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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세트 (양장) - 전10권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것이 중학교 1학년때 였던것 같다.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을 거의 1년동안 묵혀 두었다가 읽게 되었다. 그 전엔 책사는 일이 거의 없던 내가 아마도 그때부터 책을 사기 시작한것 같다. 1권을 읽고 2권을 사고, 그거 읽으면 또 다음권을 사면서 책 읽는 것에도 재미를 들이고, 책 사는 재미도 들인것 같다.
나이가 나이인 지라 태백산맥에 나오는 사상적 이야기나, 그 깊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사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때는 주로 소설적 서사구조만 읽었었다. 기본적으로 4.3사건이라든이 여순사건같은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지식이 전무 했기 때문에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수 없었다. 물론 글씨는 읽긴 했지만, 그 때 읽은 것을 진짜 읽었다고 할수 있을까.
중학교 3학년때 쯤 '아리랑' 을 읽고서 태백산맥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틈틈히 읽고, 기억이 안나면 또 읽고 하면서 시간은 걸리더라도 완전 이해를 목표로 읽어 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민족주의자 노선을 갖고 있는듯 하지만 그도 아닌것같은 김범우, 결국 좌익을 택하게 되지만, 그의 사상은 소설속 인물들 중에서 가장 중립적이고, 합리적이고, 갈등이 많았었다. 염장진은 철저한 좌익사상으로 무장하였고, 융통성은 있지만 사상에 관한한 남을 설득했으면 했지 자신은 절대 설득당하지 않은 냉철한 논리 주의를 갖고 있었다. 손승호의 민족주의가 결국은 좌익으로 흘러가고, 평범했던 농민의 아들 하대치가 좌익을 하고, 좌익에 빠진 그의 아내들까지 산으로 들어가게한 1940년대의 우리나라의 모순들과 부딪혀 싸운,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김범우집의 하인 박서방의 ' 지주가 빨갱이 만들고, 나라가 공산당 만든다.' 는 말에 나타나듯, 나는 격어볼수 없었던 혼란을 이 책이 대신 경험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구가 아닌 분명한 사실이고,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남아있다.
앞으로의 자신의 처신을 결정함에 있어 속으로 수많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하고, 또 생각을 하고, 고민을하고, 이 과정을 또 되풀이 하는 주인공들의 사상에 대한 고뇌와 갈등이 내용의 반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사상의 깊이라고 말한건 아마도 이런 부분에 대한 말인것 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논리가 있고, 역설과 모순이있다. 이 모든것을 이기고 고지에 오르는 논리는 무엇인가.
여기에서는 사상으로 갈등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좌익을 택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의 모순을 역설했고, 좌익 스스로의 붕괴를 암시함으로써 공산주의 또한 그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말 만인의 공감을 얻고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할수 있는 사상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 또한 던져주었다.
지금 하는 말들이 과연 소설을 읽고서 나올 말들인가를 생각해보면, 너무 깊이 왔다 싶다. 태백산맥은 물론 소설이기에 이런 논리들의 바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서사구조의 이야기이다. 그 중에는 무당 소화와 지방 유지의 아들이면서 좌익에 빠져버린 정하섭의 사랑이야기도 나오고, 빨갱이 남편을 두었기 때문에 경찰서와 청년단에 끌려다니면서 고초를 당하는 외서댁과 들몰댁의 이야기도 나온다. 중학교 1학년때 사상적 지식 없이도 책 읽기가 가능했던것 처럼, 위에서 얘기한것 빼고도 읽을 거리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