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 고구려 하늘에 새긴 천공의 유토피아
김일권 지음 / 사계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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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동양인이 바라보는 밤하늘 풍경과 서양인 눈에 비친 밤하늘 풍경은 어떻게 달랐을까? 현대인이 바라보는 별자리의 모습은 고대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조선 시대 이후 중국인의 눈으로 별을 헤던 한국인들은 지금은 서양인의 눈을 빌려 오리온의 뒤를 쫓는 전갈과 메두사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의 자취를 더듬고 있다. 오래 전, 한국인의 눈에 비친 밤하늘 풍경은 어땠을까? 그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구려의 별자리와 별자리에 담긴 신화를 다루고 있다. 벽화에 나타난 별자리의 모습을 세심하게 복원하고 재구성하여 고구려의 종교, 문화, 신비한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김일권, 사계절, 값 2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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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경전 화남의 시집 19
홍일선 지음 / 화남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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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쑥꽃」 외 5편으로 등단하여 한국 농민시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던 홍일선 시인의 신작 시집 『흙의 경전』이 출간되었다. 1992년 두 번째 시집 『한 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를 출간하고 16년만의 일이다.

홍일선 시인은 데뷔 이래 일관되게 우리 농업과 흙, 자연에 대한 애정을 시에 담아 왔으며 <대운하 반대 문화예술인공동연대> 공동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생명과 평화의 사상을 실천해 왔다. 현재 경기도 여주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홍일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농업과 농민, 흙과 대지, 인간과 자연과의 친화를 노래하고 있다.

 삶은 대자대비한 땅
 홀로 찾아가는 외로운 농업
 그믐달이 강물의 영혼을 더 푸르게 해주어
 별빛이 먼 길 인도하여 주시면
 그대 근원을 향한 발걸음
 아무데서 함부로 멈출 수 없으리니     (「흙의 경전」 일부)

농사를 짓고 사는 외로운 이들이 끝내 가난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육체의 가난이 인간 내면의 근원을 향하는 걸음이 될 것이라 시인은 확신한다. 따라서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영혼을 맑게 하며 살아간다.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고 있는 시인의 마음은 한없이 순수하고 순박하다.

홍일선 시인이 보여주는 시 정신과 흙, 농민에 대한 사랑은 흙이 단지 흙이 아니라 무한한 생명의 모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볍씨가 품은 생명의 싹은 어두운 시대 시인이 감당해야 할 소명에 대한 내적고민이기도 하다.

홍일선, 『흙의 경전』, 화남, 값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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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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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었더니 김치와 양파와 계란 하나뿐이다. 근사한 만찬을 기대하고 연 냉장고는 아니지만 눈앞에 차려지고 있는 초라한 밥상은 눈을 감고 먹는 한이 있더라도 끝끝내 외면하고만 싶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삼십대 초반 하루키는 달리기를 시작한다. 위대한 소설가는 못 되더라도 좀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다분히 그의 기준으로) 부족한 재능이 소진되는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기 위해 그는 달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긴 금발을 뒤로 묶고 늘씬한 다리로 자신을 추월해 가는 20대 여성처럼 뒷사람에게 발자국 대신 자부심을 남기고 가는 러너는 끝내 못 되었지만,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리고 있다.

타고난 재능도 재능을 이끌어낼 능력도, 특별날 것 없는 재료들이 그나마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냉장고 속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느낀다면 우리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남은 재료를 한데 섞어 부족한 대로 미지의 요리를 만들어 볼 것인가, 개중 가장 정붙일만한 재료에 집중할 것인가, 냉장고 문을 부술 듯 닫아 버리고 곡기를 끊을 것인가?

소설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처음 구입한 날부터 10여 권의 장편 소설을 낸 세계적 작가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처음 운동화를 구입한 날로부터 스물여섯 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앞두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쓰기 위해 달리고 달린 것을 써내려갔다. 부족한 재료로 끼니를 연명해야 할 군상들에게 하루키의 문학여정이 전해주는 울림이 적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 임홍빈 역, 문학사상,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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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Book, The Cities of Ballpark : New York, Boston, Chicago, Atlanta, Los Angeles - 전5권 - 뉴욕, 보스턴, 시카고, 애틀란타, 로스엔젤레스에서 만나는 야구의 모든 것
F & F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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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고사, 고시와 기생, 공생하는 참고서를 제외하면 아마 요즘 출판 시장의 대세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론리플래닛’, ‘100배 즐기기’ 유의 여행정보지가 담을 수 없었던 성향, 테마, 사소한 한담을 풀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은 여행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유명 문학인이란 사람들도 이 대열에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변경, 오지와 몸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모노폴리 게임의 주사위가 던져지듯 여행 감상기가 하나 던져지고, 주사위 나온 숫자 마냥 여행 책을 발판삼아 나아간 자리에서 또 하나의 주사위가 던져진다. 세상은 넓고 나올 책은 끝도 없다.

