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생화학무기부터 마약, PTSD까지,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전쟁들
백승만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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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전쟁, 질병, 약'은 끊임없이 이 세상과 함께했고, 그동안의 역사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권력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를 읽는다면, 이 세 가지는 정말 질긴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약은 전쟁에 기생하고 전쟁은 약을 먹고 자란다!', '전쟁이 만든 약과 약이 만든 정쟁들!' 문구만 보면 사실 갸우뚱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이 세 가지는 어째서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초반부터 아찔한 진실이 공개된다. '2017년 미국에서 1만 8,000여 명을 중독으로 사망한 펜타닐은 무통 분만에 쓰였으며, 마약류 각성제는 남북전쟁 당시 진통제로 소중히 쓰였고, 아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편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전쟁이 약을 만들고 약이 전쟁을 일으키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종류만 다를 뿐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마냥 흥미롭게 읽을 수는 없었다. 저자의 말처럼 '전쟁과 질병이 없는 세상을 살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기에 우린 꾸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단어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역사적으로 영향을 끼친 전쟁, 질병, 약 그리고 인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세계사를 공부한 것 같았다. ('약학대학 인기 교양 강의'라는 수식어 인정이다) 전쟁, 질병, 약의 다양한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책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 강력히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끔 "페스트가 어떻게 사라졌나?"라는 질문을 받는데, 항상 같은 답변을 한다.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1800년대를 지나면서 결핵이나 소아마비, 폐렴, 매독, 말라리아 같은 다른 감염성 질환이 더 심하게 창궐하며 페스트의 권위를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페스트가 사라진 적은 없다. 지금도 페스트는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우리가 강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페스트 역시 최근에 더 강해지고 있다. - P25

면역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인터페론을 사용하지만 면역이 높아지면 다시 부작용이 생기는 아이러니 속에서, 인터페론에 대한 기대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답을 찾기 어려운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서는 인터페론을 사용하고 있고 관련 기술도 좋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항상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 P216

PTSD는 비정상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은 어려움 중의 하나다. 그러므로 자신이 특정한 트라우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먼저 느끼고 도와달라고 해야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다. 자신의 아픔을 가까운 누군가와는 공유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성숙했으니 말이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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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착해, 너무 바보 같아
델핀 뤼쟁뷜.오렐리 페넬 지음, 조연희 옮김 / 일므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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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친절하다 못해 자존감까지 낮아진 사람, 즉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꼭 읽어야 하는 책 <너무 착해, 너무 바보 같아>. 제목에 휘둘리지 말자.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라도 '친절함'은 플러스 요소임을 안다. 하지만 이게 지나치거나, 틀 안에 갇혀버린다면 문제가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친절하고 너-무 착한 사람은 그들에게 맞춰줄 수밖에 없다. 주장을 펼치거나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괜히 눈치가 보이게 되고, 갈등이 생기면 결국 져주는 게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정말 '딱 필요한 만큼만' 친절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너무 착해, 너무 바보 같아>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과학적인 연구와 실제 사례를 통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잘못된, 과잉된 친절'로 인해 참 많은 오해를 일으킨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한 것 같다) 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지키며 남에게 친절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솔루션이 제시되어 있어 참 좋았다. 어렵지도 않았으며, 장마다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친절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더 이상 희생해서는 안 된다. 무리한 요구는 단호히 거절하고, 당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자존감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선을 찾았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겸손하면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나 자신이 인간으로서 존엄하며 나만의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스스로 이를 납득하려고 주위 사람들에게 거만하게 굴 필요가 없다. 자신감이 있다면 나를 위한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 다시 말해 나의 가치관과 맞는 태도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 P53

싫다고 말해야 한다고 느낄 때는 넬슨 만델라의 격언을 되새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두려움이 아닌 소망을 반영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 P128

친절이 무엇인지 안다면 사심을 버리고 어떠한 판단 없이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며 호의를 보이며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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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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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생존 투쟁을 완벽히 담은 소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단순히 SF적인 요소만이 아닌, 삶과 죽음, 권력과 혁명까지도 아주 생생히 담았기에 한번 읽기 시작한다면 멈출 수가 없는 소설임은 분명했다.



1부 - 식량난으로 시달리는 한국과 2부 -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주로 향하는 지구인들로 나뉘는 이 책은 우리의 미래를 언뜻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환경적인 것을 떠나)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고 쟁취하는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인간의 민낯까지 다 들춰본 느낌이었다.


