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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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의 기원은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적인 지, 수, 풍, 화의 향기로 시작된다.

바람의 향기, 대지의 향기, 바다나 강의 내음, 태양 속에 익어가는 열기가 만들어 내는 풍성함.

"콧속으로 흘러드는 차갑고 투명한 공기가 그 자체로 향기롭다."

새벽의 향기를 맡으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서본 사람들은 안다.

그 새벽의 공기가 얼마나 사람을 고양시키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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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역사에서 향을 중요하게 생각한 시간적 순서로 대륙을 배치하고 순서를 따라 걸었다.

그 여행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독특하고 고유한 향을 이야기에 입혔다.

책을 읽는 내내 시각, 촉각, 후각, 청각, 공감각 그리고 직감을 동원하게 되고,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이 감각이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가진 이 정도의 후각으로 창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의 직립 보행으로 시각이 발달하면서 후각이 퇴화하기 시작했다.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로 1차적인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믿을 수 있는 안전한 것이니까...

가장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본다면, 키스를 할 때 눈을 감는 이유는 시각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하고 다른 감각을 열기 위해서이다.


후각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원시적이고 신비한 감각이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보지 않고 소리 내지 않아도 냄새를 통해 위험이 다가오는지, 자기 짝이나 새끼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후각을 통해 오랜 생존 본능이 쌓여온 것이다. (중략) 이로써 후각적 체험은 우리의 감정이나 욕망에 얽혀 영향을 주거나, 반대로 감정의 흐름이 후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수면 중에도 후각 기관으로 냄새를 인식해 생리 현상에까지 영향이 미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후각과 감정, 욕망 등이 수면이나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관적 마음은 성스러운 선물이고, 합리적인 마음은 충실한 종이다. 우리는 종을 찬미하고 선물을 잊어버린 사회를 창조했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중략) 직관은 무의식적인 인식과 통찰, 내적 감각 등에서 유래하는 흥미로운 능력이다. 철학과 인지과학에서 오랜 시간 연구됐으나 아직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은연중 많은 부분을 직관을 의지해 살아가고, 때로는 직관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영감을 얻는다. 환상 또한 이 연장선에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경계를 알기는 어렵다. 어쩌면 후각의 신비로운 기능이 뇌 깊숙이 무의식에 연결되어 이들 사이를 오가는지도 모른다. 21세기 기술 문명과 이성적 논리에 함몰된 우리는 후각과 함께 직관과 무의식의 오랜 가능성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은 아닐까? P. 154-155 "

그렇다고 하더라도 냄새와 향기는 우리의 안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파충류의 뇌를 가동하고 우리 주위에 함께하며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향은 그것이 가진 고유한 냄새 이상의 것이며 우리의 육체와 정신과 함께 공명한다는 것을 안다.

향기를 통해 기억이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매력을 위해 고가의 향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향에 매료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인간에게 향이 미치는 힘이 크다는 뜻 아닐까?

신으로부터 주어진 직감의 영역을 열기 위해 우리는 후각적 요소에 좀 더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냄새로 뒤덮여 있다. 모두들 좋아하는 냄새가 있는가 하면 어떤 냄새는 대부분이 질색하며 외면한다. (중략) 이러한 구분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냄새를 맡고, 풍긴다. 태어나면서부터 맡은 냄새의 기억을 뇌에 저장한다. 후각적 체험은 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우연한 자극에 의해 추억, 감정, 욕망과 함께 되살아 나기도 한다. (중략) 세상의 냄새를 좇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태곳적부터 아로새겨진 감각의 기억속, 이따금 향기와 악취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하면서.

p. 6~8

참고하시라,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낯선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보이는 단어나 향기를 충분히 상상할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히 음미하며 즐길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세비야 오렌지 꽃] 부분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작가가 말하고 있는 시대 속에 배경을 연상하며 그때를 상상하며 내 머릿속으로 불러일으켰다.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음악을 3곡이나 찾아 들어야 했고,

