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
- 니체의 묘비명 -
* 니체는 뤼첸 부근의 작은 마을, 뢰켄의 목사관에서 1844년 10월, 루터교목사인 칼 루드비히(Karl Nietzsche)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849년에 아버지를잃고 이듬해에는 동생 요세프도 사망했다. 니체 일가는 그해 4월 나눔부르크로 이사했다. 니체는 평생 동안 이 작은 마을과 목사관을 그리워했고 아버지와 동생이 나란히 묻힌 무덤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이 시는 그러한 망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최초의 시 가운데 하나이다. * 어린 시절의 니체는 어머니와 두 명의 고모들 그리고 여동생 엘리자벳과할머니 등 다섯 명의 여자들 사이에서 자랐으므로 자연히 말없고 소심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니체는 음악과 문학의 재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고 날카로운 감수성과 소심한 성격은 집안의 여자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니체는 14세 이전 나움부르크에 있을 때 빌헬름 핀더, 구스타프 크루크 등두 친구를 사귀었다. 니체는 핀더의 아버지를 통해서 괴테를 접할 수 있었다. 크루크의 아버지는 멘델스존의 친구이며, 뛰어난 재능의 음악가였으므로 니체의 작곡에 큰 영향을 미쳤다. 포르타에 오기 이전, 나움부르크에서니체는 예술문학 소모임을 만들었고 친구들과 함께 매달 시를 발표하였다. 04 - P15
* 니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음악적 재능으로 주로 김나지움 시절에약 70곡에 달하는 가곡과 기악곡을 작곡하였다. 그러나 정식으로 작곡을 배운 적이 없었던 니체는 거의 즉흥곡에 가까운 것들을 작곡하였다. 모든 곡들이 매우 짧으며 초반부는 완성도가 높으나 후반부는 별 특징 없이 빨리끝나버리며 많은 곡들은 모차르트 냄새를 풍긴다. <크리스마스>는 아직 기독교 신앙심이 깊은 소년 니체가 크리스마스를 찬미하는 시이다. - P22
가을
사방은 가을 안개. 산의 망령은 그 옆을 미끄러지듯 지나쳐 잿빛 안개 사이로 사라지네. 태양은 붉은 눈동자에 풀이 죽은 모습으로 언제나 슬픈 모습으로 거친 파도의 무덤 속으로 가라앉네.
사방은 가을 안개. 삶에 지친 나뭇잎은 축축한 안개 속에서 마치 죽음의 망령처럼 바람에 나부끼네. 여름은 즐겁고 가을은 슬픈데 새들은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사방은 가을 안개, 올빼미가 울고, 전나무의 살랑거리는 소리, 떡갈나무의 신음소리. 안개 속의 몽롱하고 창백한 형태들은 무덤들 주위에서 전율하며 밤 속으로 사라지네.
* 이 시의 주제는 ‘가을‘이지만 가을을 장식하는 개념들은 안개, 나뭇잎, 전나무, 떡갈나무 등 자연 대상들이다. 성숙한 시기의 니체에게는 자연이 대지의 뜻을 가지게 된다. 대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힘에의 의지를 머금고 있는 초인에 대한 상징이다. - P48
• <높은 곳으로 가라, 골짜기로 가라>는 니체가 16세 되는 1862년 초에 쓴시로서 한편으로는 높은 곳과 낮은 골짜기 모두를 보아야 자연경관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물이나 사태를 멀리서도보고 가까이서도 보아야 하는 원근법주의(Perspectivism) 또는 전망주의를 암시한다. - P52
•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니체는 열일곱 살 때 기독교를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20세 초반까지만 해도 여전히 기독교에 대해서 어떤 때는 부정하고 또어떤 때는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니체가 공적으로 기독교 신앙을부정한 것은 1871년 그가 자비로 출판한 소크라테스와 그리스 비극에서 잘 나타난다. - P65
첫 번째 이별
황량한 창공에서 별들은 슬프게 떠돌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내가 왜 그렇게 조용한지를 묻는다.
창으로 비쳐 들어온 만월의 빛, 오 달빛아 내 마음과 이 괴로움을 어루만져 주려무나!
