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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환경과 기후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중 상당수는 잘못되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 문제를 과장하고, 잘못된 경고를 남발하고,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이들은 긍정적이고, 휴머니즘적이며, 이성적인 환경주의의 적이다. 그런 주장에 신물이 났기에 나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P. 28)
마이클 셸런버거는 종말론적인 환경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썼다. 셸런버거는 왜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문제인지에 대해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다양한 사례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논문과 참고문헌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환경주의가 어떻게 불안을 조장하고,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하며,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하고 있는지를 언급하고, 이들이 왜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당신도 한번쯤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 정도를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헛소리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가 엄청나게 많은 건 맞지만 수많은 종의 식물과 미생물들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다시 산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아마존이 지구 산소 공급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즉,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 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마존이 지구 허파라는 주장은 1970년 월러스 브로커가 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는데, 월러스는 이 논문에서 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를 공급한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주장했고, '부디 대중이 스스로 만든 유령을 쫓아내기를 바란다. (Hopefully the popular press will bury the bogeyman it created.)'고 언급했다.
플라스틱의 역설은 또 다른 예다. 저자는 플라스틱이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적이 아니라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영웅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의 발명과 같은 기술 발전이거북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등 환경에 도움이 되었기 떄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자연물 사용을 피하려면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 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추구하는 환경 보호 방식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그들은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자원을 사용하자고,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같은 천연 소재 쪽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천연 재료를 인공 재료보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관념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이 실로 중대한 역설을 인류는 비로소 이해하하여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한 선진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다.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10년 넘게 감소해 왔다. 유럽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23퍼센트 낮다.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5퍼센트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은 27퍼센트, 영국은 63퍼센트나 낮추었다. 대부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 역시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선진국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풍요를 이루고 나면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 것이다. 즉, 수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아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지구를 살리려면 궁극적으로는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우리가 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반박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당신은 고래를 구한 것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행위 금지? 고래를 구한 것은 국제 조약이 아니라 식물성 기름이었다. 국제포경위원회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가 1982년 포경 행위를 금지했을 때 이미 포경 산업은 사실상 끝난 상태였다. 저자는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 이후 사냥당한 고래는 20세기에 사냥당한 전체 고래 중 1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또한 채식의 환경개선에 대한 기여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채식주의자가 될 경우 음식 분야만 놓고 보면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16퍼센트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은 20퍼센트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분야 개인별 에너지 소비는 고작 2퍼센트 줄어들 뿐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 역시 4퍼센트 감소하는 데 그칠 뿐이다. 또, 개발도상국에서 공장은 삼림 파괴를 불러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실은 숲을 지키는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토록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기후 변화가 북극곰뿐 아니라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게 된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그 대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즉, 저자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의 과학적 기반 자체는 대체로 정직한 편이지만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과 언론 보도자료, 보고서 저자들의 성명과 언론 인터뷰 등이 결과를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행위주체들이 이념적 동기를 가지고 과장하는 경향을 보이며, 중요한 맥락을 함부로 생략하는 행위들이 포착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은 환경 종말론자들이 퍼뜨리는 논의는 부정확할 뿐 아니라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생각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는 말은 옳지 않다. 기후 변화, 삼림 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탐욕과 오만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다. 이는 우리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가운데 발생하는 작은 부작용일 뿐이다. 이렇게 볼때 우리는 특히 선진국에 사는 우리는 더더욱 오늘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누리는 문명 생활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환경 종말론자들의 주장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대하고, 인류가 도달한 풍요의 과실을 여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 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경주의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환경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