* 세비야의 이발사 / 로시니

* 카르멘 / 비제

*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타레가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올리브 절임 이외에 시장에서 팔고 있는 여러 가지 토핑이 가미된 수십, 수백 가지 올리브 절임의 맛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와인의 풍미와

커피와 함께 맛보는 오렌지 커스터드 케이크의 조화로움

얼그레이 홍차에 가향 된 베르가못 (오렌지 잎의 에센셜)의 친근함을 넘어

세비야 오렌지로 만들어진 마멀레이드와 그것을 곁들인 빵에 이르러서는

나의 식욕을 감당하지 못해 내가 가진 커피와 빵을 구해와야 했다.

차와 말린 과일 .. 녹차, 장미 꽃잎, 말린 사과와 석류 등을 섞은 그라나다 티의 달콤한 향은 상상할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 파는 차가운 가스파초는 ... 글쎄?

급한 마음에 검색으로 대신해 보기도 했다.



붉은 곳을 상징하는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과 아라베스크 문양

천장에 장식된 5,000개에 이르는 벌집 문양


궁전 전역에 흐르는 정원과 분수를 위해 시에라 네바다 계곡의 물을 끌어왔다 했다.


이렇게 한 챕터 한 챕터를 여행하며 향기와 악취 속을 거닐었다.

고대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세의 유럽, 지금의 아시아...

작가의 동선과 함께 나도 나의 삶의 궤적을 거닐었다.

아로마테리피스트로 내가 귀하게 여기는 에센셜 오일들이 세상의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이 너무 반가웠다.

몇 시간을 날아가 설렘을 안고 내린 공항에서 낯섦을 받아들이기 위해 심호흡을 할 때에

아! 낯선 곳에 당도하였구나를 폐부 깊숙한 곳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이국땅의 특유의 향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향기들과 함께 한 경험을 떠올리며, 그때의 설렘을 다시 느껴 보았다.

"결국 악취와 향기는 인간이 가른 개념일 뿐, 생태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이간 또한 그 사슬로부터 무관하지 않다. "

아로마 테라피를 하면서 알게 된 것 중에

자스민 향에 들어있는 인돌(인돌 향은 약간의 똥의 향과 가깝다) 성분이 다른 향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나의 선생님께서는 조향에서 고급스러운 향을 만들 때 인돌 향을 빼버리면 뭔가 심심한 향이 된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세상을 여행하며 경험한 그것들을 통해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닌, 어떠 향을 발산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나를 만들어 가는 일..

좋은 경험과 그렇지 않은 쓰고 신 경험도, 나의 향기에 인돌 성분이 되게 하는 일

향기와 함께 하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민감성을 유지하고 후각을 발달 시키는 일..

직감과 연결하여 다시 되살리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덮으며 내게 남은 여운이다.

"감각이 진리가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무엇을 통해 진리의 개념을 알게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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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혁명 감정리폼 - 오만가지 생각과 마음 정리의 기술 셀프헬프 시리즈 18
김현숙 지음 / 씽크스마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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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잘 살펴보는 일이 중요해 지고 있다. 과학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그동안 쉽게 전환할 수 없던 이유를 알수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내것으로 만들수 있는 연습문제 처럼 익혀 볼수 있게 해줘서 직접 그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감정이 나를 성장시키는 좋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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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합니다 - MZ 세대도 믿고 따르는 뉴타입 리더의 일잘 노하우
백종화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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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개성이 넘쳐난다.

정말 나 때와는 전혀 다른 정서, 일하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

팀원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이렇게 작아지는 것일까?

라떼는 ... 이라는 이제 금기어가 되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꼰대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쯤이면 팀장은 사회악이 아닐까라는 심정마저 든다.

팀장이 과연 필요하긴 한 걸까?

** 디스오그 프로젝트 : 구글에서 팀장을 없애고, 실무자 중심의 조직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로 진행해본 결과, 팀원들은 다시 팀장이 필요해요! 다시 세워 주세요 라고 요청하게 됨.

