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 앉으면 한큐에 끝낼 수 있는 소설을 고르다가 첫장을 읽고 진다가 안나가던 이석원작가의 '실내인간'을 읽었다.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인 그가 낸 첫 장편소설이다. 생각보다 두툼한 두께의 소설이 속도감있게 읽혔다. 그의 음악과 닮아 있는 그의 소설은 적당한 슬픔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로 무사히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3년 전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던 용우가 맞은편 집 남자 용휘와 어울리면서 그의 비밀을 알아가게 되는 여정을 그린것이 그 이야기
결코 끝나지 않을 장마의 그침..
이석원과 닮은 주인공 용우는 아직도 3년전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추억이 서린 동네를 떠나면서 그는 티브이를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보며 잊혀지는 것이 이런것이라고 느낀다.
맞은편 집 남자 김용휘, 또는 방세옥
이사간 집의 옥상은 올라가는 계단도 없고 올라가서는 안된다는 관리인의 얘기를 들은 용우. 궁금하지만 알 방도가 없었던 그는 맞은 편 집의 남자 용휘를 베이커리까페 루카에서 마주치게 된다. 옥상에 대해 물어도 그는 답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 제롬과 용휘 남자 셋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주말에는 함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만나고 헤어짐의 이유
용우는 용휘에게 헤어진 애인의 마지막을 얘기한다.
"다시는 보지 못한대도 더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던 거죠 55p"
용휘는 어디선가 들어본 말인 듯 하지만 만남과 헤어짐에 이유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 역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누굴 좋아하고 헤어지는 데 이유라는 게 그렇게 부질 없는 거더라고. 그러니 누굴 어떻게 만나든 아, 우린 그냥 만날 수 밖에 없어서 없어서 만났구나, 그러나 헤어져도 아, 헤어질 수 밖에 없어서 헤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유 같은 거 백날 고민해봤자 헤어졌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 57P
어쩌면 진작 끝냈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난 그애가 두려웠고, 그애 없는 내가 두려웠고, 그냥 모든 게 다 두려웠으니까. 결국 두려움이 그 애를 잃게 만든 거예요. 자책할 필요 없어. 좋아하니까 두려운 거지. 잃기 싫으니까. 63P
아직도 아픈 용우를 위해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64P
이렇게 얘기하던 용휘는 방세옥이라는 필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하지만 그역시 견디고 있을 따름이였다. 그는 팔년전의 그녀를 잊지못하여 그렇게 미친듯이 글을 쓰고 이름을 알리려고 무던히 살았던 것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서점에 가면 그의 책들이 곳곳에서 그 대신에 그녀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나 여기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널 잊지 않고 있다고. 260P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씨.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던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 284P
용휘는 만남과 헤어짐이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을 고통은 그저 견디는 것일 뿐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책으로써 끊임없이 그녀를 흔들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다가갈 수 없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내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언젠가 그의 손에, 그녀의 손에 닿아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그리움은 영원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용휘의 무덤으로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랑이 이뤄놓은 것들에 대해 생각을 했다. 결코 혼자는 아무것도 아님을...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읽어주기를 바라봐 주기기를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만들어 내는 작품, 성과 이런 것들의 간절함에 대해,, 그리고 진정 사랑했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