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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머지않아 미래에서 사람은 AI와 친구가 되거나 연인이 되거나 무조건적 마음을 터놓는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그녀 her>가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 마냥 아름답게만 그려졌었다면, 책 <캣피싱>은 스릴러에 가깝다. 미국에서 출간된 후 독자들, 특히 MZ세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상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편집장에게 '완벽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의 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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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켓넷'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주인공 '스테프'는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스테프는 방화범이자 스토커인 아버지를 피해 10년 넘게 도망 중이었고, 전학만 벌써 여러 차례였다.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귈 수 없었으며 오직 켓넷에서의 우정이 전부였다. 그 커뮤니티 속 아이들도 똑같았다. 실제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란 느낌이 강했지만 켓넷 안에서는 서로를 돕고, 의지하고, 이해하려 했다. 단지 그들은 만나지도 않았으며, 성별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
새로운 학교에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스테프의 일상이 뒤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캣넷의 해커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인간인 척을 한 인공지능 AI였던 것이었고,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지만,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느끼며 스테프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스테프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설상가상 아버지가 뒤쫓고 있었다. 비밀이 많은 어머니가 의심되기 시작했으며,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의식을 가진 AI 친구뿐이었지만 사라지고 만다. 결국 스테프도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 떠나게 된다.
'만들어진 자아'로 형성된 우정이 MZ세대들에겐 오히려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 점을 확실하게 살린 SF스릴러였다. 드론으로 택배가 배송되고, 시스템을 해킹해 차를 받아버리는 등 머지않아 익숙해질 현상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또한 AI 친구로 인해 '윤리'와 '인격체'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매력적인 SF스릴러를 원한다면 <캣피싱>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푹 빠질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인격 또는 물격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 의도된 것이었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어. - P66
나는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귀를 막아보려 애쓴다. - P203
똑똑한 사람이라면 엄청난 권력을 가질 수 있을거야. 한동안이겠지만, 소인수분해 암호 문제가 풀렸다고 하면 다들 다른 보안 방식으로 옮겨 갈 테니까.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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