『The cities of ballpark』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기 마련인 메이저리그 팀 모자를 만들어 파는 MLB라는 옷가게에서 낸 여행 책이다. 이랜드가 책을 냈다면 순례자용 전망대에서 가자 지구 폭격을 구경하고 널려진 시신 멀리에서 주여 삼창 하고 돌아서는 패키지여행 코스가 소개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MLB이다 보니 야구의 도시를 유유자적 거닐며 즐길 수 있는 여행 팁이 소개되어 있다. 스포츠와 패션과 알코올이 색색의 사람들과 멋들어지게 버무려져 있다. 뉴욕, 보스톤, 시카고, 애틀란타, LA를 연고로 둔 구단들의 역사, 구장 소개, 팬 인터뷰가 있고 팀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도시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사진과 이야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야구팬이라면 각 구장의 사진만으로도 흠뻑 설렘에 취하겠지만, 취기가 오를수록 열악한 시설과 팬 서비스, 이해할 수 없는 행정으로 일관하며 팬과 선수에 빌붙어 사는 KBO 사람들을 욕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메리카가 비자를 허락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신간 소개가 되는 듯해서 그림의 떡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기분이 들지만, 미국 여행에 관한 책 한 권 더 추가. 『뮤지컬 앤 더 시티』 는 일차적으로 뮤지컬에 관한 책이라 해야 하겠지만, 뉴욕 여행에 관한 책이라 해도 될 듯하다. 미국이라면 하와이도 버거울 사람들한테는 뉴욕 찬미가, 혹은 친미가로 보일 듯한 표지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뉴요커처럼 뮤지컬을 즐기는 방법’,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뮤지컬 한 편’ 따위의 문구로 한강 남녘 아파트촌에서 되도 않는 뉴욕 흉내를 내는 양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브로드웨이와 그곳의 뮤지컬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극을 전공하고 뮤지컬에 미쳐 산다는 저자의 저변 지식을 미루어 볼 때 아마도 저자가 자신의 책 표지 디자인에 흡족해 하진 않았을 듯하다. 극 내용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뮤지컬 산업을 이해하는 눈도 작게나마 뜨게 해준다. 이 두 권의 책만 봐도 문화, 체육, 관광이란 말이 본래부터 눈꼴 시린 단어는 아니었던 듯싶은데.

『The cities of ballpark』, F&F, 값 18,000원.
『뮤지컬 앤 더 시티』, 윤경미 지음, 시공사, 값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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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아이들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 손정숙 옮김 / 지식의풍경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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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불사른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태워 죽일 것이라는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예언은 그가 나고 자란 땅에서 그대로 실현되었다. 라디오, 영화, 설교, 수업을 검열하기 시작한 나치 독일은 미국의 스윙, 재즈 음악과 러시아의 포크 음악을 금지시키더니 급기야 비독일적이라 간주된 책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 1933년 대학생들과 나치돌격대들은 독일 전역에서 금서더미를 쌓아 놓고 불을 지피게 되고, 그로부터 8년 뒤 히틀러는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장애인 20만 명을 학살한다. 이 학살 수업의 경험은 이후 유태인 대학살에 유용하게 쓰이게 된다.

“젊은이가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라는 히틀러의 물음이 어떤 답안을 두고 있었는지는 오직 히틀러만이 알고 있었다. 700만이 넘는 독일 10대 아이들에게 베르사유 체제의 독일은 무능하고 부끄러운 부모 세대의 유산이었다. 아이들은 희망을 원했고, 히틀러는 이 아이들에게 위대한 이상을 제시했다. 세계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선택받은 아리안 혈통이여, 전면적으로 총화 단결하여 세계를 지배하라! 히틀러의 양자들이 배양되는 캠프의 입구에는 “독일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태어났다”는 문구가 박혀 있었다.

『히틀러의 아이들』은 나치로 되어간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줌을써, 파괴적인 역사가 젊은 사람들에게 강요했던 역할과 그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변해갔고 평생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부모를 밀고하고 친구를 죽인 아이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했을까? 그 책임은 과연 어디에서 물어야 하는 것일까?

테라스만 보고도 아파트 평수와 가격대를 헤아리면서도 학교 등급과 등수 없이는 사람의 가치를 헤아릴 줄 모르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황석영의 책을 알리기 위해 대중 가수의 이름을 빌려야 하는 시대의 아이들에게 과연 문화적 가치란 게 어떤 의미로 들릴지, 그 대답은 누구에게 들어야 할까?

세계 전쟁, 홀로코스트는 답안으로 가는 과정에 불과했다. 히틀러가 가진 협소한 세계관으로 예측하기에 세상은 너무도 불확실했던 것이다. 1941년 나치 보고서 “범죄의 위험에 빠진 젊은이들”은 “미국 스윙 음악을 듣고 스윙 댄스를 추며 하일 히틀러 대신 스윙 하일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나치식 범죄 용어로 말하자면 이들은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연합군의 압도적인 공세로 전장이 위태로워지는 것과 똑같은 속도로 완고하던 히틀러식 국가중심주의는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균열이 깊어 가고 있었다.

지금도 역시 거리에는 스윙의 자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앳된 소녀들이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무지막지한 소리를 질러대며 광화문 거리를 질주했고, 몇몇의 아이들은 일제고사를 돈성건희, 소망명박의 팬클럽인 뉴타운스의 브루마불 게임쯤으로 여기고 현장학습을 떠났다. 저항의 권리를 발산하는 ‘범죄에 빠진 아이들’이 아니라도 지금의 기업 정부는 내부적 모순으로 무너질 것이다. 그들이 작성한 불온서적 리스트는 그 자체가 상업자본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고, 그들이 잡아들일 허위사실 유포자들의 거짓말들은 또 그 자체로 하나의 사실이 되어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아이들』이 품고 있는 무한한 풍자와 상징성을 알아보고 기꺼이 이 책을 금서로 채택해 줄 의인이 정부 안에 하나라도 있다면 이 땅을 소돔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아직 없었지만, 군대든 어디든 제발 그래만 준다면 출판사 재정 확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인 즉, 금서 목록으로 책장 하나가 가득 찰 그날까지, 이땅에 살고 있는 히틀러의 후예들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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