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11월 내맘대로 좋은책

 
"죽(이)는 방법은 너무 많다"
 
코핀 댄서 - 전2권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범죄는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그러나 어설픈 캐릭터, 서투른 이야기 전개로는 범죄소설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독자들이야말로 최고로 까다로운 고객이니까. :)
 
전신마비 법의학자 '링컨 라임'이 등장하는 두 번째 책 <코핀 댄서>는 최고의 법의학 스릴러이다. 최고의 탐정과 최고의 범인이 대결한다. (최고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진짜 최고니까.;) 이틀 뒤에 열릴 대배심 재판에서 거물 무기 밀매상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될 증인 세 명을 제거하기 위해 '코핀 댄서'라는 킬러가 고용된다. 그를 잡기 위해 손발은 움직일 수 없지만 머리는 컴퓨터처럼 돌아가는 링컨 라임이 나선다. 탐정이 영리하면 킬러는 더 영악해진다. 킬러가 머리를 쓸수록 탐정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한다. 양쪽 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의 무기를 동원하여. 재판까지 남은 시간은 45시간, 미지의 암살자가 세 명의 증인을 살해하거나, 최고의 범죄학자 링컨 라임이 그를 저지하거나. 하나의 결론을 향해, 소설은 거침없이 나아간다.
 
서로 있는 힘껏 상대를 향해 공을 쳐내는 테니스 경기를 보는듯 한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두뇌 대결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하고 빈틈없는 구성은 단연 최고. 째깍째깍 제한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스릴 만점의 게임, 스케일과 박진감, 비현실적으로 영리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 거기에 최고의 반전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진짜로 재미있는 책이라는 이야기. 또다른 링컨 라임 시리즈를 빨리 읽고 싶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본 컬렉터>는 지난 여름 홍수처럼 쏟아진 추리소설 중에서 눈에 띄게 잘 씌여진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에 걸맞게 충분히 프로모션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명의 영화 '본 컬렉터'와는 다른 결말, 다른 분위기, 훨씬 더 나은 작품이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멋진 책. 물론,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코핀 댄서>를 읽는 데에는 거의 무리가 없다.)
 
 
 "시끌벅적, 키득키득, 인생은 사랑이 있어 아름다워."
사랑의 유산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오현수 옮김 / 대교베텔스만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돌아왔다. 작가의 고향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배경으로, 시끌벅적 한바탕 유쾌한 소동이 벌어진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간명하다.
 
삼대에 걸쳐 60쌍을 배출해온 다크 집안과 펜할로우 집안. 거듭된 결혼으로 굳게 결속된 양가의 우두머리 베키 아주머니가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세상을 하직한다. 가보인 '다크 단지'를 상속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써놓은 유언장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것. 유언장은 1년 후에야 공개된다.
 
그 덕분에 조용했던 마을은 바른 생활의 광풍에 휘말리고 처녀총각들에게는 결혼이 절대절명의 지상과제가 된다. 사실 가보는 낭만적 사연이 깃든 낡은 단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차지하는 사람은 마을에서 존경과 예우가 보장된 삶을 살게 되기 때문. 1년의 유예기간 동안 다크 단지를 차지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계속되고, 1년이 지났을 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온다.
 
내용 전개와 결말을 다 아는 드라마를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심리처럼,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소극이다. 인물들은 정해진 제 짝을 찾아가고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놓인다. 전형적이고 뻔하지만 남의 연애 이야기, 뒷담화처럼 재미있는게 또 있을까. <빨강머리 앤>의 몇몇 에피소드와 비슷한 장면을 발견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 사람들, 가족 내 미묘한 권력 관계, 다시 안볼 것처럼 다투고 성을 내지만 종내 마음을 열고 용서하는, 결국에는 선량한 사람들. 은근히 보수적이고 아줌마스러운 루시 몽고메리의 수다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빼어난 문학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아지는,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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