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계나가 친구에게 얘기하듯 반말로 줄줄 늘어놓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정말 많았는데 예를 들면 오래 살기 싫어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어느 정도 일하고 어느 정도 놀다가 오래 살지 않고 콱 죽고 싶다! 는 다소 끔찍한(!) 소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확인은 사실 반갑지 않았다. 내가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 사회의 부조리에 치여 `본능적으로` 얻어진 것이거나 혹은 은연중에 이뤄지는 학습의 부산물일 뿐이구나 싶기 때문이지. 내 자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으며 앞으로 행복할 가능성따위 없다고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허희 평론가의 말대로 비판대상을 닮아있는 계나의 행복 판단 기준이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보자니 돌연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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