지금은 웃어야 할지, 농을 건네야 할지 아니면 여기에서 울어야 할지, 나는 알 수가 없구나 - 고통으로 가득한 내 눈동자 그안에는 신랄한 조소도 담겨 있다네.
내 두 손은 두려운 나머지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내 상념은 바다처럼 끝없이 퍼져나가네.
얼마 전 한밤중에 들리던 그 종소리. 지금도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네. 그것은 무덤 하나가 세워졌음을 알리는 소리라고.
사람들은 한 해를 매장하고 새로운 해가 문 앞에 다가와 있네. 사람들은 내 마음을 매장하고 이제 나에 대해 묻는 이 하나 없구나.
1862년 - P81
두 번째 이별 태양은 눈 덮인 들판을 비추고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네 ㅡ 이제 떠나자!
속삭이듯 불어오는 남국의 산들바람ㅡ 숲과 나무 덤불에는 잎사귀도 꽃도 없구나. 이제 떠나자!
아침에 눈을 뜬 꽃봉오리 하나가 낮에는 눈물을 흘리더니 밤에는 죽음을 맞이하네. 이제 떠나자!
오, 햇빛아, 오, 마파람아, 너희는 왜 가련한 그 아이를 기만했더냐? 이제 떠나자!
전나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흔드네. 내 마음은 눈으로 뒤덮였다네. - P91
용서하고 잊었네
나는 너와 나를 용서하고 잊어버렸네. 아아, 너는 너와 나를 잊어버리고 용서했네.
1863년 - P95
현재와 과거
내 마음은 이리도 무겁고 시간은 이리도 울적하니 전혀 만족할수 없구나. 슬픔과 고통 그리고 쾌락이 나를 깊은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간다. 하늘을, 청명한 5월의 파란 하늘을 이제 나는 봄날이 거의 없구나. 그렇듯 거친 바람이 휘몰아쳐 지금 나를 쾌락과 공포로 쓰러뜨리는구나.
지난날들의 유산을 나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유산이 어린 날들의 행복을 끊임없이 기억에 되새겨 주었거늘 나는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린 시절 믿음 속에서 나를 붙들어주던 것들을. 내 마음을 주사위 놀음에 걸고 그것을 거의 다 삼켜버리고 말았다.
마음은 어떻게 되었던가? 어차피 잃어버린 것! 남은 것은 그저 눈물뿐! 울적한 마음의 그리움이 아닌 경쾌한 관능이 곡식 낱알을, 황금빛 곡식 낱알을치장했다. 그것은 겉치레가 아니었는가? 그 황금빛 낱알들은 잠깐 빛을 발하지만 그러나 죽음의 신이 찾아와 한알 한알에 힘차게 아니다‘라고 써 넣었다.
나는 고대의 동전 같구나. 푸른 녹이 끼고이끼 낀, 과거에는 아름답게 각인된 장식도 지금은 부서져 흠집투성이 미혹의 도랑은 깊이 몰인정하게 그 위를 기어다니고 세상의 오물은 잿빛으로 굳어 그 장식에 들러붙으려 하는구나.
누군가 내게 마음을 바친다 하더라도 - 그 사랑하는 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누군가 내게 물을 마시게 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 모두는 어디에 남아 있는가? 나를 비추던 맑은 태양의 눈동자는? 누가 마지막 남은 행복을 빼앗아 갔는가? 내 꿈과 내 희망을!
나는 쑤시는 아픈 마음을 던져버렸다. 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위로 쾌락과 도박, 고통과 지식, 산더미 같은 짐을 굴려버린다. 고통 받고 억압당하고 짓눌리더라도 격동하는 시간 속에서 마음은 불꽃이 되어 자신을 옮아맨 것을 태우며 던져버린다.
1863년
* 이 시 주변부터 니체의 시에 전환기가 찾아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지 금까지 육친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과거에 매여 있던 마음이 죽음과의 대화 속에서 피곤에 지쳤고 한편으로 지나친 감상 속에 파묻혀 있었지만 그런 마 음을 이제 방해꾼으로 느끼는 적극적인 자세가 보인다.
