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 어떤 감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연습
케빈 브래독 지음, 허윤정 옮김, 정우열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으로 까지 활동했던 한 사람이
순간 일상이 무너지며 느꼈던 불안, 우울, 무기력 그리고 그 문제들이 남성성과 결부될 때
그 상황을 어떻게 거부하고, 버티고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증세를 회복해
나가는 현재진행형 시점의 ‘체험수기’ 같은 책이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본인이 하고싶은 때에 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순수한 경험에서 나오는 솔직함과 더불어 당신은 우울해 봤나요? 라는
질문을 온몸으로 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 이유도 그는 그 우울에서 완전히 완치되지 않았다.
‘우울하지만 꽤 괜찮은 삶’으로
받아들이고 하루 하루를 채워간다.
그리고 작가는 지금 여기에서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마음대로 되지
않는) 내마음을 집중해서 들여다 보고 회복시키는 과정을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민다.
우울증을 병적 증상으로 겪지 않아도 우리는 살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힘든
상황’을 경험하게 되고
그 상황의 힘겨움의 경계선을 지나간 결과로 우울이라는 감정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실제로 우울증상의 시작은 삶의 즐거움 부족(무쾌감증)을 포함한다.
그 우울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그 경계에 머물면서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사람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책 제목을 정말 탁월하게 작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울증이라는 낙인이 찍힐지 몰라 애써 외면하며 건강한 척하며 버티는 것이
결국 본인에게는 더 감당할 수 없는 결과로 다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감정을 돌보고 관리하면서 건강한 나로 존재하기
#우울을 말하다
내가 아는 우울이란
감정은 너무나도 지극하게 개인적인 감정이다.
쉽게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도 없는 깊은 동굴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오롯이 나만 존재하는 세상에 갇히고 만다.
“나 요즘 너무 우울한 것 같아. 죽어버리고 싶어” 라고 말할수 있을까?
용기내어 외친다고
해도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닿을수
있을까?
그렇게 걱정하며
소극적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help me!”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것이다.
p. 68
진짜 취약성에
대해 논하려면, 취약성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인간 삶의 일부라는 사실 그리고 인간은 위기에 처하고 무너지고
장애를 겪기 쉽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취약한 상태와 취약성을 보여주는 행위를 더더욱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취약성은 바꾸어 말하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때를 말한다. 솔직히 말해 대부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도와달라고 외쳐보세요.
실제로 그 이후부터
진짜 꿈쩍할 것 같지 않은 세상이 나에게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다고
p.52
혼자 감당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저 손을 조금 더 뻗는일쯤으로 여기자.
# 주변의 소중함 그리고 함께 하는 힘
p.133
지원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테면 내 안에서 가장 깊은 절망을 느낄 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무리,
그리고 나보다 나를 더 잘알아서 내가 큰 변화를 겪고 있을 때 예전에 보다 안정됐던 모습의 나를 소환해줄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주위에 책장을 펼치면 거기서
아주 부드럽고 친절하게 또는 강한 어조로 어깨를 툭 치는 말을 해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게 좋은 사람 10명이 곁에 있는 것보다 싫은사람 1명이주는 스트레스를 더 크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직장 상사 욕을 할 때, 나를 괴롭히는 직장상사는 1명이지만 그것을 들어주는 나의편은 최소 한명이상 아닌가
물론 그들이 모두 내 말에 귀기울여 줄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적군이 아닌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일은 치유로 가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p. 160
내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 말해 그
문제를 다루지 않고 심지어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확실히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술술 말하게 된다. 감정마다 거기에 딱 맞는 말들이 있는데, 이를테면 불안은 어떤 느낌일까? 만약 내가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으면 나는 그것들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테고 그냥 그렇게 돌고 도는 삶을 살게 된다.
p.203
맨정신에는 양면성이 있다. 모든 감정이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그 감정들을
가장 분명하게 인정해야 진정하게 있는 그대로 다둘 수 있다.
#몸으로 느끼기 (일어나서
몸을 사용하기)
걷기, 요가, 단순한 노동
(설거지, 잔디 깍기, 장장패기, 자연을 느끼기
p.298
우울과 불안을 다스려가며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 손으로 하는 일이 효과가 크다.
다시 말해 몸을 쓰고, 기계적이고, 창의력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일이 좋다. 다음은 회복과정에서는 기분이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을
배우든 반복하는데 진정한 가치가 있다. 실천은
기분이나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매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전진하려고 한다. 상태나 기능이
매일 1퍼센트씩 좋아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각자의 일상과
의식에서 가능한 변화, 그리고 새로이 만들 수 있는 습관을 당장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잘하게 돼’
#하루하루의 힘
p.302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성찰 활동들은 도움이 됐고,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딱 하루씩의 단위로 줄이니 미래가 그다지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날그날의 계획을 세우고 도움이 되는 몇가지 접속(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하기, 시간을 내서 공원산책하기)을 추가하고, 이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매일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오늘이다 “ 이
얼마나 놀라운 진실인가. 후회는 우리를 과거에 묶어놓지만, 매일
아침은 새롬게 시작할 기회를 선사한다.
이책에 최고의 회복 비결 또는 모든 고통과 비참함을 한번에 없애주는 마법 같은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시 한번 사과한다.
그런 것은 없다. 아니 적어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회복은 어쩌면 가장 창조적인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 과정을 보여준다면, 아마 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생각들이 자신에게만 찾아오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