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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그리고 그가 내 인생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았다.-19쪽

그게 누구든 그가 나 이외의 모든 여자에게는 찡그린 표정만 보여 주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게 터무니 있든 없든 그랬다.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있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며 잠들고 싶었다.-29쪽

내 자신이 싫어지는 때가 이런 때이다. 늘 하던 실수를 늘 하는 내 자신을 바라볼 때, 그리고 심지어 그것에 뻔뻔해지지도 못할 때. 하지만 다음 번에 그순간이 온대도 내가 결국은 그 실수를 또 하고야 말 거라는 걸 알 때.-84쪽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104쪽

사랑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의 속성이었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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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구판절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젠장.-103쪽

왜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야 할 땐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하는 걸까? 그냥 어떤 아픔은 묻어두고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는 정말 없는 걸까?-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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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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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가 말했어." 다마루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고."-36쪽

과거를 바꿔 써봤자 분명 그리 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고 덴고는 실감한다. 연상의 걸프렌드가 지적한 대로다. 그녀가 옳다. 과거를 아무리 열심히, 면밀하게 다시 바꿔 쓴다 해도 현재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의 큰 줄거리가 변하는 일은 없다. 시간이라는건 인위적인 변경은 모조리 취소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가해진 수정에 다시금 새로운 수정을 덧칠하여 흐름을 원래대로 고쳐갈 게 틀림없다. 다소의 세세한 사실이 변경되는 일은 있다 해도, 결국 덴고라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덴고일 수밖에 없다.-113쪽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211쪽

"아마도 내가 길을 너무 멀리 돌아온 거 같아. 그 아오마메라는 이름의 여자애는, 뭐랄까, 오래도록 변함없이 내 의식의 중심에 있었어. 나라는 존재의 중요한 누름돌 역할을 해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게 너무도 내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그 의미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거 같아."-4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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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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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서 1Q84년으로 들어서면 다시 1984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한쪽으로만 통하는 통로처럼. 소설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A라는 마을과 B라는 마을이 있다. A와 B라는 두 마을은 공중에 떠 있고 거기에는 두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가 놓여있다. 한번 다리를 건너 A마을에서 B마을로 향하기 시작해 브릿지에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갈 수 있지만 여태까지 밟고 왔던 다리는 붕괴되어져 다시는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A마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뒤돌아서서 A마을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졌을 뿐이다. A마을엔 그리워할 것도 없고 마을을 떠나게되 후회될 일도 없다. 여전히 A마을은 존재하지만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을 열고 B마을로 들어선 것 뿐이다. 누군가가 B마을로 향한 것은 자의도 타의도 아니다. 소설 1Q84는 마치 A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B마을로 이동해 살아가듯이 1984년을 살던 사람들이 자의건 타의건간에 1Q84년으로 옮겨 살아간 이야기다.  

1Q84년에는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밤에는 리틀피플이 공기번데기를 만들고, 하늘에는 두개의 달이 떠있다. 주인공 덴고가 쓰는 소설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소설 속 소설을 읽는 또다른 주인공 아오마메 또한 소설속 판타지로 여겨지는 이야기가 자신의 현실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20년이 넘도록 서로 같은 기억을 다른 방식으로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두 주인공 덴과와 아오마메의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로 묶인다.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철로의 양 선로가 어느 순간 모여져 하나의 선이 되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세하고도 살아있는 묘사 덕분에 이 이야기 자체가 정말 판타지인지 실제인지 헷갈릴뻔 했다.  

책을 닫고 어둠 속에 잠을 청하다 문득 눈을 떴다. 리틀피플이 '호이호이'하며 공기 속 실을 뽑아내며 눈 앞에서 공기번데기를 만들 것만 같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판타지인지 책장을 덮은 순간까지도 Question mark를 머릿속에서 끝내 지울 수 없는 책 1Q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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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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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세계가 이상해진 건가, 그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인지는 모른다. 병과 병뚜껑의 크기가 맞지 않는다. 병 때문인지도 모르고 병뚜껑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241쪽

"앞일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일세. 지도는 없어. 다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모퉁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짐작도 못하지."-492쪽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덴고는 알고 있다.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비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때는 완전히 소멸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같은 작업이 더해짐으로써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렵사리 지나온 시간을 순서대로 고스란히 균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인간의 신경은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런 인생은 아마도 고문이나 다름없으리라. 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582쪽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해. 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62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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