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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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흰긴수염고래, 재버워크와 '바다'가 있는 레고 블록 같은 마을에서
조금 이상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님 전작들을 보면 오래 귀여운 주인공이 등장한 글을 쓴다고 하면 고개가 절레절레였는데
역시 편견은 편견일 뿐... (몇 작 품 안 읽어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ㅋㅋ)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자기애가 넘치는 한 소년의 시선에 시작인 한 여름의 이야기.
4학년이면 성이 눈을 뜰 나이인가? 아니면 그 소년의 시선엔 뭐든 새롭고 궁금증에 기인한 것인지 몰라도 능글맞은 시선도 약간 느껴지는 호기심 많은 한 소년과 펭귄과 누나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이다.

 메모를 자주 하고 많이 하는 주인공 아오야마. 5월 어느 날 자신의 마을에서 펭귄을 목격하게 된다. 여기가 펭귄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집요한 시선 속에 잡힌 그 펭귄은 통통하면서 튼튼하고 무리 또는 따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마을 곳곳에 출몰을 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그 펭귄과 치과 누나와 연관성을 알아가면서 아오야마는 누나와 펭귄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펭귄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건가?"
...
"이 수수께끼를 풀어봐. 어때? 할 수 있겠니?"


 그런데 어느 날 자신만의 비밀 연구라 여겼던 펭귄을 키우고 있는 학교 친구를 만나게 된다. 비밀스러운 친구의 비밀이었지만 그로 인해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생겼다. 이 펭귄은 지하철을 타고 마을 밖으로 멀리 가면 콜라캔으로 사라져 버린 다는 것.!
 거기에 미지의 숲속에 '바다'라는 존재를 발견하면서 아오야마의 연구 소재는 더욱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가끔씩 등장하는 아버지의 한마디 한마디로 연구를 하는 방향이 새로워지고
날마다 발견한 기록을 정리하면서 아오야마와 친구들은 이 모든 것들이 그 누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연구이길 바랐던 그 공간은 같은 반 친구인 스즈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그로 인해 아오야마는 첫사랑 누나와의 이별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재미난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콜라캔 펭귄. 그리고  첫사랑 누나~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재미난 연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책은 순식간에 읽힌다. 거기에 끝을 향할수록 어린이 만화 줄거리의 끝처럼 어른들의 시선이 개입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버린다. 신기한 현상을 연구하는 어린 소년. 그리고 그런 소년에게 자신의 비밀을 풀어보라고 하는 미지의 누나. 
 10대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주인공 아오야마나 친구 우치다 같은 진지하면서 연구형 성격이 조금은? 딴 나라 이야기 같았지만 아이들의 시선 속의 세상은 작가님 특유의 시선을 재미나게 만들어 내신 것 같다. 거기에 애니는 어떻게 화면에 담겨 있을지 아이들과 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 들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출몰한 펭귄을 보고 시작된 의문점을 찾아 떠나는 일정이기 때문에 아이들 역시 재미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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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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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당차고 씩씩하게!"

 

 

 

 

 요즘 아이가 10대에 접어들고부터 부쩍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아무런 문제 없이 자라길 바라지만 나의 과거들을 생각하면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닌 것 이 성문제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예방과 그때마다 할 수 있는 지침을 연습하게 그나마 최선의 노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학년 일 때도 학교에서 하는 부모 성교육을 들었지만 제일 먼저 할 일은 아이와의 의사소통이다. 아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교육이든 교육이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아이와의 많은 대화를 하고 싶어하고 교감을 하고 싶어 하지만 이게 맘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10년 동안 쌓아온 딸과 나의 관계가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에 비해 아이의 성향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같은 행동이어도 어떤 아이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최근 들어 많이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성에 관련된 문제를 피해야 하는 생각은 전혀 아니기에 나 먼저부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접근해야 하는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 속에는  자기결정권 '성적 주체성'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것. 남의 생각이 우선이 아닌 내가 우선이라는 것.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성교육은 대부분 이것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저것은 저렇게 해야 한다는 틀을 정해준 교육으로 시작이 된 것 같다. 여성은 여자처럼 남자는 남자처럼 그러다 그 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틀리고 나쁜 것이라는 결론이 나는 교육.  이런 교육은 우리 아이들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렇다고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도 아니어서 조금은 두려운 마음 등등...


