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은 ‘책’을 통해 몰입의 즐거움을 한껏 누린 미국 여성,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일생을 데이비드 스몰의 멋진 일러스트로 보여주고 있다. 한평생 오로지 책에만 파묻혀 살았던 그녀의 삶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단조롭고 따분한 인생의 극치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녀가 평생 책에만 코를 박고 있어도 얼마나 즐거웠을지, 기뻤을지, 재미있었을지, 흥미진진했을지, 지적 유희를 즐겼을지, 가슴 두근거렸을지, 평화로웠을지 안다.

일생을 뭔가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다른 유희와 희열을 포기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크게 개의치 않으리라. 이미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것과 누리지 못한 것까지 모두 누렸을 테니까. 어떤 삶을 살든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그 선택에 충실한 삶이라면 어떤 삶이든 시시하지 않다.

내가 특히 그녀의 삶을 부러워하다 못해 질투까지 하는 이유는 그녀가 몰입한 대상이 바로‘책’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내 짧은 생애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대상은 책이었다. 하지만 그 관심은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책에 대한 열정과는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다. 음악, 게임, 홍차, 십자수 등등을 곁눈질할 때는 책 위로 먼지가 보얗게 앉을 때까지 방치해 두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자주 책을 떠나 있었다. 나를 책 이외의 것으로 유혹하는 것들은 너무도 많았다. 그녀도 분명 수많은 유혹을 당했을 텐데, 그녀가 보여준 몰입의 경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책을 읽고 사고 읽고 사기를 수십 년, 더 이상을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집안에 단 한 뼘도 남지 않자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책들을 몽땅 기증하여 도서관을 세웠다. 앗, 아까웠다,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녀의 몰입은 나처럼 지적 허영심도, ‘책’이라는 물건에 대한 집착과 물욕도 아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책에 몰입하지 못하고 그저 관심을 두고 있을 뿐임을……. 그 관심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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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6-2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책에 대한 열정.. 너무 궁금합니다 보관함에 담아요.

zipge 2005-06-2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nowdrop님에게는 엘리자베스 브라운이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합니다.^^

히나 2005-06-2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알려드릴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