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는 모자장수의 맏딸로 태어났다. 엄마는 동생 레티를 낳은 뒤 일찍 돌아가셨다. 이후 아빠는 새엄마 페니와 재혼을 하고 마사를 낳았다. 아빠는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켰고 충실하게 살았다. 하지만 많은 빚을 남긴채 돌아가셨다. 새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시자 자녀들을 비난받지 않는 선에서 남의 집에 견습생으로 보냈고, 첫째 소피만 모자 가게의 운영을 위해 남겨뒀다.

모자가게에 있던 어느 날 황야의 마녀가 나타나 마법을 걸었다. 소피는 영문도 모른채 80살 노파가 되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동생 레티의 말을 듣고 새엄마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던 때라 집을 나가는 결정을 하기 쉬웠다. 떠나는 도중 하울의 성을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갔는데 하울이 외출한 사이 불꽃마귀 캘시퍼를 만났다. 자신의 마법을 풀어주면 그녀의 마법을 풀어준다고 해서 소피는 캘시퍼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소피는 성의 청소부가 되기로 했다. 하울이 나갔을 때 청소를 하다보면 계약과 관련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녀를 움직이게 한 동기는 자신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었고 하울의 불평을 들어야했다.

사실 소피가 이 집에 온 첫날부터 그녀가 마법에 걸렸음을 깨닫고 돕고자 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소피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재능을 타고났다. 그래서 그녀가 제작한 모자가 불티나게 팔렸던 것이었다. 영리한 마녀는 그녀의 사고방식을 마법을 강화시키는데 사용했다.

하울의 평판은 썩 좋지 않았는데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펜드레건이라는 본래의 성 대신 젱킨스라는 성을 쓰며 위장했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이는 전쟁에 참여하거나 왕실 마법사가 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왕실마법사 설리먼과 저스틴 왕자가 실종되면서 왕실은 하울이 이 사태를 해결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하울은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소피를 자신의 엄마로 속여 국왕 앞에 알현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을 쫓고있는 황야의 마녀로부터 도피하기에도 급급했다.

그러다 마녀와 싸워야 할 결정적인 일들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위기에 다다르는데......

영화로 본 내용과 상이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영화는 책을 기초로 하긴 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상상력이 많이 반영되어있다. 특히 비행기가 개입된 전투 장면은 하야오 감독의 시그니쳐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서는 소피와 하울의 감정묘사가 디테일하고 비중이 비등비등했는데, 영화에서는 일본식 감성이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책에서는 소피의 능력이 좀 더 돋보였는데, 영화에서는 예쁜 남자 하울과 사랑이야기만 남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 영화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많고, 전개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잘 만든 원작에 박수를 보내며 2, 3권은 to be continued......

추가)황야의 마녀의 계획은
f(x)의 피노키오를 떠올리게 했다ㅎㅎ

마법의 장화나 투명 망토 같은 것들이 정말 존재하는 잉거리 나라에서 딸 셋 중의 맏이로 태어난다는 것은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다시피, 자식들이 자신의 운명을 찾아 나선다면 맏이가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비참하게 실패하기 때문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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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인 브라이언 로브슨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웠다. 아빠가 계신 곳으로 가기 위해 경비행기를 탔는데 조종사가 심장마비로 실신했다. 부조종석에 앉은 그는 감각과 알고있는 지식을 동원에 호수에 비상착륙을 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거라곤 손도끼 하나였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이 지경이 된 데 화가 났지만 연민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생명을 유지한다. 회오리바람이 불던 어느날 호수에 잠긴 비행기 꼬리가 떠올랐고 거기에서 비상가방을 찾으면서 탈출의 실마리를 찾는다.

인적이 없는 곳에 비행기가 불시착한 뒤로 전개되는 부분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떠올랐다. 비행기 사고라서 가능한 시나리오가 신선했다. 우리나라라면 민관합동으로 금새 찾아낼 것 같은데 땅덩어리가 큰 나라들은 힘들겠다 싶었다. 모기떼와 스컹크와 사슴 등의 위협이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고 느껴졌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함께 경험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나라면 호수물만 마시다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일찍 죽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기위해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순간인건 자명해보였다.