 하지만 최근에 일어나는 미투 운동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여러 운동과 사건으로 인해 여성들이 조금씩 자기 주체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거기에 발맞춰 우리 아이들도 조금은 당당하게 삶을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함께. 

 

 

 

 책에는 하지 마 안돼의 개념보다는 이렇게 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권합니다. 좋은 대화법이고 좋은 대처법인 거 같아 기억에 남는다. 매번 아이들에게 누군가가 널 만지거나 데리고 가려고 하면
"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 이 세 단어를 습관적으로 말하기를 시킨다. 물론 이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행동을 하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 좋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치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이란 가정을 생각해보면 그땐 또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결론은 아이들에게 이런 경우엔 도망가라고 하기는 했지만...
 무조건 적으로 안된다라기보다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는 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었다고 할까나.

 p256 아이와 함께 여러 상황을 가정하며 연습해 보세요. 소리를 못 지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지, 친구가 같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할지 등등 여러 가지 경우를 가정해 보세요. 아이의 생각도 물어보시면서요.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일어난다. 나 역시도 그랬고 아이들이라고 또 피해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경험이 중요한 게 이런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 어릴 적에 당한 성추행의 기억은 평생 트라우마처럼 느끼고 대처법도 몰라 당황하다가 나 혼자 상처받고, 그러다 움츠러들고, 내 삶을 내가 망치는 기분도 들기 시작하면서 자존감도 낮아지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삶에 반영이 된다.

 이런 삶을 우리 딸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맘으로 계속해서 성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나보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교육이 딸들에겐 조금 더 움츠려들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PS. 책 뒤에 나온 유튜브 영상도 보는데. (엄마와 아들의 본격 섹스 토크쇼)
유쾌하게 아들과 대화하는 부분이 인상 깊네요.
저도 언젠가는 저리 이야기하듯이 교육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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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리아민의 다른 삶 - 제8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전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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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권력을 향한 의미심장한 기싸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기싸움은 커다란 사건을 가지고 일어난다기보다는 현재 재집권에 성공한 리아민의 전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어난다. 또 한 번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작가에게 다가온 기회. 
 그리고 그 기회가 서서히 그를 억압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억압된 정신을 풀고자 만나게 된 율리. 의도하게 그녀를 만난 건 아니지만 그녀의 성공 욕망이 상호를 만나 우연히 잘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은 자신과도 비슷한 어쩌면 흔히 말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가진 리아민에 작가 상호는 서서히 그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리아민의 전기는 써야 하고, 돋보이는 글은 쓰기 싫고..
이래저래 그의 욕망과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거기에 그를 이용해 성공하려고 하는 율리까지 엮이면서 작가 상호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유지하면서 글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결국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리아민이 아닌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성인 리아민의 전기를 쓰게 된다. 하지만 그 글은 발표되지 못하고 다른 이의 글로 바뀌어 상호의 이름으로 출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 사이 글이 완성이 되려 하는 그 순간에 드러나는 각자의 욕망들.
그리고 출간된 후 밝혀진 각자의 동상이몽..


 이 글의 주인공은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한 사람을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흔한 기싸움은 주변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서로의 상호작용에서 우 위에 스기 위한 물밑 작업이라고 할까? 어떻게 하면 돋보이는지에 고민하게 되고 원하고자 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까지. 

 
 작가 개인의 눈에 비친 리아민은 한나라를 이끌어갈 정도의 아우라가 보이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그는 누부보다 청렴한 이이지만 그의 과거를 듣는 순간 리아민은 대통령이 아닌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더 부각시켜야 하는 전기를 써야 한다는 게 그에게 어찌 보면 힘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글을 원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작가는 그러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이런 하게 그가 쓴 리아민의 전기를 리아민은 만족스러워했을 거라 여겨진다. 비록 수석비서관의 입을 통해 들려온 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완벽한 자신의 삶에 한가지 인간적인 면을 작가 상호에게 이야기하고 기록으로 남겨졌기에..

