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돌아왔다. 인터넷 서점 직원에게 12월이란 정말 끔찍하게 바쁜 나날을 의미한다. 연말 연시 이벤트도 준비해야 하고 성수기를 맞아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특히 문학책!)  이번 주는 한국문학의 기간이었다. 임철우에 윤대녕에 조경란에 김형경에 조은에...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소설집과 에세이. 찬찬히 훑어볼 시간이 없다. 게다가 얼마 뒤엔 은희경의 새 책까지 나올 예정이다. 으아, 거기에 몰려드는 출판사 이벤트 처리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얌전히 앉아서 책을 읽었던 게 언제였던가, 기억이  안 난다. ㅠ.ㅠ 그래도 오늘도 꾸역꾸역 주말에 읽을 책을 챙겨들고 왔다. <옥스포드의  4증인>의 개정판 <핑거포스트, 1663>. <다 빈치 코드> 이후 역사추리소설들이 그야말로 물만난듯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어떨지... 예전에 출간되었을 때 평이 좋았던 편이라 기대된다. (아, 다음주쯤 출판사에서 대박을 노리고 있는 새 역사추리소설 한 권이 또 나온다.) 그리고 또 한 권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현역 소설가와 시인 일흔한 명이 저 질문에 대해 내놓은 대답이다. 정석적인 글도 있고 흐흐, 웃음이 나는 글도 있고. 한 작가당 몇 페이지 안되어서 더 좋다. 추천사를 쓴 김인환 선생님의 말처럼 아주 편하게 잡담을 즐기듯 작가들의 한 단면과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 꽂히는 작가 순으로 읽어도 좋고, 과다진지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쉽게 읽히는 책이다.

2004년 한해 동안 내 손을 거쳐간 책들의 운명을 돌이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책들로 인해 내가 성장한 부분이 있는가 돌아본다. '나는 왜...'라는 질문 그리고 대답. 언제나 방법보다 의도가 중요하다. '어떻게'보다는 '왜'인 것이다. 얼핏 거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한해였으나, 콩나물에 부어지는 물처럼 내 영혼에 비옥한 시간이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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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12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12-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포스트가 옥스포드의 4 증인 개정판이에요? 꽤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음.. 이번엔 맘먹고 사 볼까..? ^^a

zooey 2004-1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님/ 흐흐, 저야 잘 지내지요. 요새는 음,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일을 손으로 하는지 발로 하는지 모를 지경이랍니다.; (오늘도 9시 퇴근. ㅠ.ㅠ) 헤헤, 건강하게-잘 지내시죠? ^^



부..님/ 이래저래 엄살을 부리긴 했지만 역시 책에 둘러싸여 지내는 건 즐거워요. 으아, 일이 너무 많아 징징대다가도 좋은 책이 나오면 그저 좋아서 입이 벌어지는게 저희 편집팀 직원들이랍니다. ^^; 저도 요새 난독증인지 아님 정신이 없어서인지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와 걱정이네요. 반갑습니다~ ^^



panda78님/ 넵. <핑거포스트, 1663>이 <옥스포드 4증인> 개정판 맞습니다. 저도 2권 거의 다 읽어가는데 책 내용이 탄탄하고 꽤 재미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