그런데 떠나는 아이에게 엄마는 왜 손도끼를 선물했는지가 의아했다. 시대와 장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걸까, 아니면 작가가 너무 다양한 경험을 한걸까.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작가의 이력에 놀랐다. 그가 언어로 풀어낸 작품 세계도 더욱 궁금해진다.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청소년 도서로 추천!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걸 느꼈다. 언젠가 구조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아니었다. 그건 배울 수 있고, 생존할 수 있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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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질문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다. 190페이지에 명쾌한 답을 내놓고 있지만 차근차근 읽으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자기 삶의 동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철학자들도 그런 일을 주로 하지 않았던가? 최근 읽은 팡세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라고 생각해보는 데서 모든 생각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그림과 노래와 시의 시작을 헤아리며 예술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인 손석춘 선생님은 철학을 공부하고 언론계에서 기자와 논설위원으로 20년동안 일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들을 주로 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고싶다.

책 들머리에서 논의했듯이 인류 최초의 예술인 벽화와 그 뒤 연면히 이어 온 예술사의 전개 과정에서 캄캄한 동굴은 탐색과 창조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새로운 탐색과 창조의 산실은 바로 인간 내면의 동굴, 곧 자기 삶의 동굴이었지요. 그 동굴에서 탐색한 삶을 표면으로 건져 올린 것이 바로 예술 작품들입니다. 예술가들은 인생의 한정된 시간에서 홀로 동굴을 파고들어 발견한 삶의 심층을 더러는 ‘이미지와 형상‘으로, 더러는 ‘소리‘로, 더러는 ‘언어‘로 표면화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감상해 온 미술, 음악, 문학 작품이 그것이지요.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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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것같
다. 독서모임이 수다형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깊이 읽기 위해서는 발제자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뒷쪽에 예시가 나와있는데 포맷이 괜찮아보인다. 다만 질문을 좀 더 예리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은 토론이나 논술쪽 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소설 속 인물의 삶을 예민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런 ‘선택‘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을 읽어내야 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간의 삶은 각각의 논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 논리를 역추적하다 보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인물의 삶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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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합이라고 표기된건 저자가 일본에 살면서 집필했기 때문이고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우리는 ‘경술국치‘라고 표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국가보훈처는 말한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전후에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김해사람이었는데 고향에서는 부두에서 지게꾼으로 일했다. 이후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와 탄광에서 일했다. 부부는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았다. 엄마는 셋째를 낳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일찍 떠났고 아이도 뒤따라갔다. 아버지 혼자 양육을 하다가 새엄마를 들이지만 아들들은 엄마에게 곁을 주지 않았다. 배다른 동생이 태어났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고 새엄마는 집을 나간다. 다시 아버지 혼자 아들 둘을 키우게 된다.

재일조선인으로 한 집에 지내지만 방향이 달랐다. 아버지는 조선사람으로 태어나 조선을 그리워했지만, 아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육체적으로 힘에 부치는 강한 노동을 하며 타국에서 자녀를 키워야했던 아버지는 아들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외로웠다. 자녀들 역시 아버지의 완고함과 언어의 장벽때문에 외로웠다. 아이들을 데리고 김해를 갔지만 일자리 등의 문제로 정착하려는 마음을 접고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학교에서 사고뭉치로 지내다 사카이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주인공을 행동으로 판단하지 않고 연약함을 먼저 보았다. 그를 훈계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선생님의 상냥함을 발견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사범학교에 가있는 도중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작가가 말한 상냥함은 상대를 조건으로 평가하지 않고, 인간대 인간으로 대우하는 진심어린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바로 잡아주는 그 한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일제강점기에 말과 언어를 빼앗긴 나라의 후손으로 일본에 산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온기는 사그라들어가는 마음의 불씨를 살려주었다.

엄마가 먼저 떠난 것은 이 집의 첫 번째 비극이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가난함과 처지를 인식하게 된 게 두 번째 비극이었다. 하지만 상냥한 선생님을 만나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됐다.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생활에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준 그 한사람이 있었다. 가족이 아닌 최초의 신뢰할만한 어른이었고 일본인을 만나 다행이다.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내게 된 장면에 뭉클해졌다. 상냥함이라는 단어의 여운이 오래 갈 것 같다.

선생님은 조선인인 나를 격려해 줬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조선인인 나를 한 명의 학생으로 염려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여 준 이런 마음을 통해 제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고 할지라도, 비록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라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선생님의 진심어린 행동으로 나는 인간의 상냥함에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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