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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장애가 있나요?
권주리 지음 / 강한별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누군가의 사랑이야기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이야기- 가 아닌 그저 주리님과 항승님의 평범한, 누구나 겪는 사랑이야기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리님의 '솔직함' 이었다. 주리님께서 항승님과 처음 만났던 소개팅부터 결혼해서 현재까지, 솔직담백한 주리님의 고민과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뭐랄까 친한 언니의 경험담을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항승님이 장애에 대한 고민도 여과없이 볼 수 있었는데 그러한 고민과 갈등들을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대가 좀 더 둘의 상황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초등학생 시절, 반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 학교에는 '특수반'이라는 장애인 친구를 위한 반이 있어서 대부분 특수반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때로는 우리와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물론 그 친구를 도와주는 담당 선생님이 계시긴 했지만,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도우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도우미 역할이 사실 좋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나는 장애에 대해 알게 모르게 거부감이 생겼던 것 같다. 물론 그 친구의 어머니께서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시다는 말씀을 전해주시긴 했지만. 어찌되었던 물론 그 친구가 일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머리로는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맞는 입장에서 마음만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몸과 마음이 자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그 거부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지만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정말 거부감이 없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주리님처럼 장애인과의 소개팅을 나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론적으로 소개팅은 나가지 않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은 자랐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어쩌면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장애인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냥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실제 나의 삶 안에 포함시켜 마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에 장애(disorder)가 정말 장애(obstracle)가 될까? 라는 질문엔 당당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주리님과 항승님의 러브 스토리를 보았고 그 이야기는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그저 평범한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히 대해주는 모습은 여느 커플과 다른 점이 없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겪는 어려움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커플들 역시 각자 다 다른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다. 장애(disorder)를 가지고 있어서 장애(obstracle)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장애(obstracle)을 맞이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슬펐다. 동시에 나는 과연 어땠는지 되돌아보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지나가야지- 하지만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게 되는 것 같다.
비록 내가 생각했을 땐, 나의 시선이 닿은 것은 찰나의 순간이라 할지라도, 시선을 받은 사람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지 않았을까? 더불어 나 외에도 모든 사람이 바라본다면, 한 사람의 1분 1초가 모여 평생을 다른 이의 시선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남들의 시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들 것 같았다. 하물며 노골적인 시선은 정말 기분이 나쁜 것을 넘어 싸움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커플도 마찬가지다. 주리님과 항승님이 데이트를 할 때면 '왜 둘이 만나지?' 하는 시선이 따라온다고 한다. 시나리오처럼 그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괜히 마음이 아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들이 모여 마음의 구멍(상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누군가 희생해서, 헌신적인 마음을 가지고 만나는게 아니라 여느 커플처럼 그저 둘이 좋아서- 둘이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에 만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커플, 혹은 그냥 장애인을 보아도 어떠한 시선도 건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다 다르다. 얼굴도, 키도, 생각도. 하나도 겹치는게 없다. 그렇게 그들도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