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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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과 <우리집>을 봤더라면 알 수 있는 영화감독이자 책 <호호호>의 저자 윤가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하는 성인분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이라는 촬영 공지 글이 알려지면서 저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생겼기에, 저자의 첫 산문집이 정말 기대되었다.



저자의 친구한테 들은 말이라는 책 제목 <호호호>. 좋아하는 게 많은 저자는 지난 과거를 생생히 그리며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여주기 위해 가식적이 아닌, 정말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한 영화, 드라마, 완구, 문구, 꽃 등 저자의 이야기에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나 또한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거나, 좋아했던 그 열렬한 마음이 전해지기에.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속 추억과 기억은 지금의 저자가 될 수 있었던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만 좋아하는 거 아니잖아요! 모두들 이런 취향이 조금씩은 있잖아요! 우리 같이 무엇이든 마음껏 좋아해봐요!" 저자의 고백에 소소한 용기가 생겼다.


저자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만났던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저자도 그러했듯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아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행복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어서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눈치 보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해 보기로 했다. 좀 유치하고 엉뚱하면 어떤가.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면 된 것이다. 나의 행복은 오직 나만이 만들어낼 수 있기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올해도 내가 직접 나서서 내 생일을 축하할 거다. 온몸과 마음을 다 바쳐, 내가 나를 제일 많이 축하할 거야! - P45

오늘 자 나만의 리스트 주제는 ‘좋아한다고 소리 내어 외친 적은 없지만 사실 많이 좋아했던 작품들‘이다. 이렇게라도 언젠가의 나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웃게 했던,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주었던 여러 작품들에 대한 내 진심을 전해본다. - P127

자신의 가장 깊고 아득한 마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 그것을 타인과 나누며 넓고 무한하게 연결되는 일. 예술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 그 책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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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라이크 URBANLIKE 42호 : 책 만드는 곳, 출판사 어반라이크
어반라이크 편집부 지음 / 어반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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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수많은 '업' 중에 책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은 바로 '출판사'이다. 이 시대의 출판사를 제대로 보여준 <어반라이크 URBANLIKE 42호 : 책 만드는 곳, 출판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의 시작이 이 잡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음산책부터 열화당, 문학과지성사, 범우사, 민음사, 을유문화사, 워크룸 프레스 등등 좋아하는 출판사와 처음 접하는 출판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단순히 원고만 읽는 것이 아닌, 출간 기획, 책의 컨셉, 인쇄 상태, 예산까지 쉼 없이 진행되는 이 모든 과정을 받아들이고 해나가는 모습이 참 대단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우린 인생책을 만나고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전자책과 플랫폼의 기술적인 변화에도 빠르게 맞춰가고 있는 출판사들. 더한 디지털 시대가 오더라도 종이책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책이기에.


(이 잡지를 보고 출판사들만의 매력을 알게 되어 정말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소장할 책들이 눈에 띄어 정말 좋았다)


주제나 소재 면에서는 남들이 이미 많이 하고 있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저는 도서관에서 주제별로 분류된 서가가 적당히 비어 있는 것을 보면 더 신뢰가 가고 마음이 끌립니다. 꽉 들어찬 서가는 왠지 답답하고 재미가 없어요. 열화당은 이렇게 빈 서가들을 채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P75

작가에게 있어, 나의 작업물이 제대로 인정받고 근사하게 편집되어 완성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일은 굉장한 기쁨이라 할 수 있죠. - P95

출판사들이 각각의 성격을 보여주다 보면 독자는 또 생겨나기 마련이겠죠. 어떤 출판사의 이런 결의 작업물이 나는 좋다, 이런 식의 취향이 생겨나고 그런 다양한 취향을 가진 출판사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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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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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접하게 된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1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라디오 속에서는 그저 히스클리프가 참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영화도 보고 책도 보니 히스클리프 속에 가려진 에밀리 브론테만의 감수성과 강렬한 문체를 느낄 수 있었다.



황량한 들판의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무대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비극적인 사랑을 시작으로 애드거와 이사벨을 향한 복수가 전부인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복잡하게 얽혀 두 집안을 파멸시키고 캐서린을 찾아 헤매는 히스클리프의 광기는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하지만 진하고 깊은 사랑의 감정을 아는 사람들은 이 소설이야말로 사랑의 모든 부분을 특히 어두운 면까지 잘 포함하고 있기에 원숙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에 읽을 때는 히스클리프 중점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배경 그리고 내면의 감정에 대해 집중해 읽어보았다.


