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서 중간까지는 영화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한적한 노르웨이의 바닷가 마을, 엄격한 청교도적 윤리 하에 회색빛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곳에서 정말 행복해하며 살고 있다. 아토스 섬에 사는 남자 수도사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두 자매에게 다가오는 각각의 첫사랑. 그 첫사랑은 이야기의 주요한 동인이다. 바베트가 오게 된 것이 동생의 첫사랑 때문이었고, 이야기를 한결 윤기있게 하는 장군은 언니의 첫사랑이다. 그리고 바베트. 그녀는 진정한 예술가의 힘으로 다툼과 갈등이 심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영화와는 크게 다른 점은 바베트라는 인물이 전혀 다른 느낌었다는 것. 영화 속의 바베트는 다소곳한 느낌의 부인으로 보다 금욕적이었다면 책 속의 바베트는 화려한 원색의 느낌이다. 불꽃같이 타오르고 진정한 예술을 알아보는 능력과 타인을 이해하는 포용력, 거기다 인내심까지 갖춘 한상궁같은 인물이다.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다. 예술가는 가난을 초월한 사람이다. 그들은 범인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복권으로 당첨된 만프랑을 아낌없이 만찬에 쏟아부은 바베트는 자신을 동정하는 자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바베트의 홍조 띤 얼굴. 그리고 그 자신감 넘치는 몸가짐. 정말 너무 매력적이다. 나도 이렇게 절도있고 열정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바베트의 만찬은 기독교의 성찬식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함께 즐겁게 마시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성스러웠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지극히 세속적인 영달만을 쫓아왔던 장군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 한 번 붙여보지 못했던 순수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

때로 한 끼의 식사란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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