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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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1979년에 태어나 70년대생이라는 마지막 기차를 잡아 탄 허지웅의 『대한민국 표류기』는 그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과 새로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블로그라는 열린 공간과 솔직해 보이는 그의 성격처럼 책 자체도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다. 첫 번째 장인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두 번째 장 ‘큰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눈을 돌려 지금 이 시대를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서는 도대체 왜-설마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니겠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영화에 대한 글이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이 실려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영화에 대한 글만 따로 내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영화 이야기도 꽤나 즐거웠다.
허지웅은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20대로 살아 버틴 기록’이며 앞으로는 평범하게 살기를 거부하겠노라고 밝힌다. 하지만 그는 이미 평범하지는 않다. 그럭저럭 대학에 나와 작은 회사에 취직해 집과 자동차를 할부로 사고 하루하루 갚아 나가는 ‘위대한 삶의 관성(이라고 비꼬는)’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심하다는 딱지를 서슴없이 붙이는 그가 어찌 평범한 사람이랴. 도시 빈민의 아이돌이며 다음 세대의 찌질한 리더라는 명칭은 절대 평범한 사람에게 붙여 줄 수 있는 별명이 아닐 터. 조금은 너그럽게 주위를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
허지웅의 글쓰기 방식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듯 하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야 그에게 환호를 보내겠지만, 그가 증오해 마지않는 반대편에 선 꽤나 많은 기성세대들은 손사래를 치며 싫어할 테고(물론 읽지도 않겠지만) 좌빨 딱지를 붙이려 할 지도 모르겠다. 그 간극은 마치 100분 토론의 상대방과도 같은 것이어서 시간이 흘러 세대가 완전히 물갈이되기 전까지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허지웅은 솔직하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 보이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글쓰기 방식은 진중권이나 김규항의 그것-『호모 코레아니쿠스』, 『B급 좌파』-을 따르는 듯싶다. 그런 거침없는 방식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가장 큰 그의 매력일 수 있는데. 이제 젊은 스타 작가로서 조금 더 교묘한 방법으로 자기 혐오와 변화를 거부해 버리고 삼성과 기자, PD만을 꿈꾸는 동세대와 더 어린 세대를 끌어 안았으면 좋겠다. 아, 참! 그리고 허지웅을 모르는 평범한 사람 중에도 아이들을 위해 촛불을 들고 공정택을 거부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우석훈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