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작가 김남희씨가 `책 읽는 밤`이라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 대해 한국일보 칼럼에 적기도 했다. 거기 내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권씩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바로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였다. 김남희 씨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시노 미치오의 이름을 들어 알고는 있었는데, 읽는 건 처음이었다. 같이 참석한 P가 내 대신 책을 주문해주었는데 배송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통에 책을 한 줄도 읽지 못하고 모임에 나갔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남희 씨가 꼽은, 혹은 참석자들이 꼽은 인상적인 꼭지를 선별해 한 사람이 소리내어 책을 읽었다. 누군가는 낭독 소리에 맞춰 시선을 글 위에 올렸고, 누군가는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며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렸다. 호시노 미치오의 글은 많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사진을 함께 실어서가 아니라, 글로 묘사하는 솜씨도 탁월하다는 뜻이다.

내가 이 책에서 뽑은 키워드는 `관계`이다. 좀더 부연하자면, 자연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 아마 책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밥 율의 영향일는지 모르겠다. 그는 관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니까. 그 외에, 고래 턱뼈를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무스의 머리 가죽을 숲으로 돌려보내는 행동들도 자연과의 관계 안에서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그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모임에서 미처 못 읽었던 꼭지들까지 얼마전에야 마저 완독할 수 있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어짜면 그저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작은 존재들이 이 자연의 관리자이자 지배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행보의 끝이 과연 아름다운 결말에 이를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세상 풍경속에서, 한계를 받아들이고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이 세상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