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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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달콤한 호두파이와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참 감성적이다'라고 생각할 순간, 군 생활 2년 동안에도 뜨개질했다는 이야기에 '이 사람 참 독특하다'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렇다 저자는 남자이며, 지하철이든 카페든 어디에서나 뜨개질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점차 이 사람은 참 멋진 사람이며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저자가 참 부러웠다.



뜨개질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클래식을 들으며 호두파이를 구워내고, 공간과 장소를 탐구하며 틈날 때마다 사르트르와 니체의 생각을 꺼내 먹는다니. 저자는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멋지고 매력적이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다움의 여정이 무용할지라도 빛이 난다는 그의 문장이 좋았다. 무작정 좋아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오는 마음과 행동은 그 어떤 것이라도 더 뜻깊을 것이고 질리거나 지치지 않고 끝까지 좋아하며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뜨개질을 통해 '나'를 찾았으며, 삶을 깊게 성찰할 수 있었다. 우리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다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따스한 그의 문장들이 시린 마음에 위로가 되었고,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들이 괜스레 더 좋아졌다. 그저 나다움의 여정에 길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혹여나 길을 잃는다면 뜨개질을 하는 저자가 떠오르길.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편물의 패턴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단수링 없이도 중요한 지점을 곧잘 찾을 수 있기에, 나 역시 하루가 다르게 삶의 궤적을 읽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 P52

드넓은 마음속에 관계를 하나둘 담아 채우는 일도 퍽 의미가 있겠지만 가끔씩은 비어 있음을 즐기는 일도, 그 속에서 오롯이 성장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 P99

비로소 나는 잠깐 불안해했고, 오래도록 평온했다. 내 속도에 맞는 삶. 정답은 없지만 풀이 과정은 있는.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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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사람 - 민서의 행복 에세이
김민서 지음 / 히읏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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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에서 그녀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가수이자 에세이스트 김민서가 되어 있었다. 그 어떤 연예인들의 에세이보다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녀. 가수 민서가 아닌 에세이스트 김민서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녀도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더 빛이 났다. 자신의 생각에 자신의 감정에 정말 솔직했기 때문이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바로 '주변 사람들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고 여기다가도 알 수 없는 공허함에 빠졌다'는 부분이었다. 보통 다 그럴 수 있고, 원래 그런 것이고, 그러다 지나갈 감정이라 생각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여기에 더불어 '내가 나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가장 '애정하고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그녀만의 방법이 담겨 있었다.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잘 표현했기에 그 누구라도 그녀의 글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을 사랑해보자. 그녀가 행복을 찾았듯 우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두가 좋아도 내가 좋지 않으면 안 좋은 거라고 이제 가끔은 스스로에게 말해줄까 해. 그렇게 조금씩 솔직해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해. - P47

그래서 난 목련이 피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내 추운 겨울도 이제 끝이니까. 내 앞날도 이제 조금씩 따뜻해질지도 모르니까. - P124

마음을 나눌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녀가 내밀어준 손 덕분에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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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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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즐겨하는 나에겐 너무나 유쾌했던 책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노르웨이 코미디언 아레 칼뵈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사랑할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서 자랐지만, 등산을 즐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친구들이 하이킹을 시작하게 되고 그는 그대로 산에게 자신의 친구들을 뺏겨버린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친구들은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 그는 그 매력을 알아내기 위해 그들과 함께 산에 빠져보기로 했다.



'등산가들의 허풍과 거짓말을 파헤치는 보격 등산 풍자 에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저자는 자연에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자연인들의 대답이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가보기로 했고, 친구인 '기록 담당자'가 함께했다. 책이 시작되기 전 여러 사진들을 볼 수가 있었는데, 등산을 좋아하는 난 그 사진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어가며 저자의 속마음이 왠지 지난날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정상까지 10분이라면서, 30분째 정상은 보이지 않고, 날씨가 좋지 않은데 곧 좋아질 거라는 믿고 싶지 않은 거짓말에 속은 게 몇 번인지. 저자는 자연과 자연인들에 대한 끔찍한(?) 진실을 마주했음에도 두 번째 자연 여행을 나선다.