•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니체의 허무주의는 니체의 나이 18. 19세 때 이미 그의 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니체의 허무주의는 부정적 허무주의와 긍정적 허무주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수동적인 고통, 절망 등은 부정적 허무주의 로서 극복되고 해체되어야 할 대상이다. 긍정적 허무주의는 부정적 허무주 의를 무화(武火)시키고 대지의 뜻, 곧 창조적 삶을 형성하는 힘에의 의 지에 의한 허무주의이다. - P104
* 니체의 여동생에 의하면 그들의 할머니는 열렬한 나폴레옹 숭배자로 그들은 유년 시절 나폴레옹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라이프치히전투에서 패한 황제가 피곤에 지쳐 화톳불 옆에서 잠들었다가 적의 승리의종소리에 눈을 뜨는 정경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이 시는 독일에 대한 조국애와 나폴레옹에 대한 애정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다. 즉 1863년은 1813년의 50년 후이고 1813년에 나폴레옹 1세가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패하면서 1863년에는 나폴레옹 3세의 프랑스가 독일 연방의눈치를 보게 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서 이 시를 읽어주기 바란다. - P116
니체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이 시기에 관한 자전과 누이의보고에 의하면 니체는 이미 여러 곡을 작곡했고 음악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그가 가장 빠져 있던 작곡가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이었고 1863년에 특히 베토벤의 여러 소나타, <전원>, <제9번> 등을 연주했다고 자전에서 밝히고 있다. 베토벤은 어린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니체의 사상 전개에 하나의 받침목이었다. 니체는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나움부르크와 포르타 김나지움 시절에는 친구들과 함께 모차르트, 베토벤 등을 연주했다. 주로 김나지움 시절에 약 70곡에 달하는 짤막한 성악곡 및 기악곡을 작곡하였다. 니체가 성숙기의 철학에서 예술가-철학자 및 초인과 힘에의 의지를 외친 밑바탕으로는 무엇보다도 베토벤의 음악정신이 큰 영향을 끼쳤다. - P124
* 셰익스피어를 향한 니체의 마음은 이미 이 포르타 김나지움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자서전 속에도, 1963년에도 가장 많이 읽은 책의 목록에 셰익스피어의 이름이 올라 있다. 후일 니체의 기존 관념론에 대한 투쟁의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는 때로는 자유정신의 전형으로서, 때로는 시저(Caesar)라는전형을 창조한 위대한 야성적 천재로서 천박한 교양을 자랑하는 속물에 대한, 또는 기독교의 르상티망원한)적인 윤리에 맞서는 작가로 자리매김되고있다. - P135
* 원래 이 시의 제목이 ‘멜랑콜리의 축제‘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멜랑콜리 특유의 ‘나른한 면은 보이지 않는다.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니체의 기질인 ‘삶에 대한 의욕이 힘차게 살아 숨 쉬고 있다. • 니체는 바젤 대학에 고전언어학 교수로 취임하여 얼마간은 바그너와 쇼펜하우어를 자신의 우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곧 바그너를 기독교적 낭만주의 음악의 대변인, 다시 말해서 형식적 음악과 과시하려고 장식에만 치중하는 퇴폐적 음악의 전형이라고 맹공하였다. 또한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삶에의 의지는 혼돈(카오스)으로서 고통을 특징으로 삼기 때문에 염세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니체는 바그너와 쇼펜하우어를 극복하고 자신의긍정적이며 창조적인 힘에의 의지를 제시한다. - P150
니체는 1972년 28세 때 처음으로 비극의 탄생(예술)을 출판하였는데 이것은 그의 최초의 저술이었다. 여기에서 니체는 비극(예술의 두 힘을 음악적인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미술적인 아폴로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두 힘 중에서도 근원적인 예술의 힘은 동적이고도 창조적인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다. 이 시에서의 여신은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암시한다. - P153
• 이 시 <빙하 옆에서>는 니체가 33세 나던 해 1877년에 쓴 것이다. 1872년에 이미 비극의 탄생』을 출판한 니체는 차근차근 자신의 초인사상과 힘에의 의지의 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빙하, 산과 같은 개념들은 이미 초인을암시하며 ‘내가 오는 것은 떠나가는 것‘과 같은 표현은 만물의 영원회귀 사상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니체는 자신의 시에서 예술과 철학을 구분하지 않고예술가-철학자의 창조적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 P160
머리시 III
이성은 이성적인 자를 가르치기를. 하지만 예술가는 오직 예술만을 소화하여야만 한다. 그럼에도 예술가가 이 책을 썼구나 이것을 쓴 것은 그의 이성이 아니라 그의 사랑이다.
