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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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밤은 부드러워>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그의 단편 9편을 모은 책 <피츠제럴드 단편선 1>. 그는 40년 동안 무려 160여 편의 단편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아직 한 번에 모아놓은 책이 없어 참 아쉽지만, 언젠가 다 읽어볼 수 있길 희망한다.



이 책은 맬컴 카울리가 편집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이 단편집>, 매슈 J. 브루콜리 교수가 편집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그리고 <개츠비 이전>이라는 책에서 9편의 작품을 골라 엮은 것이라고 한다.

각 작품마다 훤히 느껴지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즉 '재즈시대'. 역사적으로 미국의 분위기가 잘 녹아져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느꼈던 물질적 풍요와 성공만 바라보는 야망,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환멸, 끝이 안 보이는 낭만과 환상이 그의 깊고 간결한 문체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또한 새로운 단편을 볼 때마다 인생의 진실을 알게 된 기분이랄까? 달콤하면서도 씁쓸함이 공존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위대한 개츠비>보다 이 책을 통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었다.


노랫소리가 나지막하게 조얼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 용기 있고 근면한 사람들에 대해 다정하고 친근한 마음을 느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무지와 방탄한 생활에서 그들을 능가하는 부르주아 계층보다 더 나았으며, 지난 십 년 동안 오직 오락을 즐기려고 해온 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와 있었다. - P109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그는 결혼이라는 것이 특히 최근에 와서 우정을 잠식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했다. 여러 그룹의 친구들이 안타깝게도 해체되어 사라져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 P269

두 사람은 이미 망각의 심연으로 가라앉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사실마저 아리송하여 법정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미스터 인‘과 ‘미스터 아웃‘이 분명히 살아서 숨을 쉬었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 응답했으며, 그들 나름의 생생한 개성을 발휘한 사실을 가장 믿을만한 권위에 의존하여 말할 수 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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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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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 소설 그리고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까지. 이 모든 게 책 <파이 이야기>에 대한 수식어이다. 18년 만의 첫 개정판을 실물로 보니 색감이 너무나 예뻐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 그리고 리처드 파커. 오래전에 책으로도 읽었고 영화도 보았기에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캐나다를 향하고 있던 화물선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침몰하게 된다. 곁에 있었던 사랑하는 부모님과 스포츠에 열광한 형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한순간에 사라진 상황, 주인공 소년 '파이'의 나이 고작 열여섯에 일어난 일이었다. 간신히 구명보트에 올랐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침을 흘리는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골 호랑이까지. 네 마리 동물들이 울부짖고 있는 상황이었다. 폭풍우는 지났지만, 구명보트엔 살기가 가득했다. 결국 남게 된 건 무서운 덩치의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파이'뿐이었다.


절망의 순간에서 희망을 보았고, 그 속엔 리처드 파커와 파이의 공존이 존재했다. 소설인 걸 알면서도 이 이야기는 꼭 실화 같으면서 전설같기도 했다. '호랑이보단 어둠이, 어둠보단 절망이 더욱 두려웠다'는 파이.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해피엔딩을 알면서도 이 이야기를 이 소설을 찾게 되는 건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의 삶 속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가 아닐까? 설렘, 공포, 두려움, 원망, 화, 의문, 절망, 희망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얼마나 될까?


227일간의 표류를 끝내고 육지에 도착한 파이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파이는 말한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며, 인생은 이야기와 같다고.' 이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삶'의 뜻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나의 선택대로 흘러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인생일 것이다. <파이 이야기>를 알게 된 이상, 얀 마텔과 파이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리처드 파커도.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골진 함석지붕을 인 오두막처럼 생긴 그리스어 알파벳[π]이자, 과학자들이 우주를 이해하는 데 사용한 신비로운 숫자 ‘파이‘에서 난 피난처를 찾았다. - P47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 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나는 죽지 않아. 아멘." - P219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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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김종대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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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 다가오는 만큼, 뜻깊은 책을 읽어볼 수 있었다. 바로 저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의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이다. 저자는 군복무 시절부터 40여 년에 걸쳐 이순신 공부를 했으며 그 끝엔 일정한 체계와 뿌리가 있음을 발견했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싸움이 끝나면 결과에 초연한 이순신의 성공 요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순신은 천재가 아니었다고 한다. 세 번의 파면과 두 번의 백의종군의 기록 상 관료사회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다고 한다. 23전 23승의 승리를 거둔 그를 보며 사람들은 유비무환 또는 거북선 창제로 인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저자의 의견은 달랐다.


'리더십', 바로 이순신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저자는 네 가지 내면가치로 체계를 정리하였는데 - 지극한 나라 사랑, 맡은 일에 대한 지극한 정성, 바른길로 나아가는 정의 그리고 스스로 이뤄내는 자력 - 이었다. 또한 저자는 이런 이순신의 내면가치를 되살려 가장 먼저 본받아야 할 사람들이 공직자라고 말한다. 지배자나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공직자.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지도 않았으며, 높은 벼슬에 있었음에도 백성을 위해 싸우고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 이순신. 저자의 말처럼 이순신은 모든 공직자들이 따라야 할 내면가치를 갖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위인이라도 결여된 결핍된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인데, 이순신은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저자의 말)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웅 이순신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을 알려준 책 <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4월이 가기 전 꼭 읽어보시길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순신은 두만강가에서 온갖 정신적 시련을 맛보았지만 그 또한 의연하게 이겨냈다. - P73

이순신은 진을 옮긴 다음 날인 계사년 7월 15일, 첫날밤을 뜬눈으로 새우면서 일기에 시 한 수를 덧붙인다.