쪼그라든 자존감을 가지고 누구를 리딩 할 수 있다는 말인가

A급 팀장, 나도 될 수 있다!!

뉴타입의 시대에 맞추어 요즘 팀장이 되는 WHY, WHAT, HOW를 살펴보자


장군형 팀장? 자율권을 강조하는 팀장?

누가 좋은 리더일까?

.

.

.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리더십은 하나가 아니다.

팀원의 색깔에 맞춘 팀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서 팀장에게는 부캐가 필요하다

매니저, 멘토, 코치!!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아빠가 부르실 땐 OO 이, 엄마가 부르실 땐 ZZ이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신입사원에게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주도적인 사원에게는 주도권을 넘긴 후 코칭적 리더십을

응원이 필요한 중간관리자에게는 응원과 지지를

개인 맞춤형 피드백이 필요하고

그것을 해주기 위해서 팀장은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팀장의 역할의 최종 목적지는

나에게 맞는 리더십과 팀원 각각에 맞는 리더십의 조화다

나의 성향과 자질, 재능, 자원 그리고 노력을 통한 지속적인 개발이 밑바탕 되어야 하고

팀원의 성향과 자질, 재능, 자원의 이해 그리고 그들을 성장할 수 있게 지원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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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이 되어 줄게 - 할아버지가 엄마에게는 해 주지 못했던 말
한기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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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 네 하고 달려가면 너말고 네 아범 ~

한때 이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내 맘속에는 도데체 이런 다정한 할아버지도 있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었다.

나의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화가나있는 표정으로 뒷짐지고 여기저기를 살피시거나

커다랗고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밭에 나갔다 돌아오셔서

근엄하게 본인의 자리를 지키시던 모습들 이었다.

나에게 할아버지란 언제나 조금은 무서운 존재셨다.

이렇게 자상하고 인자한 할아버지가 나의 할아버지였다면

어떠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자라났을까??


할아버지는

금쪽같은 손자를 위해 책을 썼다.

그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을 조금더 현명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 아이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세상을 알고 본인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사람들과 나눌줄 아는 풍요로움의 미덕을 지닌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할아버지가 가진것을 최대한 주고싶어 하는 마음이 여기저기 숨길 수 없이 드러나 있다.

온고지신 뿐만 아니라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을 지금 사는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는가 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적고 딸에게 붙이는 편지이기도 했다.

바쁘게 사느라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이제는 다 큰 성년이 되어 어색해져 새롭게 꺼내놓기에는 새삼스러운 말들

딸에게 못다한 말.

그리고마지막으로는 우리 모두에게 하고싶은 말들.

왜냐하면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손자에게만 비법을 전수해 주는 것은

진정 손자를 위하는 것이 아님을 오랜 세월 삶을 통해 잘 알고 계신것이다.

손자가 살아갈 세상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주위의 사람이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야

그런 세상이 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가득찬 세상이야말로

손자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른의 실종이라는 화두가 생겨난지 오래이다.

그 옛날 대가족 시절.

증조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동네 어르신들도 모두 나에게 지식과지혜를 알려주는 '어른' 으로 존재 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사는 법을 체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른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을 아이들이 잘 견디지 못한다.

꼰대, 영감, 입에 담기 민망한 말들로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거나, 옛날 사람들의 고리타분한 울림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 시대, 앞서 산 사람의 지혜로,

진정 손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 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 아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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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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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저렇게 이기적일까? 정말 자기, 자기 것 밖에 몰라'

'지금도 이런데 나중엔 어떻겠어? 우리 애들이 살아갈 미래는 진짜 .. 어후 상상도 하기 싫어... '

점점 세상이 삭막해지고,

모래바람 날리는 미래의 공간에는 인간이 할 일의 대부분을 기계가 맡게 되고

인간은 각자의 공간에서 끈끈한 접촉 없이 그렇게 외롭게 늙어가지 않을까라는 울한 상상을 해본다.

민섭 씨는 이야기한다.

'아니에요. 우리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걸요.'

