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고등학생 유리는 서정희씨에게 입양되었으나, 아들이 태어난 뒤 할아버지에게 맡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정희씨가 사고로 죽게되면서 그녀가 키우던 아들이 할아버지 손에 맡겨진다. 할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건강이 나쁜 상태였다. 졸지에 유리는 혈육도 아닌 초등학생 동생의 보호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게다가 자신의 입양과 관련된 비밀을 친구 세윤에게 듣게 된다.
과거를 정리하고 산뜻한 시작을 하고 싶을 것 같다. 양육자이지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할아버지, 철부지이면서 도무지 괜찮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 동생. 이 환경을 벗어나 괜찮은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제목의 가벼움과 대비되는 현실 사이의 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쩌면 유리가 애써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대신 부딪치고 돌파하기를 선택했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치기 좋은 재료들이 널려있지만 태도를 바꾸어 관계를 재정비했다. 지난 과거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결심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의지의 문제로 볼 수는 없지만 알아내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입양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겪은 사건들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판단하기 좋아하는 우리에게 다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고행숙 선생님의 입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낌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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