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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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머릿속은 정말 복잡한 것 같다. 내 머릿속만 그런가? 좀처럼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지 못하고 잡념들이 두둥실 떠다니는데, 그 중 태반이 쓸데없는 걱정이다. (쓸모있는 걱정일 때도 물론 있겠으나) 현실에 몰두하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닐텐데 앞날에 대한 무수한 가정을 놓고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을 사서 한다. 걱정은 과연 인간의 팔자인가보다. 이 책의 저자는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 세상이 너무 무거워. 이걸 벗어나자. 그 돌파구로 생각한 것이 바로, 동물로 살아보기 이다.


처음부터 염소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코끼리가 되려고 했다. <코끼리가 된 인간> 프로젝트로 지원금을 신청해 덜컥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왠걸. 코끼리가 되기란 너무 어려운 미션으로 보인 거지. 일단 덩치가 너무 컸고 코도 움직여야 되는데, 그런 설비를 만들자니 어마어마한 규모가 된 것이다. 게다가 동물의 영혼을 이해해볼까 하고 만난 덴마크의 주술사도 말렸다. 환경이 친숙한 동물이라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그래서 권해준 동물이 '염소'였다. 주술사는 물었다.어떻게 동물이 될 것이냐? 동물 복장만 만들고 말것이냐고. 그럴 순 없지. 염소가 되려면 지금껏 살아온 삶의 맥락을 완전히 바꾸어야 했다. 의자를 봐도 앉는다는 동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난다.염소의 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염소 행동전문가를, 시나리오 상상과 언어 사용을 막기 위해 신경과학자를, 염소의 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수의대학 교수와 의수족 제작자 등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웰컴 트러스트도 그렇고 이 프로젝트에 도움을 준 사람들도 무척 인상적이다. 황당해하면서도 다 도와줘. 멋지다.) 그리고 마침내 스위스의 초원에서 염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글은 무척 쉽게, 마치 작가가 옆에서 떠드는 것처럼 쓰였다. (입말의 특징이 도드라진 나머지 '간지 난다'는 표현이 책에 등장했을 때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토머스 트웨이츠가 원하는 것(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을 정말 이루었는고하면, 그건 아니겠지만 (ㅎㅎ 어쨌든 그는 인간이니까, 2월 11일자 중앙일보 참조 ) 이 경험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독자인 내 입장에선 그랬다. 걱정은 인간만 하는구나, 인간만이 마음속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구나, 염소는 앞다리 뼈가 근육에 연결되어 있구나! (이거 너무 신기)


그리고 걱정을 없애는 일은 말이다. 스위스의 농장주가 한 말이 너무 촌철살인인거라.


...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면서 이 일이 인간으로서의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은 도시 출신이잖아요." 세프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미친 거예요. 여기 산 위에선 그런 미친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걸요."


맙소사. 그러니까 도시 사람이 살기 퍽퍽혀(!)

뭐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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