종교적인 면도 많았고, 죽음에 대한 성찰도 꽤 많았다. 계급적이고 권위적인 관계 속에서의 굴복과 절망 그리고 씁쓸함이 이 소설을 더욱 음산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게 아닐까 싶었다. 에밀리 브론테가 요절하지 않고 계속 글을 남겼다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폭풍의 언덕>과 같은 스타일의 글을 썼을까? 분명 언니인 샬럿 브론테와는 다른 스타일의 글을 썼을 것 같다. 좀 더 나이가 들어 <폭풍의 언덕>에 다시 손이 갈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고전문학인 것은 틀림없다.


두 아이는 저 같으면 떠올리지 못할 기특한 생각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어요. ... 저는 흐느끼면서 두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도 모두 그러한 천국에 갔으면 하고 바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 P74

아씨도 그분의 생각을 알고 있어서 기분이 괜찮을 적에는 그런대로 조용히 있었지만, 이따금 지친 듯 새어 나오는 한숨을 참다가 마지막에는 그지없이 슬픈 미소나 키스로써 그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 P255

만약 8월에 더 가까운 무렵에 그 경치를 보았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그 호젓한 고장에서 한 달쯤은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리라. 산들에 둘러싸인 저 계곡들하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소박한 느낌의 굴곡진 히스의 숲들. 겨울에는 이보다 더 쓸쓸한 곳이 없고, 여름이 되면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곳이 아닌가. - P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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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개정 증보판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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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이보다 더 아름답고 담백한 위로가 또 있을까?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나에게 진정한 삶의 일부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마냥 희망차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고 딱 적당한 삶의 행복과 무게를 담은 에세이었다. 개정증보판이기에 현재에 맞게 표현과 문장이 좀 더 다듬어졌고 책의 디자인과 본문 구성도 새롭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 편의 글이 추가되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KBS <인간극장>, 케이블TV방송대상 다큐대상작 <우리가>의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통의 삶 속에서 보물같은 이야기를 발굴해낸다. 단순히 작가여서가 아닌 진정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저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 모여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그 속에서 전해지는 진심을 독자는 모를 수 없다)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있는가 하면 씁쓸하고 서러운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언제나 (발견하거나) 다가오는 위로의 순간. 이 위로 때문에 사실 정말 많이 아껴읽었다. 다정한 위로와 마음을 받고파서 정말 오랫동안 천천히 아껴 읽었기에 (저자가 전한 온기에) 이번 겨울이 참 따뜻했다. 이 따스함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뭉클한 작은 기적. 결국은 마음이었다. 나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 그리고 겨우 깨진 머그잔 하나를 고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 회사의 마음. 저마다 다른 문양의 조각들이 이어져 아름다운 퀼트처럼,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아름다운 머그잔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 엄마의 두 손에 따뜻하게 안길 머그잔. 손잡이에 다른 문양이 붙어 있어도 예쁘기만 하다. - P26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대신 할머니를 기억할 테니까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작아질수록 마주한 눈들은 더 자주 울겠지만 그게 꼭 슬퍼서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테죠. 엄마라는 이름은 그래요. 언제나 우리를 울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죠. 할머니. 할머니는 얼마나 아름다운 생을 살았기에 사랑하는 모든 이를 울게 할까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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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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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을 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자 에리히 프롬이 남긴 미발표 유작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살아 있음의 철학이란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한 현대인들은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 것일까?



서로 간의 사랑을 떠나 모든 사랑의 핵심인 '삶에 대한 사랑'을 담은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마지막 8년을 함께한 조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유작을 엮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체 왜 삶을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일까? 막연히 사회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경제부터 사회, 정치, 노동까지 깊게 성찰한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이유를 살펴보며 우리가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점점 커지고 번져나가는 물질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 공허함을 채우려고 할수록 더 커지기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를 그리고 사랑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 삶을 온전히 충만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삶을 사랑하는 능력과 삶을 사랑할 자유. 이 책을 통해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었기에, <사랑의 기술>이 더욱 기대가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제 삶에 대한 무관심 중 대부분은 삶에 대한 은폐된 적개심이며 삶과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무력해졌다는 확실한 증거다. - P16

사랑은 성격으로 인한 증오와 마찬가지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기본자세에 뿌리내린다. 사랑은 사랑하겠다는 꾸준한 마음가짐이다. - P112

자신이 주도하고 통제하지 않는 상태를 패배와 무기력의 증거로 해석한다. 그 결과 악순환이 시작된다. 더 강해진 통제와 권력의 욕망은 무력감에 대한 반응이지만 동시에 무력감을 더욱 키우기도 한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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