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의 큰 장점 중의 하나는 구조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추리소설들이 구조가 탄탄해야만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것이지만 그녀의 소설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수업시간에 늘 듣던 3막 구조를 안으로 흐르게 한게 아니라 오히려 밖으로 끄집어내 이야기를 싸는 포장지를 썼다는 점도 재미있고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좀 익숙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얘가 범인이겠구나 대충 때려맞췄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심(!)이 들게 하는 그 놀라운 능력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실제로 그런식으로 말하고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도 대단한 재주다. 또한 대단히 영화적인 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원래 앞뒤를 맞춰주는 사소한 디테일들을 좋아하는데... ^^어느 바닷가에서 새터드웨이트가 포와로에게 수사를 요청하러왔을때... 포와로의 주변에 한 영국인 모자가 와서 얼쩡거린다. 바닷가가 심심한 영국 꼬마애는 괜히 심퉁을 부리고 새터드웨이트는 포와로에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포와로는 뜬금없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딴청을 피우며 잘난 척을 한다. 포와로에게 한 방 먹은 새터드웨이는 떠나고 포와로는 자신의 내면에서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는 '탐구심'을 느끼며 바닷가에 앉아있는데 아까 심심하다고 심퉁 부리던 영국 꼬마애가 엄마에게 와서 묻는다. '엄마 바다를 보고왔어요. 담엔 뭐할가요? '그때, 포와로는 빙긋이 웃으며 '아주 좋은 질문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빙긋 웃는다. 앗... 줄줄이 길게 써놓고 보니 먼소리하는지 잘 모를것 같다. 요지는 머냐면..(에구 쪽팔려라) 전혀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듯, 전혀 내용과 상관없을것처럼 등장하는 듯 보이는 인물이나 상황이 의외의 곳에서 깨달음을 주는 포인트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포석을 잘하고 깔아놓은 포석은 놓치지 않고 주워먹는다는 것이지.음... 잘썼다는 말을 주절주절 길게 하고 있구나. 꽤 재미있었다. 추리소설적인 구조나 전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시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