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사는 게 큰 재미가 없다. 왜 자꾸 과거가 더 재미있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 웃다가 울다가 정신이 없다. 이래저래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스노우캣 말대로 나는 사람이 싫어, 사람은 필요없어, 난 혼자야, 날 내버려둬 하면서 제일 남의 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인간형이다.
그런 내가 요즘 이것들을 보는 재미로 산다. 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다. 먼저, <문조님과 나> 한 서른 번은 보았다. 잠들기 전에 꼭 책을 펴서 한 권이라도 읽고 잔다. 이마가의 문조들의 이름과 그들의 베스트 체중, 성격, 애정편력, 좋아하는 먹이, 병력까지 줄줄 외고 있다.
그 다음에는 명탐정 코난 DVD 6장. 이것도 일주일에 2~3번 전체를 왕복하면서 본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 범인은... 이것은 이래서 이런거죠. 이렇게 코난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본다. 그런데 정말 웃긴 것은 매번 봐도 범인을 잡는 코난의 모습이 너무도 멋있게 보인다는 것. 주제가를 목놓아 한밤중에 따라부르면 왠지 기분까지 시원하다. 다만, 하도 탐정물을 많이 봤더니 밤에 불끄고 자기가 무섭다. 하루에 살인사건을 거의 10건 정도 주구장장 보고 있는 셈이니까.
그리고 섹스 앤더 시티. 이것도 요즘 미쳐 있다. 이제 시즌 2를 거의 다봤는데 나는 네 사람 중에서 자기 욕망에 솔직한 사만다가 제일 좋다. 제일 매력없다고 생각하는 건 캐리. 도무지 인형같아서 정이 안간다. 그리고 너무 전형적으로 남자한테 매달리고 흔들흔들거려서 내 취향은 아니다. 그에 비하면 사만다는 얼마나 씩씩한가. 남자 갈아치우기를 택시 타기보다 더 자주하는 사만다. 아쉽게도 사만다가 시즌 3에서 바람둥이 남자친구와 고정살림을 시작했다니 ...시즌 3을 봐야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