* 이것은 당시 바젤 대학 교수였고 니체에게 특별한 호의를 갖고 있던 야콥 부르크하르트(Jacob Burckhardt, 19세기 스위스의 역사가, 바젤 대학 사학·미술사 교수였다-역주)에게 보낸 헌정의 글이다. 니체도 생을 마칠 때까지 그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 P19
잠언 376번에서 ‘친구들아,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네!‘ 죽어가는 현자가 그렇게 소리쳤다. ‘적들아, 어떤 적도 존재하지 않네!‘ 살아 있는 바보인 내가 소리친다. -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1 자유정신을 위한 책 잠언 376번의 말미에 쓰인 글 - P175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마지막 악장)
1. 서로 침묵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 서로 웃는 것은 더 아름다운 일, - 비단처럼 고운 하늘아래 이끼 낀 너도밤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벗들과 사이좋게 웃으면서 하얀 이를 드러낸다.
내가 잘했다면 우리들은 침묵하자. 실패했다면ㅡ, 우리들은 웃고 항상 더 나쁘게 만들자. 더 나쁘게 만들자. 더 나쁘게 만들자. 우리가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갈 때까지.
벗들아, 그렇다. 그래야만 하지 않겠는가? 아멘! 그리고 안녕!
2. 사과할 일은 없지! 용서도 필요 없네! 너희, 환하게 웃는 여유로운 자들아 이 부조리한 책에 귀와 마음과 머물 곳을 주게! 벗들아, 믿어주게! 내 부조리가 내 재앙으로 되지 않는 것을!
내가 발견하고, 내가 찾는 것은 그것이 일찍이 한 권의 책으로 쓰여진 적이 있었던가? 내 안에 머무는 천치들 무리에 경의를 표하고 이 천치의 책을 읽고 이성이 어떻게 ‘이성‘에 이르는지를 가르쳐주게!
그렇다면 벗들아! 그래야만 하지 않겠는가?- 아멘! 그리고 안녕! - P177
• 보통 니체의 저술들은 사상의 전개 과정에 따라서 초기, 중기, 말기의 저술들로 구분된다. 초기 저술들: 비극의 탄생」, 「비시대적 고찰」중기저술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 「여명」말기 저술들 즐거운 학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과 악의피안」, 「도덕의 계보학, 이 사람을 보라, 바그너의 경우, 니체 대 바그너」이러한 세 단계의 구분은 니체 사상의 성숙도에 따른 것이다.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서 니체는 물리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을 신뢰하고 도덕적 느낌, 종교적 삶, 문화, 가정, 국가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였다. 니체는 특히 염세주의와 전통적인 도덕가치를 비판하고해체하려고 하였다. - P178
격언은 말한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난폭함과 섬세함 친숙함과 어색함, 불결함과 청결함 어리석은 자와 현명한 자의 밀회. 나는 이들 모든 것이며, 그것이 되고 싶다. 동시에 비둘기, 뱀 그리고 돼지가 되고 싶다! - P193
한 계몽주의자에게 보낸다 자네의 눈과 감각이 피로하지 않게 하려면 그늘 속에서 태양을 향하여 달려라! - P194
초심자를 위한 위로
돼지 같은 무리에 둘러싸여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전전긍긍하며 발끝으로 기묘하게 서 있는 저 아이를 보라! >아이는 울 수 있다. 우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ㅡ 그 아이는 이미 서거나 걷는 요령을 배웠을까? 겁먹지 마라! 나는 생각하네, 머지않아 그대들은 그 아이의 춤추는 모습을 볼 것이다! 먼저 그가 두 다리로 서게 되면 이어서 물구나무서기조차 할 수 있을 것이다.
