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도 잘 살아 - 뜻밖에 생기발랄 가족 에세이
한소리 지음 / 어떤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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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족과 거리가 먼 뜻밖의 가족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어떤 가족보다 솔직했고 아름다웠던 에세이 <우리끼리도 잘 살아>. 이들의 삶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



"이혼한 엄마, 레즈비언 첫째, 바이섹슈얼 둘째, 세 고양이가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너무도 솔직한 커밍아웃이 당황스럽긴커녕 용감하고 멋졌다. 페이지를 넘기기 전, 저자의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이 사람 정말 독특하지만 대단한걸?'이었다. 자신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었으며, 말과 글을 통해 투명하고 거침없이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도 잘 살아>를 읽다 보면, - 평범한 가족과 평범하지 않은 가족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잘 산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 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어 하나에 편견으로 바라보는 이 사회에 다시 한번 염증을 느끼기도 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생을 살아가는 것인데, 왜 함부로 판단하는 것일까? 가식 없이 솔직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아껴주는 이들이 좋았다. '이혼한 50대 여성임에도, 문신이 많은 레즈비언임에도, 바이섹슈얼임에도, 버려졌다 중성화수술을 마친 고양이임에도' 이들은 서로를 무척 사랑하고 쿨하게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고 있기에 참 좋았다.


엄마 수자씨를 중점으로 저자, 윤희씨 리고 라이,디디,딩딩까지 공감되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아마 모녀라면, 자매라면 고양이 집사라면 다들 그럴 것이다. :) 마음의 아픔부터 몸의 아픔까지 안타까움이 밀려왔지만, 담담히 나아가는 모습에 힘을 더해주고 싶었다. 정말 '아는 사람', '아는 가족'인 거 같아서.


"난 나답게 할 거야." 엄마 수자씨의 파이팅이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다. 수자씨와 저자 그리고 가족들의 꿈이 이뤄져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길, 묘한 힘이 담긴 이야기가 모두에게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에게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냈을 때, ‘읽음‘ 표시가 뜨자마자 전화가 걸려 오는 것은 꽤 슬픈 일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얼마 전에도 수자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카톡을 보냇는데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윤희에게 보냈을 때도 그랬다. 그들은 내가 혹여 죽음의 문턱 앞에 서서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있는 걸까 봐 걱정한다. - P46

같이 살았을 적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괜찮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으니까. 시간과 가능성이 무한하니까. - P147

설령 훗날 이별하게 되면 이 에세이에 쓰인 내용은 어떻게 하려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도 나는 태연하고, 겁을 내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에 우리가 여전히 함께든 함께가 아니든, 어떤 결말이든 이 수간에 대한 후회는 없을 거다. 이런 확신이 나를 계속 꿈꾸게 만든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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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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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천재 음악가들을 많이 배출한 장르인 '클래식'. 그런 클래식이 '스토리(이야기)'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여전히 지루하고 따분한 장르로만 여겨질까? <스토리 클래식>은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 충분한 책이었다.



천재 음악가 16인의 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대하지만 이상하고,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요상한'이라는 표현이 정말 어울린다. 그들이 작곡한 음악은 곧 그들의 삶을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게 알 수가 없다. (음악을 깊게 아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사적인 부분까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토리 클래식>은 이런 사소하고 사적인 부분까지 캐치한 책이었다. - 지휘하다가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 '말러', 친구 따라 강남 가다가 인생을 날려버린 '슈베르트', 오로지 한 여자만을 사랑한 '슈만' 등등 - 현재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인간미 넘치는 삶은 클래식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평소 편한 클래식 음악이 좋아서 언제나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듣곤 했다. 이번 16인의 삶에 쇼팽이 있어 얼마나 기쁘던지. 사실 그가 한 여자만을 사랑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조르주 상드'가 바로 그 여자였다. 쇼팽은 자신이 그리던 이상형과 정반대인 여자를 평생 사랑했다. 하지만 상드는 남자로서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모성애가 더 컸다고 한다. 


