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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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구조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추리소설들이 구조가 탄탄해야만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것이지만 그녀의 소설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수업시간에 늘 듣던 3막 구조를 안으로 흐르게 한게 아니라 오히려 밖으로 끄집어내 이야기를 싸는 포장지를 썼다는 점도 재미있고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좀 익숙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얘가 범인이겠구나 대충 때려맞췄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심(!)이 들게 하는 그 놀라운 능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실제로 그런식으로 말하고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도 대단한 재주다. 또한 대단히 영화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원래 앞뒤를 맞춰주는 사소한 디테일들을 좋아하는데... ^^

어느 바닷가에서 새터드웨이트가 포와로에게 수사를 요청하러왔을때...
포와로의 주변에 한 영국인 모자가 와서 얼쩡거린다.
바닷가가 심심한 영국 꼬마애는 괜히 심퉁을 부리고 새터드웨이트는 포와로에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포와로는 뜬금없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딴청을 피우며 잘난 척을 한다. 포와로에게 한 방 먹은 새터드웨이는 떠나고 포와로는 자신의 내면에서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는 '탐구심'을 느끼며 바닷가에 앉아있는데 아까 심심하다고 심퉁 부리던 영국 꼬마애가 엄마에게 와서 묻는다.
'엄마 바다를 보고왔어요. 담엔 뭐할가요? '
그때, 포와로는 빙긋이 웃으며 '아주 좋은 질문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빙긋 웃는다.

앗... 줄줄이 길게 써놓고 보니 먼소리하는지 잘 모를것 같다.
요지는 머냐면..(에구 쪽팔려라) 전혀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듯, 전혀 내용과 상관없을것처럼 등장하는 듯 보이는 인물이나 상황이 의외의 곳에서 깨달음을 주는 포인트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포석을 잘하고 깔아놓은 포석은 놓치지 않고 주워먹는다는 것이지.

음... 잘썼다는 말을 주절주절 길게 하고 있구나.
꽤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적인 구조나 전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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