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의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원서로 읽었었다. -사실 읽었다는 것은 좀 말이 안되고, 번역본과 영어원본의 대조작업만 열심히 했다 --;;;- 20% 할인 이벤트를 해서 오래전부터 빙빙 멤돌다가 드디어 구입하고 말았다.
좀 사족같지만, 나는 책을 살 때 무척 갖고 싶어서 안달을 하면서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책이 있다.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도 여기에 해당된다. 서점에 갈 때마다 위치 확인을 해 놓지만, 막상 산 것은 릴케의 <말테의 수기> 밖에 없다. 왜 그러는지는 도무지 나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유리가면>에 등장하는 장면이 더 인상깊게 남을 정도로 이제 희미한 기억만을 남겼다. 지금 읽고 있는데 캐서린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대책없이 제멋대로에 이기적인 아가씨라고 생각되었지만, 생동감 넘치는 매력이 멋지다.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는 소설. 많은 사람들이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소설은 일종의 가문 소설로 보아도 큰 차질이 없다. 디킨스나 토마스 만 등의 가문 소설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두 집안의 운명을 참으로 치밀하게 짚어 나간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연애는 이야기의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린튼가와 언쇼가가 쇠락해가는 과정을 정말 냉정하게 서술하고있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잘못된 제목 번역에서 느껴지는 열정이나 격정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