쇼팽은 원래부터 날씬한 체격을 갖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신경의 소유자였고, 평생 폐결핵에 시달리며 기침을 달고 살았으므로 상드는 쇼팽의 건강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끝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아하고 매혹적인 작품을 남긴 그가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스토리 클래식>을 읽으며 QR코드로 그들의 음악까지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클래식 기초 지식과 음악 그리고 고전파부터 낭만파까지 수많은 사랑을 받은,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받을 천재 작곡가 16인들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할 수 있어 참 좋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흐는 서로 다른 주제를 대조시키면서 곡을 발전시키고 여러 소리가 동시에 울릴 때 다른 음들과 어우러지지 않는 비화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당시 주류 음악이던 바로크 음악 기법에서 탈피해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음악가였습니다. 이런 바흐의 기법을 모차르트가 적극적으로 흡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차르트 음악의 지속적인 특징이 됐죠. - P51

리스트는 카롤리네와 결혼을 포기한 지 26년 뒤인 1886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자 카롤리네도 뒤를 따르듯 8개월 후 눈을 감았죠. 리스트의 마지막은 음악계 최고의 플레이보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처럼 매듭지어진 것입니다. - P172

드뷔시가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는 점도 그의 음악이 회화적으로 들리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화가를 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그는 그림을 아주 빠르게 그렸다고 합니다. 반면 작곡을 할 때면 음표 하나를 그리는 데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속도가 무척 느렸죠.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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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곽재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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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관련한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하다. 달은 그만큼 우리와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2022년 8월, 한국 최초로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로 향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저자 또한 '스스로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달 탐사 가이드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를 펴냈다.


저자의 의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나 또한 무척 궁금했다.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우리가 우주에 나가는 연구를 해야 하는 걸까?" 화학자이자 교수이며, SF작가로 유명한 저자를 통해 달과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니, 달은 우리와 너무도 친숙하며, 지구와 떨어져서는 안 되고, 우리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큰 존재였다.

- 서양문화 속 보름달과 괴물, 달을 훔쳐서 팔아먹다 물리학자로 전향, 달과 관련 있는 노량진 바닷배, 물도 없으면서 표현되는 '달의 바다' 등등 - 달에 관련한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었다. 사실이기도 하고, 괴담이나 설화이기도 한 이야기들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더 신기했던 건 바로 '로켓'이기도 했다. 그 크고 무거운 물체가 가장 빠르게 하늘을 나니 대단할 수밖에. 이 책을 술술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지식이 쌓인다. ;)

(과학적 지식과 정보, 이야기를 떠나 달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그것을 풀어낸 삶의 철학을 담은 내용도 많아 참 좋았다) 꾸준한 관심과 발전이 이뤄낸 오늘날의 '우주개발 대항해시대'. 앞으로의 소식이 무척 기대가 된다. 달을 온전히 알게 될 때까지 우린 계속해서 달에게 영감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우린 꼭 달에 가야 한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는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는 더 깨끗하고 큰 새 거울을 달에 설치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큰 거울을 설치해둘 만한 좋은 위치로 달은 아주 유용한 곳이다. ... 인공위성 같은 물체에 거울을 달아 놓는다면 무게가 너무 작아서 중력, 시간, 공간의 효과를 따져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달에 깨끗한 새 거울을 설치해놓는다면 그 거울이 우리에게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달빛 속에서 시공간의 비밀을 알려줄 것이다. - P70

달을 탐사하고, 달을 더욱 먼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회는 그 만큼 훌륭한 과학기술과 미래를 앞서 나가는 활력을 갖춘 사회로 돋보일 것이다. ... 나아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더 큰 희망을 같이 품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믿는다. - P200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사람들의 지혜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이 나와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바꿀 것이다. 이렇게 더 넓은 미래를 열어주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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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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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도시인처럼>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볼 수밖에 없는 책 <나, 프랜 리보위츠>. 솔직하고 대담한 생각과 너무도 적절한 위트가 담긴 저자의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도시의 삶에, 관계에, 눈치에 지친 고독한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저자의 '불평'을 읽어보았다. :)



'가장 재치 있고 날카롭고 멋진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옷 입는 스타일보다도,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과 철학 그 자체의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밉지 않은 70대 뉴요커 프랜 리보위츠. 뼈 때리는 그녀의 문장은 곧 조언이 되었고, 서양 위트였지만, 동양에도 먹히는 위트에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불평불만' 그리고 '비판'이 가득한 책이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혹은 자신의 기분 때문에 불평하는 것이라면 짜증이 나겠지만, 저자는 달랐다. 현실을 확실히 직시했고, 우리가 생활하며 겪는 일들에 대한 문제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한 시선으로 답해주었다. (출판과 할리우드의 상업적 시스템에 대한 저자의 적나란 일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깊은 사유를 유영하고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는 도시인으로서 마주하는 인종, 젠더, 문화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생각에는 분명 '힘'이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기다렸거나 벌써 읽었던 전 세계 독자 모두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다.


