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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1984년에서 1Q84년으로 들어서면 다시 1984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한쪽으로만 통하는 통로처럼. 소설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A라는 마을과 B라는 마을이 있다. A와 B라는 두 마을은 공중에 떠 있고 거기에는 두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있다. 한번 다리를 건너 A마을에서 B마을로 향하기 시작해 브릿지에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갈 수 있지만 여태까지 밟고 왔던 다리는 붕괴되어져 다시는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A마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뒤돌아서서 A마을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졌을 뿐이다. A마을엔 그리워할 것도 없고 마을을 떠나게되 후회될 일도 없다. 여전히 A마을은 존재하지만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을 열고 B마을로 들어선 것 뿐이다. 누군가가 B마을로 향한 것은 자의도 타의도 아니다. 소설 1Q84는 마치 A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B마을로 이동해 살아가듯이 1984년을 살던 사람들이 자의건 타의건간에 1Q84년으로 옮겨 살아간 이야기다.
1Q84년에는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밤에는 리틀피플이 공기번데기를 만들고, 하늘에는 두개의 달이 떠있다. 주인공 덴고가 쓰는 소설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소설 속 소설을 읽는 또다른 주인공 아오마메 또한 소설속 판타지로 여겨지는 이야기가 자신의 현실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20년이 넘도록 서로 같은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두 주인공 덴과와 아오마메의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로 묶인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철로의 양 선로가 어느 순간 모여져 하나의 선이 되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세하고도 살아있는 묘사 덕분에 이 이야기 자체가 정말 판타지인지 실제인지 헷갈릴뻔 했다.
책을 닫고 어둠 속에 잠을 청하다 문득 눈을 떴다. 리틀피플이 '호이호이'하며 공기 속 실을 뽑아내며 눈 앞에서 공기번데기를 만들 것만 같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판타지인지 책장을 덮은 순간까지도 Question mark를 머릿속에서 끝내 지울 수 없는 책 1Q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