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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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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소설 중에 제목 정도라도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대부분 『인간 짐승』, 『나나』, 『목로주점』 등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 작품들은 나폴레옹 3세가 지배하던 제2제정기(1852~1870)를 배경으로 ‘루공’과 ‘마카르’ 가문의 5대에 걸친 역사가 담겨 있는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 중의 작품들인데 스무 권에 걸친 에밀 졸라의 연작소설중의 한권이기도 하다. 에밀 졸라를 자연주의 소설의 거장으로 만들어준 이 작품들은 ‘제2제정하의 한 가족의 자연적·사회적 역사’라는 부제답게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가치도 충분하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두 가문의 가계도의 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일생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제르미날Germinal』은 루공-마카르 총서 중 13번째 작품인데 연작소설인 만큼 7번째 작품인 『목로주점』과도 연관이 있다. 『목로주점』의 주인공이기도 한 제르베즈의  딸의 이야기는 9권 『나나』였고 아들의 이야기가 바로 『제르미날』이다.

에티엔은 철도회사에서 상사의 따귀를 때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몽수(‘돈으로 이루어진 산mont sou’이라는 의미의 가상도시)에 있는 탄광으로 찾아든다. 기계공으로 몽수의 탄광에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만 노동자의 자리도 구하기가 힘들다. 르 보뢰(‘먹어치우다, 탐욕스럽게 먹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devorer’에서 비롯된 이름) 탄광에서 죽은 광부 대신 운좋게 일자리를 구한 에티엔은 광산노동자들의 비참한 근무환경을 접하게 된다. 그곳의 하숙집 주인의 딸 카트린은 보게 된 에티엔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숙집에서 함께 살게 된 난폭한 샤발이라는 남자는 사랑에 빠진 카트린의 애인이었다. 광산에서 알게 된 노동운동가와 공산주의자의 영향으로 에티엔은 광산의 교묘한 임금 삭감에 항의해 조합을 만들어 돈을 모은 후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선동한다. 파업기간동안 비폭력 투쟁은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군인들의 발포로 카트린의 부모가 살해당한다. 강경진압에 목숨을 잃은 광부들은 의욕을 잃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지만 무정부주의자 수바린이 광산을 폭발시키고 갇혀버린 에티엔은 자신의 연적인 샤발을 죽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인 카트린도 죽게 되고 홀로 살아남은 에티엔은 파리로 향하게 된다.

『제르미날』은 노동자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로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될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미래를 예견하는 작품을 쓰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시간이 훌쩍 지난 우리의 상황과도 크게 다를 바 없으니 이것을 기막히다고 해야 할까.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에티엔은 끝까지 살아남아 희망이 보이는 듯한 결말을 취하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제르미날은 ‘파종의 달, 싹트는 달’이라는 의미―내가 찾고 있던 것은 새로운 인간의 자라남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겹게 일하면서 발버둥치는 노동자들의 노력을 담을 수 있는 제목이었습니다(에밀 졸라)―를 가졌다고 한다. 희망은 비참한 현실에서 더 아름답게 보인다.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죽음을 곁에 두고 일하는 광산 노동자들과 석탄 값이 내려가서 임금을 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부르주의의 화려한 만찬은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그리고 그 희망이 얼마나 소박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노동소설의 측면에서만 살펴보기에는 그 안에 담긴 대중소설로의 면모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광산의 문란한 섹스와 짐승 같은 애정행각 속에서 피어나는 에티엔과 카트린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제르미날』을 노동소설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노동자와 현실의 잔혹함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에티엔―카트린―샤발로 이어지는 통속적이지만 흥미로운 삼각관계와 사랑의 감정, 이 둘이 적절히 조화되어 읽는 즐거움도 함께 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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