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달의 궁전> 가운데 마르코 포그가 예술의 목적은 '세계를 가로질러 자신의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일입니까?
오스터: 때로는 그렇지요. 스스로도 왜 쓰는 것일까 종종 의아해하곤 합니다. 단지 아름다운 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쓴다고 할 수 없어요.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가요? 글을 쓰지 않을 때 가장 저기압이 됩니다. 그렇다고 글을 쓰는 일이 대단히 즐거운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더욱 나빠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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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어떤 의미에서 당신의 책은 모두 '같은 책'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것은 '어떤 책'을 말하는 것입니까?
오스터: 한마디로 나 자신의 강박관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까요. 내게 들러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것을 써 내려간 장편 역사소설 말입니다.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상관없이, 내 작품은 모두 같은 문제 군, 같은 인간 딜레마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 쓴다는 행위는 이미 내게 자유의사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무엇입니다. 어떤 이미지가 내 안에서 마구 솟아올라 막다른 곳에 몰리는 기분이 들고, 그래서 꼼짝 못하고 그것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한 마주침을 되풀이하는 동안 한권의 책이 조금씩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