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괴물 - 인간을 먹고 산 식인 동물에 대한 문화 생태학적 고찰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푸른숲 / 2004년 10월
품절


나는 이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가설을 하나 만들어보았다. 그것은 영구 지배 하의 인도에 살고 있던 사자(그리고 호랑이)와 식민지 시대의 오스트레일리아에 살던 악어에게는 적용되지만, 루마니아의 갈색 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 가설(실제로는 그저 하나의 개념에 지나지 않지만)은 알파 포식자를 절멸시키는 것은 식민지 경영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이질적인 형태의 무기와 조직적인 힘, 그들이 떠나온 고국과 도착한 땅에 대한 유대감 결여, 이질감과 무지와 두려움과 (그러한 불안감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비롯된) 문화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외래 침입자가 이미 원주민이 차지하고 있던 땅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말을 타고 또는 시카리의 도움을 받아 사자를 사냥하거나 가죽을 얻기 위해 보트를 타고 악어를 쏘아 죽이는 것은 단순히 스포츠나 상업적인 측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피를 즐기는 모험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송두리째 훔쳐가는 무단 침입자가 낯선 환경에서 편안함과 안전과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
땅 자체, 곧 그곳 생태계도 굴복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적어도 침입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 숲과 강과 소택지를 지배하는 대형 육식 동물을 소탕하는 게 필요하다. 부주의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원주민의 가치 체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신성시되는 곰을 모두 죽여 없애라. 조상 악어를 모두 죽여 없애라. 신화로 포장된 호랑이도 모두 죽여 없애라. 사자도 죽여 없애라. 그 곳에 살고 있는 괴물들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그 부족과 그 땅을 정복한 것이 아니다.-351-352쪽

그러한 괴물들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악몽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들은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에게 리플리와 같은 초인적인 용기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한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들은 우리는 단결하게 만든다. 우주는 아주 넓은 장소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우주는 대부분 텅 비어있는 지루하고 차가운 곳이다. 만약 우리가 지구에 남아 있는 최후의 야수를 절멸시킨다면, 나머지 역사 동안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든지 간에 그와 비슷한 다른 종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584쪽

"---이 땅의 주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자가 아닐가 하는... 만약 사자가 이 곳에 머물 수 없다면, 어디로 가서 살겠습니까? 오히려 우리가 침입자인 거죠."-5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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