* 즐거운 학문은 니체의 말기, 곧 성숙기의 저술이며 여기에서는 허무주의, 노예도덕, 전통적인 가치들, 영원회귀, 운명애, 긍정, 초인, 힘에의 의지등 니체의 중요한 사상 내용들이 모두 전개되고 있다. <초심자를 위한 위로>는 돼지와 아이를 대비시키면서 아이가 궁극적으로 돼지를 극복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창조적 가치가 전통적인 퇴폐주의(합리주의 낭만주의, 기독교도덕 등)를 해체하고 해체해야 한다는 것을 니체는 즐거운 학문 전체에서 강조하고 있다. - P210
질투심도 없이
그렇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질투의 그림자가 없다. 그래서 그대들은 그를 존경하는가? 그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그대들의 존경을 얻고자 함이 아니니 그의 눈은 머나먼 곳을 바라보기 위한 독수리의 눈. 그는 그대들 따위를 보고 있지 않다! -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별, 별들 뿐이다!
* 니체는 특히 성숙기의 저술들에서 수많은 은유와 격언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초인과 힘에의 의지의 철학을 전개한다. <질투심도 없이>에 등장하는독수리의 눈이나 별 등은 모두 왜소한 일상인을 극복하고 운명을 사랑하며, 영원회귀를 직관하는 예술가-철학자의 생동하는 창조적 개념들이다. - P222
헤라클레이토스‘주의
이 세상 모든 행복은, 친구들아 전쟁에서 비롯되니! 그렇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화약의 연기가 필요하리라! 삼위일체가 곧 친구들이니, 즉 형제들, 위험에 맞서 싸우는 평등한 이들, 적에 맞서 싸우는 대담무쌍한 이들 죽음에 맞서 싸우는 자유로운 자들!
•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萬物)은 유전한다」, 「한번 들어간 똑같은 물에 다시 들어갈 수 없다」 등의 단편을 남겼다. 그는 우주 만물의 원질原을 불이라고 하였다. 불로 인해서 삼라만상이 존재하고 생성소멸하므로 불은 원질이면서 동시에 로고스(logos)인 것이다. 니체는 물론이고 헤겔도 헤라클레이토스 철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 헤라클레이토스(Herakleitos),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말한 그리스의 철학자 니체가 공격하지 않은 유일한 철학자 - P223
영원히
‘오늘 나는 온다, 오늘 오는 것이 내게 도움되기 때문에‘ ㅡ 영원히 오는 자들은 누구나 그리 생각하리라 왜 세상 소문 따위에 휘둘리는가 ‘저 놈은 너무 빨리 온다! 저 놈은 너무 늦게 온다!‘ 라는 소문에.
●<영원히>의 내용은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사물들과 운명을, 다시 말해서영원회귀를 암시한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는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힘에의 의지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힘은 언제나 똑같이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양적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의지는 질적인 것으로서 긍정하고 창조하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므로 힘에의 의지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운명애(amor fati)이다. - P227
지친 자들의 판단
지친 자들은 모두 태양을 비난한다. 그들에게 나무들의 가치는 ㅡ 그 그림자이다. - P228
왜곡된 잠언은 더없이 바쁘다. 만취한 문장은 서로 밀치락달락 거린다! 결국 너희는 모두 한 행한 행 똑딱거리는 사슬에 매달린다. 그리고 잔혹한 무리가 존재하며 이것을 즐기는가? 시인은 솔직한가? - ‘예, 선생님, 당신들은 시인입니다‘ 딱따구리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추린다. - P253
교회는 살아가기를 알고 있지. 그리고 마음과 얼굴을 진찰한다네. 늘 나를 용서하고 싶어 하고, ㅡ 그렇지, 나를 용서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들은 작은 입으로 속삭이며 무릎을 굽혀 밖으로 나가 그리고 소소한 새 죄를 저질러 지난 죄를 상쇄시켜 버리네.
지상(地上)의 신이여, 영광이 있으라, 아름다운 처녀를 좋아하고 사랑의 고통을 나와 내 몸에 지우는 신이여. 내 육체가 아직 아름다울 동안은 경건함을 지킨다면 분명 그만큼의 가치는 있으리. 비틀비틀 걷는 노파가 되면 악마가 내게 구혼하리라!
