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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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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대한민국에는 자발적 노예들이 많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어도 엄연한 사실이다. 자발적 노예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자처한다. 옆집의 자그마한 행복에는 무시무시한 증오와 질투를 퍼붓다가도 거대한 부정에는 노예근성이 자연스럽게 발동해 주인님들의 편을 들어준다. 최저임금을 30원 올리는 것에는 치를 떨면서도 대기업이나 정치인의 부패에는 국가 경제에 해가 된다며 눈을 돌린다. 세상은 이렇게 대물림되었다. 젊은이들의 고통을 너희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당연한 듯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뒤따라오는 말 ‘우리 때는 안 그랬어’ 그래, 그 때는 노력하면 조금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었겠지. 일본에 사토리 세대라는 것이 있다. ‘깨달음’의 세대라는 것인데 자동차는 운전하지 않고, 브랜드품은 관심이 없고, 연애에 대해서는 담백한 요즘의 젊은이들을 말한다. 한국에는 삼포세대라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아버지 세대들처럼 열심히 살면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 사회는 끝나고 무얼 해도 더 나아질게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자는 깨달음을 얻은 젊은이들, 그런 세대.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간 주인공 계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일을 하던 계나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전쟁과 같은 삶처럼 사는 현실에 절망하고 사표를 제출한다. 나름 좋은 학교를 나와 나름대로 대기업에서 일하며, 오래도록 만나온 남자친구까지 있는 삶이다. 그런 그녀는 왜 떠날 결심을 했을까. 스스로 한국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추운 날씨는 물론이거나와 치열한 삶으로 포장되는 경쟁구도, 그만큼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반대를 무릎 쓰고 오히려 미래가 더 불안할 수도 있는 호주로 향한다. 가족과 남자친구는 눈물로 만류했고 주위의 사람들은 외국병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국수 가게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원을 수료했고 방학기간 동안 남자친구에게 청혼에 가까운 고백을 들었지만 계나는 다시 호주행을 택한다. 첫 번째 호주행이 한국이 싫어서였다면 두 번째의 출국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였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자기 손에 움켜쥐고 싶어서 한국을 떠났다.

계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는 성공한 삶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계나 정도만 되어도 살만하겠다라고 생각할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주인공 계나의 삶은 사토리 세대의 삶이나 삼포세대의 삶과도 다르다. 이런 젊은이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지쳐 온전히 떠날 생각조차 못한다. 낭만적으로만 보이는 호주의 삶 역시 사회의 톱니바퀴의 일부분일 뿐이고 낙원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이민가고 싶다’를 내뱉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 사토리 세대의 삶이고 한국의 삶이다. 그저 꿈만 꾸고 있을 뿐인 매일 똑같은 삶. 수많은 젊은 세대들은 이런 노예의 삶에서 자신의 반짝이는 족쇄를 자랑하는 지경까지 왔다. 대기업 직원은 중소기업 직원을 깔보고 더 나은 사람을 질투한다. 기성세대를 욕하면서 닮아가는 세대, 욕하면서 닮아가는 사회. 하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꼭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다. 최소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미래가 두렵지 않은 나라를 바라는 것이 그렇게 큰 것일까. 그저 최소한의 희망을 원하고 있을 뿐인데?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p.10>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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