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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개정 증보판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8월
평점 :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이보다 더 아름답고 담백한 위로가 또 있을까?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나에게 진정한 삶의 일부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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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희망차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고 딱 적당한 삶의 행복과 무게를 담은 에세이었다. 개정증보판이기에 현재에 맞게 표현과 문장이 좀 더 다듬어졌고 책의 디자인과 본문 구성도 새롭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세 편의 글이 추가되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KBS <인간극장>, 케이블TV방송대상 다큐대상작 <우리가>의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통의 삶 속에서 보물같은 이야기를 발굴해낸다. 단순히 작가여서가 아닌 진정으로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저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 모여 이야기가 된 것이었다. (그 속에서 전해지는 진심을 독자는 모를 수 없다)
기쁨과 행복의 순간이 있는가 하면 씁쓸하고 서러운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언제나 (발견하거나) 다가오는 위로의 순간. 이 위로 때문에 사실 정말 많이 아껴읽었다. 다정한 위로와 마음을 받고파서 정말 오랫동안 천천히 아껴 읽었기에 (저자가 전한 온기에) 이번 겨울이 참 따뜻했다. 이 따스함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뭉클한 작은 기적. 결국은 마음이었다. 나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 그리고 겨우 깨진 머그잔 하나를 고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 회사의 마음. 저마다 다른 문양의 조각들이 이어져 아름다운 퀼트처럼,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아름다운 머그잔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었다. 엄마의 두 손에 따뜻하게 안길 머그잔. 손잡이에 다른 문양이 붙어 있어도 예쁘기만 하다. - P26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가 대신 할머니를 기억할 테니까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작아질수록 마주한 눈들은 더 자주 울겠지만 그게 꼭 슬퍼서만은 아니라는 걸 아실 테죠. 엄마라는 이름은 그래요. 언제나 우리를 울게 만드는 이상한 힘이 있죠. 할머니. 할머니는 얼마나 아름다운 생을 살았기에 사랑하는 모든 이를 울게 할까요.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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