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섬>을 읽었을 때는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중학생 수준에는 꽤 어려운 책이었다. 섬에서 뭘 어쨌다는거야? 소설도 아닌 것이 고양이나 묻고 음.... 이런 수준으로 이해했었다. 하핫. 그런데 그 어린 마음에도 기억 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까뮈가 쓴 서문이었다. 맨 마지막에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도저히 이 문장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떤 책 한권에 바치는 찬사 중에 이보다 더 아름답게 쓸 수 있을까? 이 헌사를 읽을 무렵의 나는 스무살이 당당 먼 어린 아이였지만 까뮈의 스무살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쟝 그르니에의 다른 책들은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섬>은 편안하고 게으르며 느슨할 뿐 아니라 따뜻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 까뮈가 쓴 이 아름다운 서문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누군가의 스무살에 빛나는 기억을 안겨준 책이라면 읽어볼 만 하지 않겠나? 그것도 그 누군가가 까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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