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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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베치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기에, 영화로 먼저 접해본 <파워 오브 도그>. 이 책의 제목은 구약 시편 22장 20절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배경은 20세기 초, 미국 서부에 위치한 몬태나주이다. 목장을 경영하는 두 형제에게 한 여자가 찾아오고, 그 여자는 아들도 있었다. 그 한 여인으로 인해 목장의 평화는 깨지게 된다. '서늘한 복수극', 이 책과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다. 혐오와 동성애 억압 등 출간 당시엔 파격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주제를 잘 살려낸 저자가 참 놀랍다.


필과 조지는 성향과 추구하는 가치관이 정반대인 형제이다. 이 형제에게 로즈와 아들 피터는 새로운 세상을 던져준다. 조지와 로즈가 이어질수록 필의 자기혐오는 계속되는데,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브롱코 헨리'였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사람이자, 필이 사랑했던 그는 필에게 이중적인 면을 선사한 존재였다. 당시 카우보이 세계에서 동성애는 약점이었기에 필은 자신을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여성스러웠던 로즈의 아들 피터를 경멸했으면서도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결국 '복수극'이다. 로즈의 남편이자 피터의 아빠 조니를 죽음으로 내몬 사람은 바로 필이었기 때문이다. 피터와 필은 끝까지 고도의 심리전을 펼쳐 보이지만 마지막 한 줄에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전율을 선사한다. 저자는 자신의 가족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어쩌면 이 책은 저자의 복수를 가장 우아하게 도와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책을 읽었으니 필과 피터의 감정선이 더욱 잘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의 맥박이 조금 더 빨라지는 곳은 또 있었다. 더 인이라는 조그마한 여관에 딸린 식당, 이곳 비치에 하나뿐인 그 식당 안이었다. 식당도 그 위층의 객실도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데스크의 숙박부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새 면이 펼쳐져 있었고 그 옆에는 삼나무 향기가 풍기는, 새로 깎은 연필이 놓여 있었다. - P33

그러나 필이 보는 것은 대자연의 피조물만이 아니었다. 자연 자체-자연이 스스로를 늘어놓고 정리하는, 어지럽고 천진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에서 그는 초자연적인 것을 보았다. - P95

영원 같은 시간 동안 야유와 조롱을 견디며 열린 천막들 앞을 당당하게, 숨김없이 걸어가던 소년을 ... 세상에서 추방된 자를. 그러나 필은 알았다, 뼛속 깊이 잘 알았다. 추방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그래서 그는 세상을 혐오했다, 세상이 먼저 그를 혐오했으므로.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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