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기특한 불행 - 카피라이터 오지윤 산문집
오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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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자리 잡은 것일까? 언제부터 불행은 절대적으로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단어가 된 것일까? <작고 기특한 불행>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불행을 마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보다 더 많이 찾아오는 불행을 저자는 어떻게 극복한 것일까?



적게 벌고 많이 버는 삶, 워라밸. 누구나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한다. 저자도 그런 삶을 꿈꿨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그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 저자는 자신만의 글을 써내려 갔고, 일하는 현실, 가족에게 찾아온 파킨슨병, 친언니 관찰기 등등 'MZ세대'만의 솔직한 시선과 상황을 마주하는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나만 불행한 것 같은 날, 끝없이 읽고 싶은 글'이라는 말이 참 어울렸다. 우린 SNS상으로 남의 행복만 봐왔지, 행복의 이면인 불행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끊임없는 비교와 자신의 처지를 탓해봤자 마냥 아프기만 하고 끝없는 좌절만 이어질 것이다. 저자는 그런 굴레를 벗어나 주변과 그리고 자신과의 즐거움을 만들어 나갔다.


점점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카피라이터들의 글은 매력적이다. 담백하면서도 핵심이 있고, 그 속에 위트가 서려있는 글들이 담긴 <작고 기특한 불행>은 완벽한 산문집이었다. 덤으로 작고 기특한 불행들 속에서 행복을 찾을 용기를 얻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정석에게 스스로 정말 ‘여행자‘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몇 번 두드리기만 해도 부서져 버릴 이미지인지, 뿌리 깊은 정체성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괜한 부러움에 심술을 부리는 것 같으니까. 솔직히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었으니까. 누구나 탐낼만한 단어, 여행자. 사실 나도 그처럼 ‘여행자‘로 살고 싶었다. - P39

녹색은 영원함이 마땅하고 우리는 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 마땅한 것들이 서글프게 느껴질 때는 녹색 앞에 설 것. 모든 게 수긍된다. - P125

"좋아했던 사람을, 사랑했던 순간을, 화가 났던 날들을, 소중했던 햇빛을 힘주어 눌러 쓰며 오늘의 나에게 보냅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영영 휘발될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익숙해져서 닳아 버린 낱말들처럼, 날이 밝으면 사라질 것 같아요."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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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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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베치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기에, 영화로 먼저 접해본 <파워 오브 도그>. 이 책의 제목은 구약 시편 22장 20절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배경은 20세기 초, 미국 서부에 위치한 몬태나주이다. 목장을 경영하는 두 형제에게 한 여자가 찾아오고, 그 여자는 아들도 있었다. 그 한 여인으로 인해 목장의 평화는 깨지게 된다. '서늘한 복수극',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다. 혐오와 동성애 억압 등 출간 당시엔 파격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주제를 잘 살려낸 저자가 참 놀랍다.


필과 조지는 성향과 추구하는 가치관이 정반대인 형제이다. 이 형제에게 로즈와 아들 피터는 새로운 세상을 던져준다. 조지와 로즈가 이어질수록 필의 자기혐오는 계속되는데,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브롱코 헨리'였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사람이자, 필이 사랑했던 그는 필에게 이중적인 면을 선사한 존재였다. 당시 카우보이 세계에서 동성애는 약점이었기에 필은 자신을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여성스러웠던 로즈의 아들 피터를 경멸했으면서도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결국 '복수극'이다. 로즈의 남편이자 피터의 아빠 조니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은 바로 필이었기 때문이다. 피터와 필은 끝까지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 보이지만 마지막 한 줄에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전율을 선사한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어쩌면 이 책은 저자의 복수를 가장 우아하게 도와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책을 읽었으니 필과 피터의 감정선이 더욱 잘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의 맥박이 조금 더 빨라지는 곳은 또 있었다. 더 인이라는 조그마한 여관에 딸린 식당, 이곳 비치에 하나뿐인 그 식당 안이었다. 식당도 그 위층의 객실도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데스크의 숙박부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새 면이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는 삼나무 향기가 풍기는, 새로 깎은 연필이 놓여 있었다. - P33

그러나 필이 보는 것은 대자연의 피조물만이 아니었다. 자연 자체-자연이 스스로를 늘어놓고 정리하는, 어지럽고 천진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에서 그는 초자연적인 것을 보았다. - P95

영원 같은 시간 동안 야유와 조롱을 견디며 열린 천막들 앞을 당당하게, 숨김없이 걸어가던 소년을 ... 세상에서 추방된 자를. 그러나 필은 알았다, 뼛속 깊이 잘 알았다. 추방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그래서 그는 세상을 혐오했다, 세상이 먼저 그를 혐오했으므로.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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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말들 -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김은경 지음 / 유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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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담백하고 알찬 에세이라니. 한 문장 한 문장 아껴가며 읽은 에세이 <습관의 말들>. '습관'이라는 단어는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크게 담고 있는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습관을 갖고 있거나 가지게 됨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에 우린 '좋은 습관'을 필히 가져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삶을 지탱할 뿌리를 형성하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기 위해 수집한 습관에 관한 문장들을 엮은'책이다. 자기계발책으로도 훌륭하지만, 100개의 문장을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녹아내리기도 한다.