"난 혁명가가 아니다. 댄디에 더 가깝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감옥에 안 가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며 자신이 건너온 세월을 갈무리하는 저자의 글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저자의 '생활밀착형 불평'은 언제나 환영이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의 평화라는 건 없다. 초조감 혹은 죽음이 있을 뿐.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려는 행위야말로 용납 불가능한 태도다. - P25

흔히 상상하는 것과 달리, 글로 먹고사는 일에도 단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중 제일은 실제로 앉아서 글을 쓰라는 불쾌한 요구를 자주 받는다는 점이다. 이 직업에만 국한된 요구이기에 작가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 것을 거듭 인식하게 되니 심기가 불편해진다. - P207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만든 시대라면 머지않아 ‘생각 스타일‘이라는 개념 또한 고안해내리란 건 안 봐도 뻔하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라이프‘와 ‘스타일‘ 둘 다 갖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 표현에는 총량이 일부의 합보다 적은 완벽한 예시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생각 스타일을 정의하는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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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 - 구한나리 문구 소설집 꿈꾸는돌 31
구한나리 지음 / 돌베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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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순수하게 문구를 좋아할 나이 10대. 소년과 소녀의 일상 속 스며든 아홉 편의 문구 이야기는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현직 교사이자 부산의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10대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생활상을 생생히 담을 수 있었다.




'아끼는 수첩에 좋아하는 필기구로 사각사각 써 내려간' 아홉 편의 이야기는 문구 마니아인 저자의 문체로 더욱 애틋하고 반짝반짝 빛났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를 향한 공감과, 몰랐던 브랜드를 알게 되는 기쁨은 덤이다)

더욱 좋았던 건, 문구를 통한 '말'이었다. 각 이야기마다 주제가 되는 문구가 있었는데, "너는 흔들리지 않는 애니까, 너한테는 부러지지 않는 샤프보단 흔들리지 않는 샤프가 어울린다.", '어떻게 비유하면 좋을까. 그냥 볼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지워지는 볼펜이었다는 비밀을 깨달은 기분. 처음 줄넘기를 성공한 순간의 기분.' 등등 문구의 특성에 빗대어 풀어나가는 말이 참 와닿았고 위로가 되었다.

필통 안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홉 편의 이야기 또한 주인공들의 필통 속을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특정 문구를 고집하거나, 문구 속 숨은 능력을 찾아내는 등 문구와 함께하는 그들의 삶은 특별했다. 책을 덮고 내 필통 속을 보았다. 애정 하는 몇 개의 펜들이 눈에 띄었고 예전보다 더 확고해진 취향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를 포함한 문구를 향한 문구 마니아들의 따스하고 특별한 마음이 영원하길 바란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적표가 나온 날 수민의 물음에 정현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첫 번째로 좋아하는 선물은 아마도 최 작가님이 사귀기도 전에 청혼해 버린 사람이 선물한 같은 무늬 가방일 거라고, 수민은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손수 만든 필통을 가방 안에 챙겼다. - P54

나는 책상에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들을 괜스레 바라봤다. 4색 멀티펜, 크기와 용도가 다른 점착 메모지가 차곡차곡 들어 있을 커다란 필통이 우리 집 혜민이 방에서처럼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 그래도 여기에서는 혜민이가 힘들게 버티지 않으면 좋겠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나한테든 엄마한테든 응석을 부리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P121

샤프라는 필기구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뭉툭해지지 않으니 매일 깎지 않아도 돼서 편리하긴 한데 어쩐지 내가 쓰려고 했던 글씨 모양이 아닌 것 같고, 줄도 조금 다르게 그어지는 것 같았다. ... 나는 계속 연필을 깎았다. 내 연필과 권형주의 연필을 기차 모양 연필깎이에 넣고 돌리면 조금씩 떨리는 느낌이 손에 전해 오는 게 좋았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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