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음 보고서 - 불확실한 시대, 우리를 위한 심리학
하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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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내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부분을 꼽자면 3부 마음을 위한 액션/6장 마음의 만렙 중 한 꼭지 ‘내면의 성찰도 많으면 독이 된다’이다.

심리학이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전파되고 그 용어도 익숙해진 시대. 마치 몸이 아플 때 자가진단을 하듯 내 마음상태에도 스스로 이런 저런 이름을 붙이고 프레임을 짜서 이해하는 현상. 사소한 것까지 중증처럼 인식하는 현상을 꼬집었는데, 문득 나도 그런 적이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분명하고 뚜렷한 증상이 일정 기간 사라지지 않을 때에만 병원을 찾아가 의사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삶의 큰 흐름 속에서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는 정상적 발달 과제로 인한 갈등과 고민, 주관적 불편함을 ‘질환의 범주’로 놓고 의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증가했다. 삶의 어려움을 의료화하고 더 나아가 심리화하려는 것이다.

200쪽

... 이와 같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꿰맞춰서 조금씩 극화하면 충분히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신역동이란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주관적인 기억과 감정의 편린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걸 조장할 필요는 없는데, 최근의 심리화 경향은 이런 식으로 몰고 갈 위험이 분명히 있다. 이것이 심리화의 첫번째 부작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과거 불행의 원인 제공자를 탓하는 감정을 되새김질하고 있게 만든다. 결국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우연한 불행들을 흔치않은 비극으로 발전시키고 만다. 두번째 문제는 정상적 삶의 문제를 특수한 증상으로 치환한다는 것이다. 삶의 문제를 불안, 우울, 산만함 등으로 증상화하면서 이 증상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어 완벽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모든 문제는 현대인의 정신질환 때문이니 이를 잘 잡아내서 해결하면 된다고 여긴다.

201-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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