무조건적인 습관의 중요성 강조가 아니라 정말 좋았다. 습관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수 있게 자신을 천천히 성찰할  수있는 계기를 선사하며, 억지가 아닌 편안하게 습관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정한 안내서로 느껴지기도 했다. (읽다 보면 밑줄을 꽤 많이 치게 된다)  


누구나 더디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습관'이 필요하고 '습관의 말들'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남들과 똑같은 습관이 아닌 자신에게 꼭 맞는 습관을 형성하고 중심을 잡아갈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성실한 메모 습관은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필수이다. 단지 기록일 뿐이라도 그 모든 것이 글감의 밑거름이 된다. 상허 이태준 선생이 책상에, 가방에, 주머니에, 여기저기에 여러 권 잡기장을 두어 소설의 일부분이 될 만한 것을 쉼 없이 적어 두고 자료가 될 사진을 오린 것은 몹시 성실한 글쓰기 행위와 다를 바 없다. - P51

습관 만들기는 최소 두 세 달 동안 우리 두뇌에 하나의 길을 만들듯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수풀이 무성한 곳에 길이 만들어지려면 끊임없이 반복해 오가며 다져야 한다. 잠시만 방심하면 수없이 오가며 다졌던 수풀이 한 번의 단비에 무성히 되살아나기도 하는 법이다. - P113

팍팍한 시간에도 꽃 한 송이를 떠올리고, "하다못해 연필이라도 좋은 것을 사서" 쓰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 좋다. 그렇게 반들반들 마음에 윤기를 내는 습성은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싶다. 나이를 먹으며 손바닥만 한 여유를 지키지 못해 마음 사나워지는 일 없도록.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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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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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에 집필까지 30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장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100년을 관통하는 강렬한 서사의 힘'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와 21세기까지 철도원 가족을 통해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두께에 놀라 긴 호흡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겁부터 났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엄청난 분량에도 너무나 실감 나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철도 노동자 삼대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와 공장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인 이진오의 고공농성 이야기 등 노동자들의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남성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과묵하지만 생활력이 강했던 주안댁과 노동운동을 했으며 똑똑하고 예지력이 있었던 이막음이었다. 이 두 여성이 있었기에 가족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철도원 삼대>는 나에게 있어 도전이었던 책이었다. 근현대사를 배우며 놓쳤던 부분이 채워진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노동자의 삶, 민중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방에서 여러가지 소식이 몰려왔다. 남쪽 도시 어느 곳에서는 택시 기사가 크레인에 올라가서 일년 가까이 농성 중이었고 기차의 여성 승무원들은 십여년 넘게 복직투쟁을 계속했다. 또 교사들은 법외 노조를 제도권 안으로 회복시켜달라고 몇년째 거리에 나와 있었다. - P103

"너 굴뚝 위에 혼자 있는 거 같지?"
"할머니하구 이렇게 같이 있잖아요."
그녀는 손자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저어기 하늘에 별들 좀 보아.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다들 살다가 떠났지만 너 하는 짓을 지켜보구 있느니."
진오는 다시 어린것이 되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영등포시장 거리로 나아갔다. 언제나 꿈속처럼 보이던 버드나무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 P213

그들 조선의 순수한 활동가들은 체포 뒤 이십사시간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전설적인 활동가들 가운데 이러한 원칙을 지켰던 이들은 수십명이었지만 강자가 아닌 한 옥살이 중에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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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열리는 창 (문고본) 마음산 문고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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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기쁨이 열리는 창>은 2004년 수녀원 입회 40주년과 첫 시집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써왔던 시와 산문을 사진과 함께 묶은 특별한 문집이다.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읽었기에 이번 문집도 따스히 와닿았다. 빠르게 읽는 게 아닌,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글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크기도 딱 알맞아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정말 편했다. (마음산문고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어느 페이지를 펴 읽어도 묵상하기 좋은 글'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의 글들이 때마침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읽은 부분을 또 읽어보고, 늦은 밤 필사도 해보며 많은 위로를 얻었다.


<기쁨이 열리는 창>은 서른 다섯 편을 실은 '시의 창', 묵상과 기도를 기록한 '기도의 창', 수녀원의 일상을 기록한 '명상의 창' 그리고 책을 읽고 감상을 정리한 '독서의 창'까지 총 4부로 나뉘었다. 여기에 수도원과 소지품 등이 담긴 사진까지 실려 있어 더욱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희망과 기쁨이라는 단어와 점점 멀어지는 순간 이 책을 접했기에 감동은 두 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이해인 수녀가 주는 위로와 알려주는 기쁨은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힘이 될 것이다. 


상을 성찰하고 삶을 사랑하자. :)


몸이 많이 피곤하더라도 어느 책의 제목처럼 ‘마음엔 평화 얼굴엔 미소‘가 흐를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일 테지. 그 누구를 어떤 상황을 함부로 판단하고 쉽게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겠다. 그것이 곧 마음의 순결이라 여겨진다. - P129

나는 나를 위해 미소를 띤다.
나는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나는 나를 위해 꽃향기를 들인다.
나는 나를 위해 그를 용서한다.
나는 나를 위해 좋은 생각만을 하려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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