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평점 :
"학교에선 노는 기술을 가르치고,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주는
나라.
군대도 자동차도 필요 없고, 영원히 행복할 의무만 부여하는 곳!"
모두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경쾌한 제안!
시사나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몰라도 듣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끼는 현재 우리나라에 대한 만족도 또한 알게 된다.
'헬'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삶이 힘들어지고 각박해진다. 그럴수록 현재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게 된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떤
현재를 가지고 있는지...
정말 이 국가가 싫으면 다른 국가로 가야 하는 것인지...
이 책은 그런 막연하지만 지극히도 판타지적인 이상을 가지고 시작한다. 주인공이
살아온 삶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의 역사와 함께 했다. 쓰리스타 컬러텔레비전이 최신형으로 날리던 시절 힘없고 약한 누군가에게
금전을 갈취한 행동이 아이들에겐 죄의식이라 알지 못했던 시절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여러 대통령이 지나온
날들까지.. 그 시대를 살았던 그리고 그들의 정치적인 삶에 가장 가까웠던 검사라는 직함으로 그 시절을 보내온 주인공이다.
다행히 어린 시절 정의롭고 바른길을 아시는 아버지로 인해 금품을 갈취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여자를 만나 공부를 알게 되어 어쩌면 아버지와 같은 정의가 없어도 달달 암기 재능 하나 가지고
검사가 되었지만 강현은 그 많은 세월을 지나 자신만의 정의를 알아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알아가는 정의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고 부정부패에 찌들어 갱생 가능하지 못한 현실을 알아버렸고, 희망 없는 그곳에 급기야 그는 사직서를 내고 만다.
검사직을 버리고 전업주부생활을 시작하기
시작한 그에게
다가온 제의.
"JDZ(한일 공동 개발구역) 만큼 재밌는 곳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겄소? 나는
말이요, 큰놈 하나 작은놈 하나
그라고 LFEN(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땅) 위에다가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라요,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구성원들이랑 징하고 멋지게
살아불라요."
허무맹랑한
소리 같은 제안이지만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어 이러다 진짜 국가 하나 생겨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계획은 구체적이기
시작하고 강현은 그들과 한 몸인 것처럼 아로니아 공화국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1부는 주인공의 과거, 2부는 JDZ에 대한 이야기& 아로니아 공화국이
만들어지는 과정, 3부는 아로니아 공화국의 차기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식으로 진행이
된다.
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국가. 국민이 국가 그 자체가 되는 재밌고 신나는
국가.
현실과 이상 속의 국가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점점 스케일을 키워나가지만 읽다 보면 뼈아픈 과거를 다시
읽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책을 덮고도 앞으로 남은 숙제인 JDZ.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이상적인 아로니아 공화국을 만들어 놓고 미래에도 한국에 살아갈 현대인들에겐 걱정을
안겨준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장 아로니아로 이민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난 생각과 앞으로 남은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재미난 상상으로 풀어낸
이야기.
'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정치와 국가 형성에 대한 어려운 편견을 넣어두고도
재미난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