폐쇄된 공간, '무궁화호' 속에서의 계급 차이는 생각보다 더욱 비참하고 치열했다. 빼앗고 빼앗기고, 버리고 버려지고, 먹고 먹히고, 죽고 죽이고. 이 우주선은 무엇을 위해 쏘아졌는지 그 본질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움켜쥐려는 10대들의 모습이 너무도 사실적이었다. 200여 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막을 향해서. 1대에서 2대로 넘어갔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2대에서는 무궁화호에서의 생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혁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말에서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단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자가 내린 결말이 모든 이야기와 가장 잘 어울린다. '희망'이란 단어가 참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소설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긴 여운이 남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존이 아니라 정말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는데. 이제껏 내가 추구한 생존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죽음에서 벗어나는 것일 뿐이었는데. - P162

당연한 이야기였다. 다 살자고 그랬던 것이니까. 다 같이 살자고. 그러자고 우리가 전부 그렇게 살았던 것인데. - P216

세상은 너무 넓으면서 좁았고, 이해했다 싶으면 멀리 달아나는 막과 같았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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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
지월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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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함에 이르러 우리 결국 편안하기를." 읽고만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에세이를 만났다. 저자의 경험담과 삶의 통찰이 가득 녹아 있기에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시련과 슬픔을 이겨낼 모두에게 이 책은 하나의 위로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나이기에 '달'이 주는 위로를 알고 있다. <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형태로든 코끝은 찡하게 마음은 쿵 하게 만드는 달을 보며 넘겼던 수많은 밤들이 떠오르곤 했다.


자칫 넘어갈 수 있는 소소한 상황과 감정을 꾸밈없이 담백하게 글로 표현한 저자의 문체가 좋았다. 수많은 글 중 <위로의 질문: 너여서>가 기억에 남는다. '너여서'라는 세 글자가 주는 힘이 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막연하기만 했던 이유가 저자의 글을 통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 


시중에 출판된 수많은 '위로 에세이' 중에서 간혹 공감이 덜 되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종종 포함되곤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딱 알맞았다. (총 4개의 파트 중 마음이 가는 '달'을 먼저 선택해서 읽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모두가 너를 응원할 거야." 저자의 응원이 전해진다. 그 용기와 위로를 보답하기 위해 이 책을 읽은 우리 모두 환히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이런 괜찮지 않은 마음을 나열하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믿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이 괴로운 상황과 타이밍을 인정한 덕분에 나는 회복할 수 있겠구나. 돌아갈 구석이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인정하고 믿었다. 오늘은 원래의 나처럼 다행히도 마음이 붙잡혔다. 그렇게 회복의 길로 나아간다. - P73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닮았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며, 달랐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나와는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첫 모습이 마지막 순간에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모습일 수 있다. 어떠한 사람도 완벽할 수 없다. 좋고 나쁨은 작용을 주고받는 자의 판단일 뿐이다. 단지 내가 사람을 믿고 마음을 주는 데에 있어서 시간을 택한 이유는 오랜 기간이 지나야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 P162

여전히 인연이란 것은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고, 물음표를 띄우지만 숱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던 관계들이 나에게 남긴 것은 초연함과 조금의 자유뿐이다. 이제는 훨훨 날아가다 어딘가에 걸려도 날개를 펴는 방법을 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자유로워졌다. 아직 날갯짓은 미세한 파동뿐일지라도 나는 나의 힘으로 허공에 초연히 떠있을 수 있으니, 연연하지 않는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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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9 - No.79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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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유독 아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주제가 무려 <감정의 지도>였기 때문이다. :) 감정에 대해 감성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에 푹 빠진 나날들이었다.



혹여 '나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감정의 굴레를 겪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변에서 공감이라도 해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럴 때 찾게 되는 건 역시 '책'이다. 책을 다룬 매거진답게 이번 호에 실린 책들도 무척 다양했다. 특히 복잡한 감정선을 잘 다룬 책들이 많아서 좋았다! (감정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매거진을 빛나게 해주는 건 역시 유익하고 공감이 가득한 이야기들이었다. - '호모 센티멘탈리스들의 사회', '시의 언어로 마음 정원에 꽃을 피운, 에밀리 디킨슨',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들', '당신이라는 거울에 비친' - 등등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통해 삶에 관한 거의 모든 감정들을 조금씩 조금씩 느껴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샌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 나를 전체적으로 표현한다기보다 그저 한순간 머물다 가는 그런 작은 바람처럼 느낀달까? 막연했던 표현이 이번 호를 통해 정확한 정의를 내린 기분이라 참 좋았다.


다음 호는 80호이다! 어떤 주제일지 무척 기대된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발을 내딛는 일, 타자와 접촉하는 일에는 분명 더 많은 불편함과 갈등이 따른다. 그러나 고통이 두러워 자신 안에만 갇힌다면, 소화하지 못한 고통스러운 감정들은 계속 부유할 뿐이다. - P57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때 우리안의 수많은 감정들이 살아 숨 쉰다. 그리고 그 감정들과의 대면 속에서 성장도 이루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마주하고 있는가? - P108

짐작보다 깊고, 짐작보다 짙은, 한때 존재했던 모든 감정에 대한 애가. 그런 면에서 그의 사진은 인간을 다룬다고 확신한다. 결정적 순간으로 압축된 작은 사각형 틀안의 세계에서 이름 없는 감정에 둘러싸인 우리의 매일을 본다. 어쩌면 삶이란, 이 모든 장면들의 합일지도 모른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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