내가 해봐서 알아요...라고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준... 소중한 경험들

"나는 그렇게 단단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하고 나약하고 무엇보다도 연약한 사람이다. 단단한 사람이 타인을 잘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약의 시절을 거친 사람만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 모두에게는 연약의 경험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이 수십 번씩 깎여 나가 먼지가 되고 세계의 중력을 이기지 못해 짓눌려 부유하는 그때, 한 개인은 자신의 세계 너무, 조금 더 넓은 지평을 상상하게 되다. 그리고 그 세계와의 연결을 간절히 원한다. (중략) 이때 우리는 자신의 연약한 시절을 기억해 내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그들이 결국 이 세계를 연결해 내고 구원해 낼 것이다. 나는 연약의 경험을 간직한 모두를 사랑한다. 모든 연약한 존재는 애틋하고 귀하다."

"나는 연대가 아닌 느슨한 연결의 방식을 떠올렸다. 이전의 연대가 눈에 보이는 굵은 밧줄로 각각을 단단히 묶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연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가 그 끈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도 잘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선한 영향력

"나는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쓰는 글이 지금 나오고 있는 피만큼 누군가에게 쓸모 있게 가서 닿을 것인가.

나는 거기에 답할 수 없었다.

나의 몸 안에는 여전히 타인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이다.

조금은 덜 외롭고 덜 두려워졌다.

헌혈이 끝나고 지혈대를 하고 누운 그 순간에는 한동안 잊고 있던 이전의 그 안온함이 찾아왔다.

내 피 잘 쓰세요. 저도 그런 글을 쓸게요. 자신은 없지만. 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랜만에 푹 쉬었다."

"그도, 그의 책임자도,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노동하는 나와 닮은 한 개인일 뿐이다. 분노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이 감싼 구조를 향해야 한다. 나와 닮은 개인에게 분노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한 개인의 격이라는 것은 이처럼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드러나는 법이다."

나는 자주 이야기한다.

나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성장을 돕고 싶어요.

그리고 세상이 좀 아름다워지는 것을 돕고 싶어요.

하지만 그다음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쉽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다 끝나버리고 말았을 일들

내 생각이 옳은 일일까? 고민만 하다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나고.

내 자그마한 행동이 무슨 영향력이 있을라고...

그렇게 접어버린 용기가 늘어날수록 세상이 바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세상을 바꿀 씨앗이라는 것을

우리는 믿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김민섭처럼 생각한다면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을 통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을 통한 실천

실천이 만들어 내는 가치

그 가치가 주도가 될 때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는 내가 살고 싶은 미래의 씨앗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신도, 이 연결을 확장해 나가는 고리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말한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의 실체일 것이다. 우리가 도운 가장 연약했던 시절의 한 개인이 결국 우리의 연약한 세계를 구원해 낸다."

언택트 시대를 통해 우리는 배웠다.

언택트는 결코 연결을 끊거나 애초에 연결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예전처럼 끈끈하고 직접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연결의 진화 연대에서 느슨한 연결로 변화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좀 더 광범위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게 연결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누군가의 주도로, 커다란 힘의 구조가 해내는 것보다 더 영향력이 있어지는 것.

우리의 미래는 거창하지 않다.

우주선이 휙휙 날아다니고, 모든 시스템이 인간 환경을 쾌적하게 하고.

sf 영화에서 보아온 세상이 10년 뒤에 펼쳐진다 하더라도

하루하루, 한해 한 해가 쌓여서 그 미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미래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꿈꾸고 그런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일에 동참하는 일

그런 과정을 통해 미래가 현재가 된다.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에 매우 집착하고 그것을 예측하려고 한다.

미리 만들어진 미래를 짐작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 함께 했으면 하는 사람, 나누고 싶은 것들...

오늘을 한 겹 한 겹 쌓아서 미래를 만들어 낸다.

내가 지금 살고 싶은 세상, 모두가 주인공이고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지지하는 느슨한 연대감을 가진 공동체

꿈꾸는 미래가 아닌, 지금 살고 싶은 세상이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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