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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요즈음은 <레몬>을 위한 시대 같다는 말이 나온다.
동감한다. 요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레몬>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하는 데 충분하다. 다만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레몬>의 내용은 과거로부터 이어온 '인간 본질에 대한 접근'의 또 다른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제목 중의 하나였던 도플갱어에 대한 것이나, 인간을 한없이 닮은 로봇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간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이 <레몬>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클론'은 실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직접적이다.
마리코는 자신이 어머니와 닮지 않았다는 의문에 이어진 어머니의 자살로, 또 다른 후바타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TV쇼에 출연한 후에 이어진 어머니의 타살로 인해 자신들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 장씩 펼쳐치는 마리코와 후바타의 이야기. 자신들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만나고 싶어한다.
마리코와 후바타를 이어주는 것은 레몬이었다.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더 자신들이 같다고 느낀 것은 서로에게 레몬이 있다는 것, 또 다른 나는 레몬을 어떻게 먹을까 하는 것이었다.
"평소 레몬은 어떻게 먹어?"
"물론, 이렇게"
레몬을 깨물어 먹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도플갱어처럼 만나도 죽지 않았고, 한없이 인간을 닮은 로봇을 파괴하지도 않았다. 라벤더 향이 나는 꽃밭에서 레몬을 함께 먹은 그녀들은 레몬을 나누어 먹고 또 다른 나를 보며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을까...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한다.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음에도, 설혹 자신과 어딘지 다른 분위기를 가졌더라도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는 존재에 대해, 클론에 대해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마리코와 후바타의 이야기는 라벤더 향이 나는 곳에서 레몬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끝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지금부터가 시작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