<경건한 벳파> 중 - P259
• 스피노자는 17세기에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등과 함께 근대 합리주의 철학을 대변하는 네덜란드 유대인 철학자이다. 스피노자는 자연이 바로 실체이며 신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유대교를 부정하고 야훼(유대교의 하나님)를불신했기 때문에 유대 공동체에서 추방당했다. 스피노자는 일생 동안 광학과 철학을 연구하면서 안경알을 갈아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에티카』가 있다. - P292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평온을 모른 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신, 그대여 그대는 모든 질곡에 괴로워했다. 언제나 그것을 멋지게 극복하면서도 결국에는 칭칭 얽매여 화가 치밀면 치밀수록 피부는 까지고 마침내 그대는 갖가지 발상‘에 손을 내밀어 독을 마시게 되었다―. 애처롭도다! 그대마저 십자가 앞에 엎드리다니! 그대마저도! 그대마저도 역시 - 정복당했단 말인가!
이 연극 앞에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다. 감옥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원한과 증오로 진동하는 무덤의냄새를 맡으면서, 틈틈이 향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교회의 냄새도 났다. 아무래도 내게는 익숙지 않은 소름끼치는 불안한 냄새. 지금 나는 춤추며 익살꾼의 모자를 하늘 높이 먼저올린다. 왜냐면 나는 뛰쳐나왔으니까!
● 니체는 김나지움과 대학 시절 철학사 지식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를 조금 알고 있었다. 라이프치히 대학 시절의 니체에게는 바그너와 쇼펜하우어가 우상이었다. 바그너는 니체보다 서른한살이나 연장이었고 제가 대학생으로서 우연히 바그너를 만났을 때 바그너는 이미 세계적인 작곡가였다. 바그너는 청년 니체에게 삶에의 의지와 음악을 강조함으로써 음악을 창답게 이해한 유일한 철학자가 바로 쇼펜하우어‘라고 쇼펜하우어를 극찬하였다. 니체는 헌책방에서 뜻하지 않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구하여 보름간 꼼짝 않고 그 책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니체는바그너를 형식미에만 치중하며 기독교 노예도덕에 충실한 낭만주의의 퇴폐적 음악가라고 공격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쇼펜하우어의 삶에의 의자는 그특징이 혼돈(카오스)이므로 염세주의 철학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그 결과니체는 힘에의 의지와 초인을 제시하는 낙천주의 철학을 주장하게 되었다. - P294
훗날 많은 것을 알려야 하는 자는.…
훗날 많은 것을 알려야 하는 자는 많은 것을 가슴 속에 묵묵히 간직한다. 훗날 번개에 불을 붙여야 하는 자는 오랫동안-구름이어야 하리. - P302
여기에서 금화가 굴러갔다
여기에서 금화가 굴러갔다, 나는 금화를 갖고 놀았는데 - 사실은 금화가 나를 갖고 놀았네 - 내가 굴러갔네! - P308
디오게네스‘의 포도주 통으로부터
‘먹고 사는 것뿐이라면 돈은 필요 없지, 행복은 돈과는 무관하니, 그래서 나는 내 엉덩이 위에 앉아 있지, 돈 따위는 꺼져버려라.‘
•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 철학자들은 어떻게 덕스럽게 살 것인가를 철학의주요 과제로 삼고 몇 가지 부류로 나뉘었는데 퀴니코스 학파는 그중 하나였다. 퀴니코스 학파는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자족을 최고의 덕스러운삶으로 여겼다. 디오게네스는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챙기고 포도주 통을 집삼아 그 속에서 잠자고 그것을 굴려서 이주하곤 하였다. 알렉산더 대왕이그에게 와서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가로막지 막아달라고 하였다. - P309
낙원에서
‘선과 악이란 신의 편견이지‘ - 이렇게 말하고 뱀은 빠르게 달아났다 - P320
이상에게
사랑하는 그림자여, 내게는 너만큼 사랑스러운 것은 없다! 너를 내 몸에 끌어당겨 내 안에 품는다 ㅡ 그리고 그 후 나는 거의 그림자가 되었다. 너 또한 내 육체로 되었다. 다만 내 눈은 사물을 내 바깥으로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하여 좀처럼 알아들으려 하지 않는구나. 눈이 닿는 곳에서 그대는 항상 영원한 ‘내 바깥‘이라 아, 이 눈은 나를 내 밖으로 끌어내는구나!
