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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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과 마들렌에 자신 있는 '셜리 페이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셜리 모튼', 치즈와 클럽을 사랑하는 '셜리 벨머린', 자작시를 쓰고 낭송하는 '셜리 해먼드', 이름을 새긴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셜리 마르테이즈', '닮았지만, 너무도 다른 쌍둥이 자매, 에밀리 넬슨 그리고 셜리 넬슨' 이 여성들은 모두 호주의 할머니들이며 <셜리> 클럽 회원들이다. 이제 갓 스무 살 한국인 '설희'는 영어식 이름이 셜리이기에 (단지 발음이 비슷해서) <셜리>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설희는 할머니들을 통해 진정한 재미와 감동, 맛있는 음식과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우정을 나눈다. 임시에서 명예로 그리고 진정한 회원으로 거듭나면서 세대 차이를 뛰어넘는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 경험에서 나온 것임으로 설희가 사랑을 찾는데 용기를 준다. 


S, 설희가 축제 기간에 우연히 만나게 되는 '보라색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다. 혼혈인지, 이민자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조차 모르지만 설희는 S와 여러 차례 만나게 된다. 모든 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려는 순간, S는 사라지게 되면서부터 설희의 여행 목적은 단숨에 바뀌게 된다.


각 지역의 셜리들이 설희를 따스하게 맞이해주고 베풀어주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이런 클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마냥 상상해보기도 했다. 설희와 S의 이야기보다도 셜리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이 될 만큼 모든 셜리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통해 돌아온 설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셜리들을 애정하게 된 사람들도 :)


내가 원하는 것은 그보다는 좀 더 지속적인 관계였다. 글쎄,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때 당장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지 그렇게 잘 알지도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나마 그 순간을 망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 P27

나에게 카세프테이프는 그런 의미가 있어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선물하려 할 때에는 먼저 똑같은, 때로는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는 걸 알려 주는 도구. 내게 그게 필요하다는 걸 당신은 알았던 거예요. 그것도 어쩌면 나보다도 더 정확하게. - P90

그리고 셜리인 내 생각에는, 셜리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인 당신에게 이 노래를 세계 최초로 들을 권리가 있어요.그럼 부를게요. 이미 충분히 쑥스러우니까 노래가 별로여도 놀리면 안 돼요. 하나, 둘.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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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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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미래에서 사람은 AI와 친구가 되거나 연인이 되거나 무조건적 마음을 터놓는 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그녀 her>가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 마냥 아름답게만 그려졌었다면, 책 <캣피싱>은 스릴러에 가깝다. 미국에서 출간된 후 독자들, 특히 MZ세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상은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편집장에게 '완벽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의 묘미는 무엇일까?



'켓넷'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주인공 '스테프'는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스테프는 방화범이자 스토커인 아버지를 피해 10년 넘게 도망 중이었고, 전학만 벌써 여러 차례였다.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사귈 수 없었으며 오직 켓넷에서의 우정이 전부였다. 그 커뮤니티 속 아이들도 똑같았다. 실제 사회에서는 아웃사이더란 느낌이 강했지만 켓넷 안에서는 서로를 돕고, 의지하고, 이해하려 했다. 단지 그들은 만나지도 않았으며, 성별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였다.


새로운 학교에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스테프의 일상이 뒤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캣넷의 해커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인간인 척을 한 인공지능 AI였던 것이었고,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지만,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느끼며 스테프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스테프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설상가상 아버지가 뒤쫓고 있었다. 비밀이 많은 어머니가 의심되기 시작했으며,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의식을 가진 AI 친구뿐이었지만 사라지고 만다. 결국 스테프도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 떠나게 된다.


'만들어진 자아'로 형성된 우정이 MZ세대들에겐 오히려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 점을 확실하게 살린 SF스릴러였다. 드론으로 택배가 배송되고, 시스템을 해킹해 차를 받아버리는 등 머지않아 익숙해질 현상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또한 AI 친구로 인해 '윤리'와 '인격체'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매력적인 SF스릴러를 원한다면 <캣피싱>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푹 빠질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나라는 인격 또는 물격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 의도된 것이었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어. - P66

나는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귀를 막아보려 애쓴다. - P203

똑똑한 사람이라면 엄청난 권력을 가질 수 있을거야. 한동안이겠지만, 소인수분해 암호 문제가 풀렸다고 하면 다들 다른 보안 방식으로 옮겨 갈 테니까.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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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10만부 기념 특별한정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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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한 후 바로 '대형 신인'으로 떠오른 장류진 작가의 첫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특별한정판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2020 서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또 KBS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는 등 출간됨과 동시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이다.



