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art 003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르 끌레지오에 대해서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감정은 별로 없다. 그저 몇 개의 소설을 읽었을뿐이니까. 뭐 느낌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난 잘 모르겠다야... 정도였지만 그래도 글은 잘쓰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근데 글 잘 쓰면 머하나. 아무 생각이 없는데!
앗... 남의 나라 유명한 작가에게 이런 말 하는 건 좀 그런가?
그렇지만 르 끌레지오씨, (르를 안빼고 붙여주는 걸 보니 귀족이었나보지?)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없을 수가 있소 당신?

이 사람, 페미니즘이나 사회주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페미니스트나 사회주의자가 되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입장은 보여줘야되는거 아닌가? 입으로는 프리다 칼로가 페미니스트에 사회주의 운동을 했었다고 하는데 서술하는 건 영.... 카사노바 전기 쓴 사람 누구지? 츠바이크? 그 사람과 비교해볼 때 영 아니올시다였다. 쩝... 실망이야...

어쨌든 '르'씨는 그렇다쳐도 프리다 칼로라는 여자,
같은 여자 입장에서 볼 때 매력적이면서 바보같은데가 있는 사람이다.

프리다 칼로를 처음 알게 된 건 수년 전 남자친구가 중남미 박물관에 다녀오면서 선물이랍시고 달랑 한 장 사온 엽서를 통해서였다. 선물이라니까 고맙게 받긴 받겠는데.... 이 그림이라는 것이... 참... 남녀가 우아하게 함께 보며 그날의 데이트를 칭찬과 감탄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상당히 '거시기'한 그림이었다.

'이 여자, 여자 맞냐? 먼 눈썹이 이리 진해?'
'그리고 이 젖물고 있는 꼬맹이... 애기 맞어? 수염도 났네.. 거참...'
거의 이런 식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별 희한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당시 머리가 아직 굳지 않았던 때라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을 기억해두었는데...
언젠가 한 후배가 나를 보더니 대뜸 프리다 칼로를 닮았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앗! 순간 얼굴로 열이 팍 쏠리면서... 내가 그토록 이상하게 생겼단 말인가?
눈썹만 진하고 수염난 여자.. 프리다 칼로랑 닮았다고라...?

나의 여성성에 도전하는 심각한 발언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프리다 칼로... 이름은 이쁜 여자가 왜 얼굴은 이렇게 안 이뿌게 그리는고야? 칫.. 내가 그여자 어딜 닮았다고...

투덜투덜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후로는 누가 누굴 닮았네 이야기만 나오면 시키지 않아도 '내 후배가 말이지...'로 시작하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프리다 칼로를 닮았다는게 나한테는 칭찬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녀처럼 살기는 싫다. 그녀처럼 아프거나 못된 한남자에게 질질 매이거나 혹은 그녀처럼 평생을 우울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그녀라기 보다는, 이 책의 fact들을 추려서 나 혼자 상상한 그녀(^^)의 모습들 속에서 내가 정말 갖고 싶은 인생의 미덕들을 찾는다. 강하게 혹은 너무나 약하게, 집요하게 혹은 여유롭게, 아름답게 혹은 추하게...

사실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그렇지만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았을 때 이 사람 참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이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긴데.. 심리치료할 때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많이 쓴다고 한다. 상처받은 자의 전형이래나뭐래나?) 그녀의 그림들을 딱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그림들 속에는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가슴에 피를 흘리거나 울고있는 혹은 상처를 동여매고 있는 수많은 프리다 칼로들. '당신이 내 속을 그려주는구려!

p.s.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그림들을 거의 '칼라'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화집처럼 말이지... '르'씨의 개념없음에도 불구하고 돈 절대 안아깝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아주~아주~ 이쁜 프리다칼로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래서 누군가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만 하면 즉시 꺼내서 보여준다. '이 여인 이뿌지 않아? 나랑 닮았데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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