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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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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인생의 바닥에서 기어올라 꼭대기까지 도달하는 삶도 있고 범죄자에서 성자가 되는 삶도 있을 것이고 거리의 폭력배에서 작가가 되는 삶도 극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삶의 특징은 대부분의 경우 평온한 사회에서는 어지럽거나 불안정한 사회일수록 더 부각된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평온한 시절이 얼마나 있었을까. 세상엔 늘 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 속에 몸을 던진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위험한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사회가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사람이 역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교차한다. 하지만 때때로 개인이 시대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드러나기도 한다.

아버지를 동경하며 자랐던 리모노프는 아버지의 군화를 닦으며 전쟁 영웅이 된 자신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개 하급 관리일 뿐이었고 결국엔 한적한 시골로 쫓겨난다. 리모노프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지만 공장에서 일을 하는 하층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인 생활을 하던 그는 미국으로 망명해 노숙자의 삶을 살다가 억만장자의 집사에서 쓴 글 덕분에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하게 된다. 문단에서 성공했지만 발칸반도의 사병으로 참전하고 러시아로 돌아가 정치활동을 시작하고 투옥되기도 한다. 그는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개떡 같은 인생이지, 한마디로.”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는 온전한 전기라고 하기에는 작가가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전기인 동시에 소설이기도 하다. 에두아르드 베니아미노비치 사벤코다. 레몬을 뜻하는 러시아어 ‘리몬’, 수류탄을 뜻하는 ‘리몬카’에서 따온 그의 이름은 그의 삶을 그대로 대변한다. 레몬과 수류탄을 오가는 삶, 극적인 삶. 레몬과 수류탄은 비슷한 생김새 말고는 모든 부분에서 대척점에 위치한다. 역사 속에서 대부분의 나라는 수류탄의 길을 걸어왔다. 평온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계의 역사는 피로 얼룩져 있다. 러시아, 아니 소련의 역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피를 많이 흘린 역사다. 제정 시절과 세계 대전을 거치고 분리독립을 지나 현재에도 러시아의 역사는 피를 흘린다. 현재의 러시아는 어떠한가.


“공산주의를 복원하고 싶다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공산주의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이것이 현실이다. 러시아의 실세이자 공산주의를 그리워하고 심장이 뜨거운 푸틴은 정적을 암살하고 공산주의를 외치며 부를 축적하고 러시아를 피로 물들인다. 스탈린은 NKVD를 등에 업고 폭력을 통해 권력을 유지했고, 푸틴은 지금 거짓말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리모노프의 인터뷰는 러시아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이 주는 차를 마시지 말라는 씁쓸한 유머가 있다. 푸틴의 반정부 인사 암살계획을 폭로했던 연방보안국(FSB) 요원이 방사능이 든 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푸틴의 정적이자 푸틴을 비판했던 야당의 보리스 넴초프가 암살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푸틴은 역사 속의 사람들에게 리몬이 아닌 리몬카가 되기를 강요한다.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리몬의 삶을 살고 있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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