1882년 여름 - P331
가장 고독한 자
지루한 한낮에 싫증 나버린 지금, 그리고 모든 동경의 작은 시냇물이 새로운 위로를 속삭이며, 황금이 아로새겨진 그물이 되어 온갖 창공이 모든 피로한 자들에게 ‘이제 쉬어라‘라고 말하는 지금 - 너 검은 마음아, 너는 왜 쉬지 않는가. 무엇이 너를 아픈 과거로 달아나도록 자극하는가… 너는 무엇을 고대하는가? - P359
- 잘 왔네, 친구들이여! 아 그러나 나는 그대들이 상상하던 내가 아니야! 그대들은 망설이고 놀라는구나, 아아, 마음속 불평을 털어놓 으면 좋으련만! 내가 - 변했다는 것인가? 손짓과 걸음걸이, 게다가 얼굴을 바꿨다는 말인가? 친구여, 그대들에게 나는 - 내가 아닌가? - P363
상대는 벌써 손을 내밀었는데 나는 손을 거둬들인다, 떨어지면서도 아직 망설이는 폭포처럼. 이렇게 나는 악의에 굶주려 있다. 이러한 복수를 생각해낸 것은 내 충실함이다. - 이러한 계획이 샘솟는 것은 내 고독으로부터이다. - P373
디오니소스 찬가
이것은 차라투스트라의 노래들로서 그가 자신의 마지막 고독을 견디어 내려고 직접 불러 들려준 노래이다.
• 니체는 최초의 저술 『비극의 탄생 에서 비극의 두 요소들을 디오니소스 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으로서 예술의 형식미에 해당하고 디오니소스는 포도주와 춤의 신으로서 예술의 생동하 는 내용미에 해당한다. 니체의 철학이 성숙해 갈수록 니체는 아폴론보다는 디오니소스를 힘에의 의지에 훨씬 더 가까운 신으로 묘사하고 있다. - P417
수백의 추억 사이에서 확신을 잃고, 모든 옛 상처에 지치고 모든 서리에 차가워지고 자신의 밧줄로 목이 졸린다. 자신을 아는 자! 자신의 목을 치는 자!
(중략)
- 사나운 새들은 이미 너를 ‘해방‘ 시키겠지. 그들은 이미 너를 ‘해방시키는 일‘에 굶주려 있다. 그들은 이미 네 주변에서, 그들의 수수께끼 주변에서 날갯짓 한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네 주변에서! .. 오, 차라투스트라!. 자신을 아는 자! 자신의 목을 매는 자!…. - P445
29. 내가 그대들을 사랑하느냐고? ・・・... 기사는 자신의 말을 매우 사랑한다. 말은 기사의 목적지까지 기사를 데려다준다.
30. 그의 동정은 엄격하다. 그의 사랑의 악수는 네 손을 으깨버린다. 거인에게 손을 내밀지 마라!
33. 나는 그저 허풍쟁이일 뿐, 그 말에 어떤 의미가 있으리! 나 따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36. ‘인간은 악하다‘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했다 - 나를 위로하기 위해.
39. 사람이 그리운 것이다. (나는) 인간에게도, 우연에게도 누구에게나 상냥하다, 풀뿌리에게조차 상냥하다. 겨울철 언덕 위의 양지처럼 애정에 촉촉이 젖어 눈에 묻힌 마음에는 따뜻한 봄바람 ……………… 하찮은 이득 따위 신정 쓰지 않는 품위. 작은 가게 주인의 둥그렇게 치켜뜬 눈을 보면, 나는 금방 비싼 값에 사주고 싶어진다- 깐깐한 내 취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런 일.
57. 의지는 구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에게도 그‘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성가시다.
58. 그대는 이미 견딜 수 없어졌는가, 그대의 무례한 운명을? 운명을 사랑하라. 그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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