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해진 건가, 아니면 세계가 이상해진 건가, 그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인지는 모른다. 병과 병뚜껑의 크기가 맞지 않는다. 병 때문인지도 모르고 병뚜껑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건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것만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241쪽
"앞일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일세. 지도는 없어. 다음 모퉁이를 돌았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모퉁이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짐작도 못하지."-492쪽
시간과 공간과 가능성의 관념. 시간이 일그러진 모양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덴고는 알고 있다. 시간 그 자체는 균일한 성분을 가졌지만, 그것은 일단 소비되면 일그러진 것으로 변해버린다. 어떤 시간은 지독히 무겁고 길며 어떤 시간은 가볍고 짧다. 그리고 때때로 전후가 바뀌거나 심할 때는 완전히 소멸되기도 한다. 있을 리 없는 것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인간은 아마도 시간을 그처럼 제멋대로 조정하면서 자신의 존재의의 또한 조정하는 것이리라. 다르게 말하면, 그같은 작업이 더해짐으로써 가까스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자신이 어렵사리 지나온 시간을 순서대로 고스란히 균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 인간의 신경은 도저히 그것을 견뎌내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런 인생은 아마도 고문이나 다름없으리라. 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582쪽
"티베트의 번뇌의 수레바퀴와 같아. 수레바퀴가 회전하면 바퀴 테두리 쪽에 있는 가치나 감정은 오르락 내리락해. 빛나기도 하고 어둠에 잠기기도 하고. 하지만 참된 사랑은 바퀴 축에 붙어서 항상 그 자리 그대로야."-626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