들어온 엄마가 발견하게 된다. 엄마는 놀라면서 보은이를 욕조에서 꺼냈고, 보리와 같이 목욕하지 말라며 꾸중한다. 대체 뭣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왜 보리는 욕조에 계속 놔두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그때 보은이가 훌쩍이며 말한다. "엄마,보리가 자꾸 나보고 형이래."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은 욕조에 있는 강아지 한마리 였다. 부모님이 강아지 보리를 데려오며 동생 삼으라고 했는데, 진짜로 보은이는 보리를 여동생이라 여긴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임신을 해 진짜 동생이 생길거라고 하자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럼 보리는 가짜 동생이란 말인가?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을 어른들은 알리 없다. 그래서 보은이와 보리가 어쩔수없이 떨어져 있을 때, 보은이가 느낀 슬픔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랬다면 둘은 갈라놓지 않았을텐데, 보리가 영영 사라지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처음엔 너무 귀여운 이야기라 기분 좋게 봤다가 나중에는 한없이 슬퍼지게 만드는 '내 사랑'. 그래도 둘이 아름다운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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