순전히 등산과 여행을 기록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자연인들을 아주 신랄하게 풍자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 과정이 정말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다. 또한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통해 인문학적인 물음과 자신의 경험을 담은 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정 반대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자연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책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르웨이 자연은 항상 사람들로 바글거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이 숲속에 들어와 만난 사람이라곤 딱 한사람, 그녀뿐이었다. 아니, 살아 있는 존재를 모두 합쳐도 그녀가 처음이었다. - P124

그날 밤 딱딱한 나무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이 여정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다음 날의 산행을 기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P257

우리는 다음 날 일정을 더 쉬운 쪽으로 변경했다는 점에 대단히 만족하며 이를 축하하기 위해 와인을 주문했다. 장비 담당자는 부상 지도를 수정했다. 전날보다 더 많은 표식을 얻은 사람은 걱정담당자뿐이었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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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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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통해 알게 된 그림책 작가들의 세계. 그 이야기를 이어갈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가 출판되었을 때 정말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감동을 받게 될까?' 책이 오기 전까지 설렘이 가득했다.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돌파하는 힘'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게서는 창조성을 알아봤는데, 이번엔 돌파하는 힘이었다. 한국의 그림책 시장은 어렵다고 한다. 그림책을 찾아볼수록 더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작품을 내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 그들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엔 총 10명의 그림책 작가들이 등장한다. 권윤덕, 소윤경, 이수지, 유설화, 고정순, 이지은, 유준재, 노인경, 권정민 그리고 박연철. 각자만의 개성과 무궁무진한 상상력 그리고 멋진 가치관과 자존감까지. 또한 어린이들만 보는 예쁘고 재미난 그림책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뜻깊은 교훈을 주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들의 큰 용기가 느껴졌다.


편하다고 머물지 말고, 두렵다고 주저하지 말고,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라는 그들의 믿음과 희망이 돋보이는 책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중간중간 작가들의 작업실 속 그림도구, 영감받는 책과 물건 그리고 메모, 포스터, 엽서 등 멋진 사진들도 볼 수 있었기에 눈이 즐겁고 행복했다. 


책을 읽으며 끝나가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편안해지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점에 가더라도 그림책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그저 그림만이 아닌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지 설레는 마음을 안은 채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단 부딪히고 나면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의 수, 사람들과의 인연이 스스로 작용하며 예기치 않은 결과를 만들고요.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만남을 만들어내세요. 빈 종이에 첫 획을 긋는 정도의 작은 용기만 있어도 돼요. - P28

완벽한 존재는 없어요.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기대며 나아가는 거죠. 저는 지금 화양연화라고 생각해요. ... 일년에 그림 한 장만 그려도 좋으니 저를 아는 친구들과 꾸벅꾸벅 졸면서 늙어가면 좋겠어요. 즐겁게 저물어가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 P171

언젠가 몽상하지 않는 나를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심심하고, 뻔하고, 슬펐어요. 저는 눈을 뜨고도 꿈을 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진실하다면 깊이는 자연히 생길 거라 믿어요.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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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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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든 작가 조너선 프랜즌. 그의 6년 만의 신작인 <크로스로드>는 1970년대 미국인의 삶을 특히나 가족의 삶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 중서부를 배경으로 힐더브랜트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화목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자신만의 자유를 추구하며 삶이 점점 꼬여간다.



부목사로 일하며 이혼녀와 결혼한 주인공 러스 힐데브란트. 그는 아내 매리언에게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여인 프랜시스 코트렐. 한편, 매리언은 부목사인 남편과 네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으나 과거에 겪은 일로 인해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그들의 딸 베키는 고등학교에서 인기가 가장 많으며 사립대학에 진학할 목표를 갖고 있는데,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에게 마음을 품게 되고, 아들 페리는 누나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으며 약물중독 위험에 쳐해있다.


이외에도 <크로스로드>엔 기상천외(?)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1부 대림절과 2부 부활절로 나뉜 이 벽돌책을 읽다 보면 이 모든 캐릭터가 결국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로 인식하여 이해 아닌 이해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온갖 사회적 문제들이 존재하고, 사람마다 내면에 숨겨진 많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지만,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내는 게 결국은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 두꺼운 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그저 한 부분이었던 책 <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이 그린 또 다른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진다. 부디 오래 걸리진 않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행동할 시간이 왔다. 뭉툭하고 붉은 상처가 동쪽 지평선의 구름 아래에서 벌어졌다가 아물었다. 그 밑으로, 클렘의 창문에서는 베인 옥수수 줄기가 늘어선 들판이 멀리 보였다. - P146

베키는 취기에서 구원받은 것 같은 기분, 다시 평화로워진 기분도 느꼈다. 잠깐이지만, 그녀는 신의 빛을 언뜻 보았다. 그녀의 기도에 응답이 있었다. - P406

베키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클렘이 부탁한 것은 그녀와 함께할 기회뿐이었고, 베키는 그에게 그 기회를 주고 있었다. - P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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