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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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는 참 비밀도 많았다. 이건 너와 나 만의 비밀이야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마...라고 말하며 새끼 손가락을 걸고 맹세하던 많은 일들. 생각해보면 얼토당토 않은 것들이었다. 친구 한 명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동네로 탐험(!)을 가서 발견한 붉은 황토 마당을 가진 이상한 이층 양옥집. 우린 틀림없이 그 집에 외계인이 산다고 믿었고 그 집을 알고 있는건 그애와 나만의 비밀이었다. 동네에서 맨날 공기놀이(전라도에서는 작자꾸리라고 한다 ^^)를 같이 하던 애와 함께 땅파고 공깃돌을 묻으며 그것도 우리만의 비밀이라며 새끼 손가락을 굳게 걸었었다. 그리고.... 다 잊어버렸었다. 그런데 클로디아 고 맹랑한 계집애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하나둘 다 생각이 난다. 음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비밀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라고....? 그래서 그땐 그렇게 하루하루가 빨리 갔었나? 매일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애들과 하는 놀이와 똑같은 말다툼에도 그렇게 지루한 줄 몰랐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나? 솔직히 클로디아라는 애는 좀 얄미울 정도로 꼼꼼하고 나의 열두살과 비교해볼 때 너무 똑똑한 경향이 있어서 처음에는 정이 안갔다. 무슨 애가 이렇게 지적이냐....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조금은 안도할 수 있는게 생기더군. 히히.. 그래도 역시 넌 애야. 그렇지만 니가 크면 아주 까탈스럽고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되겠구나.

이 책은 비밀에 관한 책이다. 그러므로 클로디아의 비밀이 뭔지는 불문에 부치겠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났을 때 조금 아련하고 기분좋은 추억에 잠길 것이라는 건 보장하지. ^^ 아마 갑자기 비밀 하나씩 만들고 싶어질 것이라는 것도. 요새 난 비밀이 없었다. 남 뒷다마 깐 후에 서로 입단속하는 비밀 말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비밀을 만들었다. 뭐냐고? 비밀이다. 하하하핫.

<클로디아의 비밀>은 어른이 된 후 오래간만에 읽은 동화책이다. 나이가 먹을 수록 뭐든 복잡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면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동화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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