 리아민의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단락이 없어 리아민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상호의 시점의 글은 힘없는 작가를 이용한 여러 사람들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한 글인 느낌이 든다. 상호 역시 처음엔 힘없이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신을 표현하지만 결국 그 역시 그런 권력 싸움에 마지못해 한 다리 걸쳐 한 가닥의 힘을 얻고자 했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리아민의 진실이 있다는 것에 역시나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어서 어두운 내용이지 않을까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나름의 반전도 있었던 이야기라 여겨진다. 거기에 유명인의 과거케기라는 미묘한 비밀 파헤치기 심정으로 읽어나간 글이어서 그런지 막힘없이 읽힌 느낌이 든다. 원래 사람들은 다른 이의 결정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 별것 아닌 사실에도 무언가 큰 약점을 쥐게 된 느낌을 받기 때문에.. 힘 있는 독재자와 명성을 얻고자 하는 힘없는 작가의 대결구도적인 이 책의 주인공들의 설정이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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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심장
진주현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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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먹는 염소'의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꼭 봐야지 했던 차에 출간은 하신.. ㅎㅎ
매력적인 글인데 뭔가 이중적인 커튼이 내려진 글 같다.
전작의 작품도 그랬고 이번 작품도 그러했다.


겉으로 드러난 이 글은 짧은 단편과도 같은 글인다.


호기심 강하고 숫자 세기 강박을 가진 대학생 J와
어렵다 못해 가학적인 수준의 강의로 악명 높은 젊은 예술미학 교수 N의 84일간의 열병 같은 사랑.


개강 일부 터 학생들을 흔드는 가학적인 매력을 가진 교수 N . 그런 그의 강의를 궁금증이란 이름으로 접하게 된 J는 서서히 그의 강의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 한두 번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그의 강의를 듣고 세 번째 강의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녹음해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끝까지 함께한 한 여학생마저 떠나가게 만든 그의 강의 마지막 시간 .. 드디어 남게 된 두 사람.

"저 ······ 다음 학기의 강의도 이번과 같은 내용인가요?"
"다음 강의는 없네."
.
.
"J, 페. 르. 소. 나. 자네의 열정이 더 좋은 곳에 쓰이길."


교수는 한 학기 내내 독한 강의를 독하게 듣는 J와 함께 하면서 무엇을 보았을까?
지독한 교수와 지독한 학생의 한 학기 동안의 그 시간이 그들에겐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그 시간들이 그들에겐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다여겨진다. 그의 강의를 녹음하면서 J는 서서히 교수에게 빠지기 시작했고 그를 아는 이를 통해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연인이 된다. 서로에게 빠져들듯이 탐하던 그들은 어느 순간 N의 고백으로 헤어지게 된다.


 사랑에 빠지던 순간이 빨랐던 만큼 헤어진 시간이 빨랐던 그들. 그리고 10년이 흐른 후 그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어머니를 통해서...


그때부터 시작이 된 J의 주변이야기..
아마 이 현상은 그녀가 교수와 헤어지고 나서 했어야 할 방황과 고뇌였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던진 한마디의 무게를 떨어내기 위해 했어야 했던 반성들이었을까?

아리송한 여러 사건들을 걸쳐 그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상처받은 이를 만나 다시 생각하면서 그와 그녀의 과거의 일들을 서서히 털어내기 시작한다. 진정한 N 과의 헤어짐이 끝이 난 것이다.


페르소나.
그리스어원으로 가면이라는 뜻.인데 이 단어의 뜻이 오묘하다.
왜 독한 학생에게 그런 별명을 지어준 것일까? 
N는 그녀의 그런 면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알려준 것일까? 
아니면 그녀와 그가 비슷한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알고 건넨 한마디였을까?

