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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완벽해진다."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 기분 ···
그것만큼은 틀린 게 아니므로.

◇◆◇
내 인생의 갑.
글 속에 숨어있는 자신을 위한 한마디.
몇 해 전에 자신감 테스트를 한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울증과 함께 내가 봐도 내가 아닌 듯한 삶을 살아가던 그때 심리치료라는 것을 받아 볼까 하다 조심스럽게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상담사는 나의 성향을 서로 알아가자면서 재미있는 테스트를 내밀었다.
뭐 학창시절 했던 여러 테스트와 비슷한 지문이었지만 그 문제의 답을 체크하던 상담사가 나에게 놀랍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대부분 답을 체크하면서 각 부분의 성향을 체크하기 바쁘시던 분이 대충 보더니..
" oo 씨는 대부분의 답을 가운데에 체크하셨네요?"
물음을 듣고 답지를 보니 보니 5개의 답 체크란에 계속해서 내가 가운데 부분만 체크한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는 그냥 웃었지만 상담 말미에 하시는 말이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나오는 답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나 자신의 삶인데 내 의견이 주가 아닌 다른 이의 의견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하고 거기에 그럼에도 성격은 강한 거 같은데... 이러면 속병이 나신다고 재미나게 상담을 했다고 할까...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시의 상담이 떠올랐다.
내 삶인데 왜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까?
왜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남들 시선 때문에 정작 내가 살아야 할 삶을 망치고 내 마음을 헤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극단적으로 이기주의에 빠져서 남들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글을 읽다 보면 느낀다. 소소한 행복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북돋아주라는 것을. 일상적인 사건 등을 통해 자신을 위한 한마디를 별것 아닌 것처럼 스르륵 풀어주는 이야기였다고 할까...
에세이는 아마 이런 느낌으로 읽기에 재미난 것 같다. 육아 에세이를 읽다 보면 과거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일상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시는 분의 에세이는 그분이 보는 시선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나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되고, 이 글 역시 이제까지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눈치 보며 살던 나에게 조금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건네게 해주는 이야기랄까...
"너가 잘하는 거 해. 잘할 거 같은 거 말고 잘하는 거 해.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어려운 거다? 잘하는 거 잘 되는 것도 어려운 거고."
나 자신에 홀대한 이는 '자신이 잘하는 것, 장점이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에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비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단점을 잘 찾아내지만 장점에 대해선 빠르게 잡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한국 사람인지 내 단점을 잘 찾지만 내 장점은... 글쎄..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나에 대한 확신. 장점. 잘하는 것. 어디에 있을까??
꿈 많던 시절에는 툭툭 튀어나오던 그 좋은 점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글을 읽다 보면 자녀와 부모 사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은 미혼인 작가님이 겪는 상황인지라 조심스러운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또 부모의 마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최근엔 실수투성이인 아이 때문에 잔소리가 많아지는 걸 느끼면서 왜 우리 아이의 단점이 그리도 눈에 보이는지.. 더 우스운 것은 그 단점이 나의 단점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그냥 놓아주고 아이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겨야 하는 것인데.. 라며 머리는 알지만 말과 행동이 먼저 나오기에.. 책을 읽다 뜨끔함을 느꼈다.
부모님의 기대는 달성하기 어려운 게임 같은 것이다. 하나를 클리어하면 다음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고 그 미션은 결코 클리어 되는 법이 없다. p122
소소한 일상들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그 일상 속에 상처받은 나를 위해
나의 자존감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어 줄 한 마디들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라서 즐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