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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한동안 소설, 연애소설이라 부르는 애써 멀리하고 살았다.
적어도 내가 하는 사랑이 더 아프고 더 애절하고 더 가련해서 도저히 그 주인공들의 달콤한 사랑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의 책 소개를 받아 들고, 내 특별한 사랑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랑에 보태어 휘휘 저어버리고 싶어 졌다.
그렇게 함께 울다 보면 내 저릿한 가슴이 좀 덜 아파질까?
단숨에 한권을 읽어 내려갔다.
눈물이 났고 마음이 아팠고 먹먹해졌다.
이토록 아픈게 진짜 사랑인가?
우린 고통과 사랑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멈출수가 없는 것…
멈추려고 하면 더욱더 멈춰지지 않는 것.
적어도 나에겐 너무 아픈 사랑의 이야기 었다.
담담한듯, 내밀한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저마다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인내하고 발산하고 보듬고 못본척 하기도 한다.
작가는 말한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은 단 한번이라도 그런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사랑을 해본 사람들을 향한 헌사에 다름 아니다.
나 이 헌사를 겸허히 받고 싶어 졌다.
언제 끝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을 했었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절제함을 동원해 사랑한다고 호들갑떨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내 사랑을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눈물이 나도 울지 않았다. 겨우 뒤돌아 서서 숨죽여 울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앞에서는 일초라도 행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은 그렇게 우울하게 빛바래져 갔다.
‘말하는 것이 힘들면, 그때는 글로 쓰면 돼.”
그에게 전하고픈 말들, 못다한 말들, 모두 글로 적었다.
차곡 차곡 적다보니 어느새 공책한권이 훌쩍 넘어섰다.
한솔의 편지가 맘에 와 닿았다.
그렇게 백프로의 순수한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때 상대가 느낄 막막함조차 내 몫이라는 것.
그래서 고쳐쓰고, 읽고 읽고 또 읽고, 고쳐쓰다 만 편지가 쌓여갔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버리는 것일까
눈덥힌 산사의 길을 오르며 저만치 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볼때
수평선 넘어로 지는 해를 보내기 위해 숨가프게 언덕을 오를때
물들때로 물들어 버린 은행나무 사이를 드라이브 하며 맞잡은 두손의 촉감을 기억할 때
어디서고 언제라도 소환될 수 있는 추억거리들이 주위에서 당신을 기억하게 합니다.
내가 더 사랑해서 더 아픈것이라고 느꼈던 그때, 그건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엄마도 한때는 이별이 구원할 길 없는 결말이라고만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알게 된 많은 것들은 항상 이별이 알려주었다고 생각해. 자신의 의지로 버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야할 때도 있고,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잃어버린 것들도 있지.
어쨌든 이제 그것들이 내 곁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그 무게나 선명함, 그리고 소중함을 보다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살다보면 알게 돼.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바로 그 잃어버린 것들 덕분에 얻은 것이란 걸.
오늘도 나는 당신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당신이 그립다고 말하고
당신의 행복을 기원하고
당신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늘에 기도 합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한 죄로 평생 당신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정확한 순간을, 수진의 짧은 반곱슬 머리 밑으로 드러난 목덜미에 닿는 찬 기운이 알려주었다.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갑자리 싸늘해진 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당신이 떠오릅니다.
사실 당신의 온기가 그립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젠 말할 수가 없네요.
그리운 이여,
어디에 계시든지, 누구와 계시든지
강건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