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명의 작가들은 생명과 비생명에게 '없는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시도를 한다.' 이 부분이 왜 이리 끌렸는지 모른다.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태도가 작품이 될 때>의 저자 박보나 작가의 두 번째 미술 에세이다. 이전엔 현대미술 작품을 '태도'에 관련하여 이야기가 했다면 이번엔 '이름 즉 생명'을 통해 또 다른 미술 이야기를 선사했다.



이 얇은 책엔 정말 놀라움이 가득했다. 사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가득한 세계라는 인식이 강해서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어떤 책인지 살펴보기 위해 스르륵 넘길 때 보였던 작품들을 보며 독특하단 생각이 강했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차분히 읽어보니 현대미술 특히 저자가 원하듯 미술을 '옆으로' 보니 점점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은 해설이 특히나 중요하다.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은 그걸 확실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거나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품에 이름과 생명을 (해석을) 더하자 정말 큰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책 표지의 사진) '지미 더럼의 <나의 석상인 척하는 자화상>, 정서영의 <오래된 문제>, 피슐리 & 바이스의 <평형>, 케이티 패터슨의 <미래 도서관> 등등 정말 상상치도 못한 다양한 주제들도 많았으며,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깊게 자리하고 있는 세상에 '생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오늘날의 현대미술 중 가장 큰 영감이자 주제란 걸 확고히 느꼈다.


윤리적 소비, 동물권에 대한 긍정적 변화, 차별적 시선에 대한 비판적 무브먼트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이 책 한 권으로 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오직 사랑하는 것들만이 살아남는다", 이 땅의 모든 존재가 모든 생명에게 '이름'이 붙여지길. 현대미술과 관련해 좀 더 많은 주제와 해석이 담긴 책들이 많아 출간되길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아주 작은 생명과 물질들까지 작업 속으로 불러들이려 애쓴다. 이들은 그렇게 다른 존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어떻게 같이 사는 삶이 가능할지, 어디서 더 촘촘하게 만나고 교차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묻는다. - P17

아까는 자연이었던 것을 지금은 예술로 바라본다. 지금은 예술인 듯하지만, 좀 지난 후에는 자연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과연, 자연을 제멋대로 규정한다. - P88

모두가 별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주변의 존재들이 한층 친밀하게 느껴진다. ... 별이 빛나기 시작했던 수억 년 전부터, 우리는 이 초록의 행성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혼자서만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깊은 인연이었다.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