가을 기운이 바다에 드니 나그네 회포가 어지럽다.
홀로 배 뜸 밑에 앉았으니 마음이 몹시도 번거롭네.
달빛이 뱃전에 비치니 정신은 맑아져서 서늘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새에 어느덧 닭이 운다. - P205

나와 가족, 나와 부하, 나와 나라를 하나로 보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되면 가족사랑도 그 하나의 마음에서 나오고 부하사랑, 나라사랑도 순수한 그 한마음에서 나온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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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덜 버리고 - 제로웨이스트가 건네는 변화
오한빛 지음 / 채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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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덜 버리고>의 저자 오한빛은 말한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지 않나요?" 이 에세이는 환경문제라는 큰 틀 안에서 삶의 낭비를 줄이고, 더 나은 곳에서 머물기 위해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쓰레기 줄이기에 힘쓰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환경 문제를 다룬 딱딱한 보고서나 연구자료 같은 형식의 책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환경을 보호하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살아가는 에세이라 더욱 애정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즐겨 쓴다는 말이 있다.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 그 사이 어디쯤'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환경이란 단어를 대할 때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우린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하루에도 여러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무리 환경보호를 외치고 (속으로라도 외치지만) 우린 계속해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정말이지 더 나은 환경에 살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꼭 줄여야 한다. 하지만, 몸에 배어있지 않는 이상 실천하기란 무척 어렵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저자는 대체 어떻게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당연하기보다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던 때에 해안가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바다이기에 눈에 보일 때마다 쓰레기를 주웠다고 한다. 그 행동은 곧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까지 뻗어나갔다.


무조건적인 실천을 강요하지 않고 윤리적 가치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이 '환경' 에세이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시지는 확실하다!) 완벽하게 비우기보다 유연하게 덜어내길 바란다는 저자. 제로웨이스트가 가져온 변화된 저자의 일상은 참 아름다웠다. 덜어낸 곳엔 더 가치 있는 것들이 채워졌으며,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니 온전한 자신을 마주하며 여유도 생겼기 때문이다.


수제비누 보관법, 아로마 스프레이 레시피, 공구 쓰는 법 배우기, 채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법 등등 우리가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쓰레기 줄이는 노하우도 참 유용했다. (당장이라도 시작하고 싶은 '안 입는 옷 처리법') 친환경을 생각한다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다면 그리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길 바란다. :)


우리가 제로웨이스트와 웨이스트 그 사이 어디쯤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려는 강박은 조금 덜고 제로웨이스트를 바라보는 쪽으로 서기로 했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시도도 모두 포함하는, 첫인상과 다르게 품이 넓은 단어이니까. 제로웨이스트는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나의 탐구 주제가 되었다. - P43

오랫동안 변함없이, 혹은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 변화하면서 작은 옷장에 옷이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 그나저나 옷 수선이 참 잘되었는데 누가 내 옷을 눈여겨보고 말 한마디를 건네주면 좋겠다. - P110

아름다움이 여성이나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본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줄 알 때에 우리는 그것을 지속할 의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을 지속하기 위한 제안인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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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 윌리엄 모리스 산문선
윌리엄 모리스 지음, 정소영 옮김 / 온다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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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한 수공예가 '윌리엄 모리스' 그의 주요 강연을 엮은 책이 바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표지를 보고 너무나 강한 이끌림에 사게 된 책이다. 수많은 이력을 가졌던 윌리엄 모리스. 그는 단지 수공예가가 아니라, 건축가였고, 공예품에 새로운 패턴을 시도한 디자이너였으며,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했다. 또한 20세기 초 영국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윌리엄 모리스는 당시 최첨단 산업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자본가들이 이윤만을 추구하며 대량생산을 목표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품었고, 자본과 산업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윤만 생각하지 않고, 먼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예술'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인간이 노동하며 느끼는 즐거움의 표현", "그 물건을 만드는 제작자와 그 물건을 쓰는 사용자의 행복".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술이라는 정의를 뒤집었다. 오로지 대량생산만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노동하며 누리는 즐거움'이 철저히 배격되었다고 본 것이었다.

150년이 흐른 지금에도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은 정말 아름답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그가 정의한 예술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예술은 "합리적이고 충만한 삶의 진정한 이상"을 세워줄 것이 분명하다. 예술과 노동,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뜻을 윌리엄 모리스를 통해 거침없이 알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그리고 이상적인 삶과 사회의 모습까지. :)


예술은 우리가 그 결핍을 절감하는 한에서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마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수많은 우회로를 거쳐야 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무엇을 잃게 되더라도 불행한 노예적 노동은 끝장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올바른 길에 들어서게 될 겁니다. - P95

예술의 몫은 그들 앞에 합리적이고 충만한 삶의 진정한 이상을 세워주는 일이겠지요. 예술의 감성과 창조, 곧 진정한 기쁨의 향유가 매일의 양식만큼이나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삶, 그냥 싫어서가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어떤 집단도 예술을 박탈당하지 않는 그런 삶 말입니다. - P173

아직은 얼마 안 되지만 사회주의 전파를 위해 함께 모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의 진정한 근간인 노동계급이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면 차차 희망을 갖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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