20-30대의 젊은 독자들에게 강력한 추천을 받은 이 소설은 아직도 SNS를 통해 회자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총 8편의 단편 소설로 이뤄져 있으며,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이 담겨있다.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친해지려는 나이 많은 선배, 같은 회사에 다니며 남편과 비교되는 연봉을 받는 아내,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월급과 진급이 물 건너간 직원, 혼자 사는 여자들에게 다가오는 위협 등 20-30대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 그대로 현대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감정인 일에 대한 기쁨과 슬픔. 읽는 내내 함께 미소짓기도 먹먹해지기도 또한 '웃프기도' 했다.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이 힘낼 수 있기를. 피할 수 없다면 유연하게라도 잘 대처할 수 있기를. 오늘도 작은 응원을 보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시는 동안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지유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가 내뱉는 말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듬감 같은 게 생겼다. 우리는 존대와 반말, 유쾌와 재치, 다정함과 짖궃음을 카드 패처럼 내놓으며 놀았다. 그녀는 잘 웃었고 또 잘 놀렸다. 공수에 모두 강했다.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오래 울었는데도 이상하게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 심장이 물에 뜬 듯 출렁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봉투안에 든 편지를 꺼내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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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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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작가들은 생명과 비생명에게 '없는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시도를 한다.' 이 부분이 왜 이리 끌렸는지 모른다.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저자 박보나 작가의 두 번째 미술 에세이다. 이전엔 현대미술 작품을 '태도'에 관련하여 이야기가 했다면 이번엔 '이름 즉 생명'을 통해 또 다른 미술 이야기를 선사했다.



이 얇은 책엔 정말 놀라움이 가득했다. 사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가득한 세계라는 인식이 강해서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어떤 책인지 살펴보기 위해 스르륵 넘길 때 보였던 작품들을 보며 독특하단 생각이 강했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차분히 읽어보니 현대미술 특히 저자가 원하듯 미술을 '옆으로' 보니 점점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은 해설이 특히나 중요하다.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그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거나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품에 이름과 생명을 (해석을) 더하자 정말 큰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책 표지의 사진) '지미 더럼의 <나의 석상인 척하는 자화상>, 정서영의 <오래된 문제>, 피슐리 & 바이스의 <평형>, 케이티 패터슨의 <미래 도서관> 등등 정말 상상치도 못한 다양한 주제들도 많았으며,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깊게 자리하고 있는 세상에 '생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오늘날의 현대미술 중 가장 큰 영감이자 주제란 걸 확고히 느꼈다.


윤리적 소비, 동물권에 대한 긍정적 변화, 차별적 시선에 대한 비판적 무브먼트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이 책 한 권으로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오직 사랑하는 것들만이 살아남는다", 이 땅의 모든 존재가 모든 생명에게 '이름'이 붙여지길. 현대미술과 관련해 좀 더 많은 주제와 해석이 담긴 책들이 많아 출간되길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아주 작은 생명과 물질들까지 작업 속으로 불러들이려 애쓴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존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어떻게 같이 사는 삶이 가능할지, 어디서 더 촘촘하게 만나고 교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는다. - P17

아까는 자연이었던 것을 지금은 예술로 바라본다. 지금은 예술인 듯하지만, 좀 지난 후에는 자연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과연, 자연을 제멋대로 규정한다. - P88

모두가 별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변의 존재들이 한층 친밀하게 느껴진다. ... 별이 빛나기 시작했던 수억 년 전부터, 우리는 이 초록의 행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혼자서만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깊은 인연이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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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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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의 심리 스릴러를 읽게 되었다. '잘 짜인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라 극찬을 받은 B.A 패리스의 <테라피스트>. 여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속 통쾌한 반전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다.



<비하인드 도어>를 먼저 접해서였는지, 큰 무리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미 저자의 스타일을 알았으니까. 앨리스와 레오. 그 둘은 런던에 '더 서클'이라는 고급 주택 단지에 이사를 왔다. 새로운 곳에서 새 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앨리스는 집들이를 하게 되고, 다양한 이웃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한 남자가 또 한 번 방문하게 된다. 이웃집 톰으로 착각한 그녀는 집을 보여주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연인인 레오는 수상한 행동을 해 앨리스의 의심을 사게 된다. 사실 이 집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이었고, 레오는 그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앞서 이웃집 톰으로 착각한 남자는 다시 한번 앨리스를 찾아오고 자신의 신분을 알려준다. 사설탐정이었고, 1년전 일어난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었다고. 앨리스는 결국 자신을 속인 레오와 거리를 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쯤 사설탐정이 다시 나타나고 앨리스는 결국 그의 수사를 돕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웃 사람들은 그녀를 말리다가 망상증을 가진 여자로 대하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여자가 한 사람으로 인해 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말에 기댈 곳이 사라진 앨리스는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 심리를 잘 이용한 저자의 작품은 참 놀랍다. <비하인드 도어>와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관계에 마냥 편하게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어떤 심리스릴러 책보다 더 몰입도가 강하니 심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저자의 책들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충격에 넋이 나가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지니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아니 받을 수 없다. 벤이 한 말 때문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 P85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중의 일을 떠올리고 이유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 P228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조심스러워 알아듣기가 힘들다. 나는 매끈한 소나무 탁자에 책을 내려놓고 느닷없이 축축해진 손을 청바지에 문지른다. 이브와 만나기로 해놓고도 아직 그녀를 보는 게 너무 긴장된다. 그녀가 알면 어떻게 하지?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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