 

 

마지막에서는 반전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기는 하지만 마지막을 향해 가는 J의 행동들은 그녀가 살아감에 있어 스치듯 지나칠 법한 슬픔에 빠진 이를 다시 한번 둘러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여겨진다.
 
"당신에게 의뢰한 일은 타인의 슬픔을 청소해주는 겁니다."


그녀 역시 마지막 자신의 슬픔을 치유를 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
가볍고 밝은 미래를 떠오르게 하는 그녀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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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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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완벽해진다."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 기분 ···
그것만큼은 틀린 게 아니므로.



 

◇◆◇


 

내 인생의 갑.
글 속에 숨어있는 자신을 위한 한마디.

 몇 해 전에 자신감 테스트를 한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울증과 함께 내가 봐도 내가 아닌 듯한 삶을 살아가던 그때 심리치료라는 것을 받아 볼까 하다 조심스럽게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상담사는 나의 성향을 서로 알아가자면서 재미있는 테스트를 내밀었다.
 뭐 학창시절 했던 여러 테스트와 비슷한 지문이었지만 그 문제의 답을 체크하던 상담사가 나에게 놀랍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대부분 답을 체크하면서 각 부분의 성향을 체크하기 바쁘시던 분이 대충 보더니..

 " oo 씨는 대부분의 답을 가운데에 체크하셨네요?"


 물음을 듣고 답지를 보니 보니 5개의 답 체크란에 계속해서 내가 가운데 부분만 체크한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는 그냥 웃었지만 상담 말미에 하시는 말이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오는 답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나 자신의 삶인데 내 의견이 주가 아닌 다른 이의 의견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하고 거기에 그럼에도 성격은 강한 거 같은데... 이러면 속병이 나신다고 재미나게 상담을 했다고 할까...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담이 떠올랐다.
내 삶인데 왜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까?
왜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남들 시선 때문에 정작 내가 살아야 할 삶을 망치고 내 마음을 헤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극단적으로 이기주의에 빠져서 남들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글을 읽다 보면 느낀다. 소소한 행복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북돋아주라는 것을. 일상적인 사건 등을 통해 자신을 위한 한마디를 별것 아닌 것처럼 스르륵 풀어주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에세이는 아마 이런 느낌으로 읽기에 재미난 것 같다. 육아 에세이를 읽다 보면 과거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시는 분의 에세이는 그분이 보는 시선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나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되고, 이 글 역시 이제까지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눈치 보며 살던 나에게 조금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건네게 해주는 이야기랄까...


 "너가 잘하는 거 해. 잘할 거 같은 거 말고 잘하는 거 해.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어려운 거다? 잘하는 거 잘 되는 것도 어려운 거고."


 나 자신에 홀대한 이는 '자신이 잘하는 것, 장점이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비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단점을 잘 찾아내지만 장점에 대해선 빠르게 잡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한국 사람인지 내 단점을 잘 찾지만 내 장점은... 글쎄..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나에 대한 확신. 장점. 잘하는 것. 어디에 있을까??


 꿈 많던 시절에는 툭툭 튀어나오던 그 좋은 점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글을 읽다 보면 자녀와 부모 사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은 미혼인 작가님이 겪는 상황인지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또 부모의 마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최근엔 실수투성이인 아이 때문에 잔소리가 많아지는 걸 느끼면서 왜 우리 아이의 단점이 그리도 눈에 보이는지.. 더 우스운 것은 그 단점이 나의 단점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그냥 놓아주고 아이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겨야 하는 것인데.. 라며 머리는 알지만 말과 행동이 먼저 나오기에.. 책을 읽다 뜨끔함을 느꼈다.



부모님의 기대는 달성하기 어려운 게임 같은 것이다. 하나를 클리어하면 다음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고 그 미션은 결코 클리어 되는 법이 없다. p122



 소소한 일상들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그 일상 속에 상처받은 나를 위해
나의 자존감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어 줄 한 마디들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라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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